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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눈에 읽는 신간]‘K장녀’를 위한 ‘우리의 정류장과 필사의 밤’외

▶우리의 정류장과 필사의 밤(김이설 지음, 작가정신)=개인의 삶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가족이란 질문을 진지하게 이어가고 있는 김이설 작가가 ‘선화’ 이후 6년 만에 내놓은 경장편소설. 주인공 ‘나’는 낡고 오래된 목련빌라에서 무기력한 일흔의 아버지와 집안의 경제와 모든 결정을 도맡아온 어머니, 남편의 폭력을 피해 세 살과 갓 백일이 지난 아이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온 동생과 함께 살아간다. 똑똑하고 야무져 늘 전교 상위권을 유지하던 동생과 달리 한 번도 무언가가 되고 싶다거나 애써 노력을 기울여본 적이 없는 나는 가족들의 생계를 짊어지고 벌이에 나선 동생을 대신해 두 아이의 육아를 떠맡게 된다. 내면에는 늘 ‘시를 쓰고 싶다’는 욕망이 꿈틀대지만 할 일이 수두룩한 집안일의 무게에 짓눌려 번번이 포기하고 만다. 관 속에 있는 것 같은 일상에서 최소한의 숨쉬기이자, 자신을 찾는 행위로 나는 시 필사를 시작한다. 작가는 이 소설을 두고 ‘K장녀(한국 맏딸)’에 대한 서사라고 말한 바 있다.

▶뉴호라이즌스, 새로운 지평을 위한 여정(앨런 스턴 외 지음, 김승욱 옮김, 푸른숲)=2015년 여름, 무인 우주탐사선 뉴호라이즌스호가 명왕성에 근접비행하며 보내온 ‘명왕성 하트’ 사진은 지구촌을 열광케했다. 명왕성은 태양과 지구 거리의 40배나 더 떨어져 있는 태양계에서 가장 멀리 있는 행성으로 크기나 위성 개수, 표면 구성 등 알려진 게 전혀 없었다. 잃어버린 행성, 명왕성 탐사의 모든 것을 담은 책은 80년대부터 탐사를 계획하고 온갖 시련에도 프로젝트를 진두지휘하며 결국 탐사선을 보내 행성의 베일을 벗긴 수석연구자 앨런 스턴과 행성학자 데이비드 그린스푼이 방대한 기록을 정리한 것이다. 명왕성 탐사는 과학적 사건일 뿐 아니라 2500명 과학자들의 열정, 노력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위성을 만드는 것보다 심오한 미션이었다는 이 프로젝트가 처음부터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우주선 제작에 착수할 자금 확보를 위해 탐사계획서를 작성했다가 실패한 것만 여섯 번. 수많은 정치적 압박과 거대기업 등의 방해로 무산될 위기도 여러 번이었다. 2006년엔 천문학자들의 엉뚱한 행성 정의 논의로 명왕성 퇴출위기까지 벌어졌다. 26년에 걸친 탐사의 여정은 “새로운 세계에 대한 새로운 지식”을 갈망하는 인간의 역동적인 드라마를 선사한다.

▶마음의 발걸음(리베카 솔닛 지음, 김정아 옮김, 반비)=‘맨스플레인’이란 단어로 전세계적 반향을 일으킨 솔닛의 청년기 아일랜드 여행기. 솔닛은 어머니 쪽 아일랜드 혈통 덕에 아일랜드 국적을 얻게 되고 정체성과 기억, 풍경 같은 개념을 탐구해볼 기회를 갖는다. 탐색의 여정은 아일랜드 서해안 지역을 걷는 여행과 아일랜드 역사와 문화를 읽고 연구하며 책을 써나가는 여정으로 이뤄진다. 솔닛의 초기작인 이 책은 솔닛의 대표작 ‘걷기의 인문학’ 원형에 해당한다. 작가의 아일랜드 풍경과 상처, 역사 이야기에는 유럽, 백인, 제1세계, 원주민과 이에 대립하는 비유럽, 제3세계, 침입자, 비백인의 경계가 뚜렷하지 않다.그러면서 작가는 흑사병과 같았던 아일랜드 대기근때 참상 속에서도 본국에 작물을 보내야 했던 아이러니, 아일랜드 작가들이 목가시를 쓰지 못하는 이유, 아일랜드 퀴어 독립영웅 로저 케이스먼트의 이야기를 통해 통상적 이분법에서 벗어나 진실을 마주하고자 한다. “글자그대로의 땅을 걸어가는 것이 어떻게 마음의 구석진 곳들을 탐험하는 것일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지 따라가는 여정에 대해 작가는 통상적 의미의 여행서가 아니라 여행을 계기로 구성되고 배열된 연작 에세이라고 소개했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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