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촬영물에 대한 명확한 기준 필요
“스트리밍 플랫폼 규제 필요” 목소리도
경찰청. [연합] |
[헤럴드경제=박병국·신주희 기자] 불법 촬영된 동영상을 시청하는 것만으로도 처벌할 수 있는 내용의 ‘n번방 방지법’이 지난 5월 19일부터 시행됐지만 아직까지 해당 혐의로 입건된 사람은 한 명도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n번방’은 미성년자에 대한 성 착취물을 제작·유통하는 방으로, 경찰은 이에 대한 대대적 단속에 나섰으며 국회에서는 n번방 방지법을 발의 통과시켰다.
5일 경찰청과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5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 개정된 이후 불법 촬영물 시청으로 입건된 사례는 0건이었다.
지금까지는 아동·청소년이 나오는 음란물을 소지하는 행위만 처벌 대상이었다. 하지만 법 개정으로 불법 성적 촬영물 소지·구입은 물론 시청까지 처벌된다. 처벌 수위는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불법 촬영물을 소지한 혐의로 입건된 사람은 있지만 아직까지 시청만으로 입건된 사람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n번방 성 착취물을 소지한 계정을 발견해 이에 대한 수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불법 촬영물을 시청한 사람을 처벌하기에 앞서 스트리밍 시청 플랫폼에 대한 규제가 우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n번방의 존재를 확인하고 이를 경찰에 제보한 ‘추적단 불꽃’ 관계자는 “스트리밍 시청 플랫폼 자체를 규제하는 게 우선돼야 한다”며 “영상물을 다운로드할 수 있는 사이트의 경우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신고하면 24시간 내에 내릴 수 있지만 스트리밍에 대한 송출은 막을 수 없다. 이것에 대한 규제를 먼저 한 다음에 어떻게 시청을 입증할지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나가는 사람의 휴대전화를 뺏어서 이에 대한 인터넷 기록을 살필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이에 대해서는 사회적 논의가 더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불법 촬영물에 대한 뚜렷한 정의도 필요해 보인다. 불법 촬영물 시청만으로도 처벌받을 수 있는 내용의 법이 통과됐을 당시 불법 촬영물의 범위에 대한 논란이 일기도 했다.
형법상 음란물의 유통·제작은 금지돼 있어 외국에서 제작된 음란물의 경우도 크게 보면 불법 촬영물이다. 이에 대해 경찰청 관계자는 지난 5월 해당 법 시행 후 처음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상업적 음란 동영상은) 당사자 동의하에 제작된 것으로 보고 있다”며 “해당 동영상을 보는 것은 처벌 대상이 아니다”고 밝혔다.
cook@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