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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팀장시각] 9300억 나랏빚과 8만원 현금, 당신의 선택은?

4차 추경 통신비 경쟁이 막을 내렸다. 9300억원으로 사실상 전 국민에게 지급하겠다던 초안이 16∼34세 청년들과 만 65세 이상 노년층에만 지급하는 것으로 변경됐다. 이 과정에서 절약된 예산은 5200억원에 달한다. 약 2주간 계속된 2만원 통신비 정국에서 여론은 정부 여당에 우호적이지 않았다. 4인가구 기준 최대 100만원을 지급했던 총선 직전 추경 때와는 전혀 다른 반응이다. 당시 정부는 추경을 통해 마련한 약 14조원을 여론의 압도적인 지지 속에 30만원에서 100만원까지 고루 나눠서 뿌렸다.

그런데 이번에는 불과 9300억원을 쓴다고 했을 뿐인데 여론의 흐름은 전혀 달랐다. 여론조사도, 인터넷 댓글들도, 전문가들과 정치권도 거부 반응이 많았다. 2만원이 개인경제에 가져올 긍정적 효과와 단숨에 9300억원 늘게 된 나랏빚 사이에서 사람들은 미래에 대한 걱정을 앞세웠다.

4인가족 기준 100만원과 8만원이 개인에게 주는 느낌은 분명히 다르다. 100만원의 공돈은 평소 사고 싶었지만 주머니 사정상 지갑을 열 수 없었던 대형 가전이나 캠핑용품을 살 수 있을 정도의 만족감을 준다. 또 평범한 서민층에서는 한 달 치 식재료를 사고 한우도 덤으로 구울 수 있을 정도의 돈이다. 우리 아들딸들이 미래에 짊어질 짐, 더 가깝게는 당장 내년부터 늘어날 소득세, 주민세를 잠시 잊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8만원의 가치는 좀 달랐다. 특히 8만원에 ‘통신비’라는 명목을 붙이자 기대치는 더욱 낮아졌다. 스마트폰 한 대에만 들어가는 돈이 최신폰 기준 10만원을 훌쩍 넘는다. 여기에 자녀들의 키즈폰 또는 저가 스마트폰을 유지하기 위해서도 월 3만원 정도는 필요하다. 휴대폰 요금 고지서에서 빠진 8만원이 크게 고맙게 느껴질 수 없는 배경이다. 통신비가 아니더라도 8만원의 체감 효용도 크지 않다. 유명 브랜드 운동화는 10만원이 훌쩍 넘고,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을 위한 경조사비도 10만원이 기본인 시대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추경의 재원이 사실상 전액 신규 정부 부채라는 점도 사람들의 인식을 달라지게 했다. 몇배 더 큰 규모의 이전 추경을 위해 정부와 여권은 기존 예산 재편성 등으로 늘어나는 빚은 많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번에는 온전히 빚이었다. 9300억원이라는 돈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매우 많다. 나누면 1인당 2만원에 불과한 푼돈이지만, 이 돈을 모으면 김포신도시에서 인천을 지하로 가로질러 시흥까지 갈 수 있는 19㎞의 신형 고속도로 하나를 만들 수 있다.

정부에서 예비 타당성 조사까지 빼주며 적극 돕고있는 부산신항~김해 고속도로(8000억원), 울산 외곽순환도로(1조원), 서남해안 도서 지역을 연결하는 서남해안 관광도로(1조원), 세종~청주 고속도로(8000억원), 제2 경춘국도(9000억원) 등도 마찬가지다. 이들 사업이 가져오는 직간접 고용효과 또 건설경기 부양 효과는 빼고도 9300억원이라는 돈의 힘은 지금 그리고 미래에 몇 배의 효과를 가져다준다.

이번 4차 추경의 진짜 교훈도 여기에 있다. 돈을 쓰는 정치인이라면 미래 세대의 부담을 최소화하면서도 현세대의 체감 효과를 극대화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무작정 뿌린다고, 호주머니에 한 푼이라도 더 찔러준다고 만사형통인 시절은 한 번으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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