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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IT과학칼럼] 디지털 인력법칙

뉴턴이 1687년 발견한 ‘만유인력의 법칙’은 질량을 갖는 두 물체 사이에 작용하는 힘이 각 물체 질량의 곱에 비례하고,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한다는 뜻이다. 그리스의 아리스토텔레스는 “우주의 중심은 흙으로 이뤄지고, 흙의 성분은 본래의 위치인 우주의 중심으로 향하려 한다”며 낙하의 원리를 설명했는데, 물체가 떨어지는 것은 우주의 중심인 지구가 물체를 당겨서 일어나는 힘이 아니라, 물체가 가진 본래의 속성이라고 했다. 하지만 뉴턴은 물체가 떨어지는 것은 낙하의 원리가 아닌, 그것을 당기는 그 무엇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리고 이것을 깨닫게 해준 것이 바로 ‘뉴턴의 사과’다. 땅으로 떨어진 것은 평범한 사과지만 뉴턴의 머리에는 마치 큰 바위가 떨어진 것처럼 격하게 깨달았던 것이다. 이러한 뉴턴의 법칙과 중력의 발견이 ‘빅뱅’이라는 대폭발이 있었던 직후 10의 -43제곱(승)초의 시간, 무려 144억9999만8335년이 흘러 세상에 알려졌다니 매우 놀랍다.

현대인류의 눈부신 문명을 이끄는 주요 기술 중 하나가 ‘디지털’이다. 디지털은 원래 손가락이나 발가락(Digit)을 가리키는 단어에서 나왔다고 한다. 어릴 적 손가락을 꼽아가며 수를 셈한 것을 기억해보면 그 유래가 이해도 된다. 근본적으로 세상의 모든 행태는 연속적으로 변하는 ‘아날로그(Analog)’적인데 유독 그 속에 디지털적인 움직임이 두 가지가 있다. 바로 두 발과 열 개 손가락의 움직임이다. 우리의 걸음걸이는 한 점만 찍으며 이동하는 디지털적 이동이기 때문이다.

50년 전만 해도 생소했던 2진법, 또 지루할 만큼 긴 0과 1의 숫자 조합들. 그 ‘디지털’이 이토록 화려하게 세상을 꽃피울 줄이야. 그 과정에 인터넷·컴퓨터·휴대전화가 절대적인 역할을 해냈다. 미국 한 고등학교에서 과제로 주말에 컴퓨터와 휴대전화 없이 지낸 느낌을 작성한 일이 있었는데, 그 중 하나가 “디지털사막에 내던져진 것 같았다”였다. 이렇게 우리는 디지털화된 세상에 살고 있고, 지금도 앱(App)이라는 작은 도구를 통해 사이버세상이 무한히 펼쳐지고 또 확장되고 있다. 이제는 그 끝이 어디까지일지 예측조차 힘들다.

디지털세상에 사는 현대인이라면 누구든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 ‘휴대전화를 붙잡기만 하면 그 속으로 한없이 빨려든다’는 것이다. 이로써 우리의 디지털세상에 작용하는 ‘디지털 인력법칙’이 생겨났다. 즉 사람과 모니터 사이에 작용하는 힘은 콘텐츠의 질과 사람의 관심 곱에 비례하고, 사람의 눈과 모니터 사이의 거리 제곱에 반비례한다. 흥미로운 콘텐츠일수록 두 눈은 더 커지고 가까이 다가가며, 많은 관심을 쏟는 현상이 바로 그것이다. 이러한 힘의 작용으로 지하철에서 휴대전화를 보는 사람마다 그 인력에 빨려들어 거북목처럼 앞으로 당겨져 있지 않은가? 하지만 옆 사람에게는 그 인력이 전혀 작용되지 않으니 이것이 뉴턴의 만유인력의 법칙과는 다른 점이며, 만유라는 표현까지 쓸 수는 없다. 아무튼 재미있는 콘텐츠를 보면서 무관심한 척 뒤로 나앉고, 가늘게 실눈을 뜨며 바라보는 일은 없다. 앞으로 더욱더 빠른 양자컴퓨터가 실용화되면 사람의 눈은 더욱 감길 수 없을 것인데, 그 이유는 멋진 영상을 한순간이라도 놓치기가 싫어서다. 앞서 인력에 관해 언급한 아리스토텔레스의 낙하 원리를 디지털 인력법칙을 적용해 바꿔본다면 이리 되리라. “인터넷의 중심은 디지털로 이뤄져 있고, 디지털의 성분인 콘텐츠는 본래의 위치인 인간 마음의 한가운데로 향하려 하니, 우리가 콘텐츠 속으로 빠져드는 것은 콘텐츠가 가진 본래의 속성 때문이다.”

최규하 한국전기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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