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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라크서 조금씩 떠나는 美 빈자리 손 뻗치는 이란
정치·경제적 유대 넓히는 이란·이라크
이란, 이라크 주둔 미군 직접 겨냥해 비난
[123rf]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대(對) 이란 최전선 국가로 꼽히는 이라크에서 조금씩 영향력을 줄여가고 있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움직임에 맞춰 이란이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그동안 소강 상태였던 이라크와의 정치·경제적 유대관계를 강화하고, 이라크 내부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의 존재가 중동 평화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점을 강조함으로써 이라크 내부의 ‘친미 정책’을 약화하는 데 초점을 맞춰 있다.

정치·경제적 유대 넓히는 이란·이라크

최근 푸아드 후세인 이라크 외무장관이 이틀간의 일정으로 이란 수도 테헤란을 방문했다.

이번 후세인 장관의 방문은 지난 7월 무스타파 알카드히미 이라크 총리가 이란을 찾아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를 예방한 것의 연장선상에서 진행됐다.

푸아드 후세인(왼쪽) 이라크 외무장관과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과 지난달 26일(현지시간)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만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EPA]

양국은 지난 1980~1988년 벌어진 이란·이라크 전쟁으로 앙숙 관계였다. 하지만, 2003년 전쟁으로 ‘수니파’인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이 축출된 후 다수 주민인 ‘시아파’ 정권이 들어서며 이란의 영향력이 점차 확대되어 왔다. 이란은 ‘시아파’ 종주국이다.

이번 일정에서 후세인 장관은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 모하메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 등 고위 관계자들을 모두 만나며 정치·경제적 유대 관계 증진을 위한 구체적인 논의를 진행했다.

이번 방문을 계기로 향후 2주 내 알카드히미 총리의 승인을 받은 이라크 특별위원회가 이란을 방문해 국경, 교통, 무역 관계 진전을 위한 양자간 협정을 체결하기로 합의했다.

이 밖에도 후세인 장관과 갈리바프 의장은 이라크 주요 도시인 바스라와 이란의 호람샤르를 철도로 연결하고 이라크의 주권을 강화하는 각종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이란, 이라크 주둔 미군 직접 겨냥해 비난

후세인 장관의 이란 방문 당시 주요 화두 중 하나는 바로 이라크 내 미군 주둔 문제였다.

이스라엘과 아랍에미리트(UAE)·바레인 등 ‘수니파’ 아랍국 간의 관계 정상화를 미국이 주선해 대(對) 이란 전선 강화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대 이란 최전선’으로 여겨지는 이라크에 주둔 중인 미군의 영향력을 약화시키는 것이 이란으로서는 어느 때보다 중요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하산 로하니(오른쪽) 이란 대통령이 지난달 26일(현지시간) 이란 수도 테헤란을 방문한 푸아드 후세인(왼쪽) 이라크 외무장관을 만나는 모습. [AP]

로하니 대통령은 후세인 장관과 만난 자리에서 이라크 내 시아파, 수니파, 쿠르드족 간의 단결을 전적으로 지지하면서 “미군이 이 지역을 불안정하게 만드는 주요 원인”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페르시아만 이남에 주둔한 미군이 지역 안보와 안정에 해를 끼치고 있다”며 “미군 철수를 요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한 이라크 의회 결정을 지지한다”고 덧붙였다.

지난 1월 이란 군부 실세 가셈 솔레이마니 사령관이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미군의 공습에 폭사한 뒤 이라크 의회에선 친이란 정파가 주도해 미군의 철수를 요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한 바 있다.

이 밖에도 이란 고위 관계자들은 이스라엘·UAE·바레인 3국간 관계 정상화 내용을 담은 ‘아브라함 협정’이 “팔레스타인 국민의 권리에 대한 엄청난 배신이자 명백한 침해”라며 “팔레스타인 문제에 이슬람 세계가 침묵해서는 안 된다”며 이라크의 지지를 호소했다.

철군·대사관 철수 카드 내민 美

이란과 이라크의 밀착은 2003년 이라크 전쟁 이후 발목이 잡힌 미군이 철수를 강행하면서 보다 본격화되는 모양새다.

이라크 주둔 미군을 총괄하는 미 중부사령부는 지난 9일 이라크 주둔 미군(5200명)의 42%에 해당하는 2200명을 철수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2016년 대통령 선거운동 기간부터 중동에서 이어지는 ‘끝을 알 수 없는 전쟁’에서 미군을 철수하겠다고 내건 공약을 착착 이행하는 차원에서 진행되는 변화다.

지난 8월 20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무스타파 알카드히미 이라크 총리가 회담을 하는 모습. 트럼프 행정부는 이라크 주재 미국 대사관에 대한 민병대의 공격을 이유로 대사관 철수 계획을 이라크 정부에 경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AP]

하지만, 이라크에서 주둔하는 미군이 완전히 철수해야 한다는 게 미국의 적성국인 이란의 요구라는 점에서 해당 결정은 미국의 이해와 상충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여기에 미국 정부는 지난 27일 이라크 정부에 미 대사관과 미군에 대한 시아파 민병대의 공격이 계속되고 있다는 이유로 대사관 완전 철수 가능성을 이라크 정부에 통보하기도 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알카드히미 총리에게 철수 계획을 알렸다고 전했다. 이에 이라크 측은 “대사관 폐쇄는 미국과 이라크의 관계를 흔들려는 세력에게 부정적인 메시지를 보낼 것”이라며 “재고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라크의 바르함 살리흐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대표들은 긴급 회의를 통해 외교 안보시설 및 인력에 대한 대책을 논의했으며 공식성명을 통해 “미국과 다방면에 걸쳐 장기적으로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비록 알카드히미 총리가 친미 성향을 보이며 미국과 이란 사이에 줄타기 자주외교를 시도하고는 있지만, 외세 개입이 빈번한 이라크에서 미국의 영향력 감소는 곧장 이란의 영향력 확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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