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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포럼] 지상에서 우주까지! 나에게 맡겨다오 GPS

온 세계를 휩쓸고 있는 코로나19로 인해 일상이 마비될 지경이다. 전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 정부도 시민들도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언제쯤 상황이 끝날지 막막하다. 대응 초기 ‘K-방역’이라는 용어가 나올 정도로 정부는 신속하게 확진자의 이동 경로를 파악, 공개해 시민들 스스로 거리 두기에 동참하도록 했다. 여기 중요하게 쓰인 기술이 바로 GPS를 사용한 위치 추적 기술이다.

GPS는 전 지구 위성항법시스템(GNSS·Global Navigation Satellite System)의 일종으로 2만200km 상공에 떠 있는 항법 위성들로부터 신호를 받아 사용자의 위치와 시각을 정밀하게 결정하는 시스템이다. 미국에서 개발한 GPS에 이어 러시아의 GLONASS, 유럽의 Galileo, 그리고 중국 Beidou가 서비스 중이다. 차량 운행의 필수품 스마트폰 내비게이션을 비롯한 위치 정보를 사용하는 앱들은 휴대 전화에서 수신한 GNSS 신호로부터 사용자 위치를 결정하는데, 2017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포켓몬 고’도 이런 기술을 바탕으로 구현한 게임이다. GNSS를 바탕으로 한 시각과 위치 정보는 이미 이동통신, 금융, 교통, 측량, 운송, 선박, 항공 등 국가 핵심 인프라에 사용 중이며, 차량 자율 주행, 드론과 같이 위치 정보를 바탕으로 구현하는 모든 미래 시스템에 광범위하게 사용하고 있다. 물론 지상뿐만 아니라 지구 주위를 돌고 있는 인공위성의 위치도 바로 이 GNSS 신호를 사용해 얻는다는 사실!

그러나 여러분은 종종 내비게이션이 엉뚱한 위치를 가리키는 것을 발견할 것이다. 모든 시스템이 그렇듯 언제나 오차는 존재한다. 우주에서 오는 GNSS 신호는 지구 대기를 통과하며 몇 번이나 굴절되고 지상에 와서는 건물과 나무에 반사돼 꺾이기 일쑤다. 신호에서 거리를 계산해 위치를 결정해야 하는 우리에게는 이런 요소들이 전부 오차 유발자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들이 과학에 큰 도움이 된다.

GNSS에서 가장 심각한 오차 유발자는 지구 ‘전리권’이다. 전리권은 고도 약 50km에서 1000km에 이르는 넓은 영역으로 태양 복사선에 이온화한 전자가 밀집해 있다. 유명한 마르코니의 대서양 횡단 무선 통신 실험도 전리권이 있어 가능했는데, 지상에서 보내는 전파를 전리권이 반사해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곳까지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리권의 전자밀도가 급격하게 변할 경우, 전파를 왜곡해 통신을 교란하고 GNSS의 성능은 크게 떨어진다. 하지만 거꾸로 이 오차, 전리권에 의한 GNSS 신호 영향을 분석하면 전리권의 전자 밀도와 변화를 추정할 수 있고, 이 정보는 다시 GNSS가 좋은 성능을 발휘하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올해 유난히 길었던 장마와 경악할 만한 집중호우를 기억하시는가. 전리권을 지난 GNSS 신호는 지상에 도달하기 전 대류권을 지나면서도 굴절을 겪는데, 이 오차로부터 얻는 가강수량(Precipitable Water Vapor) 등의 정보는 기상 예측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사용한다. 이 시대의 만능 일꾼, GNSS 없는 세상은 이제 상상하기 어렵다. 한국천문연구원은 GNSS 연구의 핵심 인프라라 할 수 있는 국제 GNSS 데이터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GNSS 기술을 사용해 지구와 대기의 변화를 감시하고 자연재해에 대응하는 연구를 수행해오고 있다.

이우경 한국천문연구원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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