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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성 천주교 신자 1015명 “낙태죄 폐지 지지”
14일 오전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기자회견
“국가와 종교는 더 이상 여성 몸 통제할 수 없어”
“교회, 고통받는 여성 신자 위해 고민해달라”며 한목소리
시민단체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 관계자들이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낙태죄 폐지 촉구 천주교 서명 운동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주소현 기자/addressh@heraldcorp.com

[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낙태죄 폐지를 지지하는 여성단체들과 뜻을 함께하는 여성 천주교 신자 1000여 명이 지지 서명을 모아 이들의 목소리를 전했다. 이들은 여성 인권은 제쳐두고 ‘태아 생명’만 부르짖는 교회와 천주교에 실망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는 뜻도 밝혔다.

시민단체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모낙폐)은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낙태죄 폐지 촉구 천주교 서명 운동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이 밝혔다.

앞서 모낙폐를 비롯한 여성단체들은 ‘안전하고 합법적인 임신중지를 위한 국제 행동의 날’이었던 지난달 28일부터 여성 천주교 신자들을 대상으로 온라인상에서 ‘낙태죄’ 폐지를 지지하는 의견과 지지 선언을 모았다. 모낙폐에 따르면 지난 11일까지 진행된 총 1015명의 천주교·개신교 신자들이 성명에 참여했다.

이날 회견에서는 “종교 이름으로 타인을 박해하는 행위를 중단돼야 한다. 국가와 종교는 더 이상 여성의 몸을 통제할 수 없다.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낙태죄’에 반대한다”는 천주교 신자 미로페(세례명)씨의 의견이 대독됐다. “교회는 낙태죄에 대한 성명 대신 고통 받는 여성 신자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고민해 달라”는 또 다른 천주교 신자 미리암(세례명)씨의 발언 역시 소개됐다.

낙태죄 폐지 지지 서명에 참여했다는 직장인 아녜스(세례명·26)씨는 이날 헤럴드경제와 인터뷰에서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성당에 다니기 시작했으나 대학에서 여성학 수업 등을 들으며 낙태에 반대 의견을 내세우는 천주교 교리에 의문을 갖기 시작했다”고 답했다.

그는 “아버지는 종교적 가치관을 바탕으로 ‘만약 아이가 생기더라도 지우지 말고 집에 알리고 낳으라’는 식으로 말한다”며 “그런 얘기를 들을 때 내가 온전한 결정권을 갖지 못한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낙태죄가 있는 상황에서도 ‘불법적’ 낙태는 이미 이뤄지고 있다”며 “낙태죄를 유지한다면 그저 여성이 또 위험한 상황에 놓이는 악순환만 지속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에 거주하는 취업준비생 카타리나(세례명·25)씨는 “체험학습으로 갔던 꽃동네에서 낙태 금지 교육을 듣고 받았던 아기 발바닥 모양 배지를 생각하면 소름이 끼친다”며 “무조건적으로 낙태를 하면 안된다는 교회의 원칙은 원치 않는 임신으로 아이 낳아야 하는 여성들의 자기결정권은 무시하는 건 아닌지, 태아의 인권과 여성의 인권의 무게에 대해 하느님은 어떻게 생각하실 것 같은지 교회를 향해 묻고 싶다”고 말했다.

지지 서명 운동에 참여했던 한국여성단체연합(여연) 관계자는 이에 대해 “지난해 헌법불합치 판결 당시 천주교에서 대대적으로 반대 서명을 받았는데 신부님이 권하니 서명을 안 할 수 없었지만 불편했다는 증언이 여러 명에게서 나왔다”며 천주교 신자들을 대상으로 한 지지서명을 추진하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이 관걔자는 “낙태죄가 유지되는 방향의 개정안이 나온 지금이 천주교 여성 신자들의 입장을 낼 수 있는 적기라고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여성단체들은 천주교 등 종교계의 입장이 대부분 피임, 유산, 이혼 등을 금하는 등 남성의 목소리로 대변되고 여성의 목소리는 삭제된 채 전달된다고 지적했다. 여연 관계자는 “여성 신자들은 낙태죄 폐지 등 문제를 여성 관점에서 기존 교리와 다르게 해석한다는 점, 종교 내에서 다른 목소리가 있다는 걸 사회에 전달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모낙폐 등 여성단체들은 이날 법무부, 보건복지부, 청와대, 국회, 천주교 서울대교구 등에 여성 신자 1015명의 지지 서명을 의견서로 제출할 예정이다. 이들은 “낙태죄는 여성이 겪는 문제로 정부·국회·교회는 무엇보다 ‘여성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address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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