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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선업계, 수주절벽 ‘치명상’…하반기 8000여명 실직 위기
해양플랜트 프로젝트 상반기에 잇따라 종료
수주가뭄에 시달린 협력업체들 줄줄이 폐업
상반기 기능직 3000명 실직은 시작에 불과
올해가 향후 1~2년간의 일감확보 ‘골든타임’
연말까지 의미있는 수주 없으면 도크 올스톱

조선업계에 폐업과 실직 파고가 거세게 덮치고 있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부른 기록적인 수주 가뭄에 대형조선사에 딸린 협력사들이 잇따라 문을 닫으면서 고용된 근로자들도 함께 일자리를 잃고 있다. 해양플랜트 프로젝트들이 상반기를 기점으로 종료된 후폭풍이 관련 협력사들을 덮치고 있다. 올 하반기 최대 8000명가량이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번지고 있다.

10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조선업의 본진으로 불리는 경남 거제시에서는 지난해 말 이후 협력사들의 폐업이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말 거제시에 등록된 조선사 및 협력사는 265곳이었지만, 지난 7월 242곳으로 급감했다. 이 기간 거제시에 등록된 조선업 근로자는 5만8135명에서 5만2567명으로 줄었다. 5000명이 넘게 급감했다.

협력사들의 폐업은 올 하반기로 접어들며 가파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해양플랜트 프로젝트들이 종료되는 데 따른 여파가 크게 작용하고 있다. 조선사들은 2010년대 초반 사업 다각화 차원에서 경쟁적으로 해양플랜트 사업에 진출했지만, 천문학적인 손실을 입고 지속적으로 사업을 대거 축소해 왔다. 유가 급락과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발주량의 급감 또한 더해지자 사실상 수주가 전무한 상태다. 현재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은 1개 프로젝트, 삼성중공업은 3개 프로젝트만을 수주잔고로 갖고 있다. 새 일감이 없는 상황에서 기존 프로젝트가 종료되니 협력사들은 결국 현장을 떠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실제 지난 6월 대우조선해양이 카자흐스탄 TCO(텡기즈셰브로일) 해양플랜트 프로젝트를 종료하자 대우조선의 협력사수가 급감했다. 5월 121곳이던 대우조선의 사내협력사는 7월 99곳으로 줄었다. 2400명 가량의 근로자가 직장을 떠났다. 금속노조거제통영고성하청지회는 “TCO 프로젝트가 끝나면 해양플랜트 10개 하청업체가 폐업한다는 것이 기정사실로, 올 한 해 동안 대우조선해양에서 3000∼4000명의 하청노동자가 해고될 것”이라고 추산했다.

조선해양플랜트협회에 가입한 11개 대형·중형조선사와 이에 딸린 사내협력사의 통계에서도 이같은 흐름이 두드러진다. 특히 피라미드의 최하단인 협력사와 이에 소속된 기능직들의 타격이 심각하다. 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10만6498명이던 조선업 종사자는 지난 6월 10만3524명으로 3000명가량 감소했다. 이 가운데 사무관리직과 기술직은 미미하게나마 소폭 종사자가 증가했다. 이에 반해 현장의 기능직 인력은 8만4241명에서 8만620명으로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내협력사들의 폐업과 인력감축이 약한 고리인 단순 기능직들에 직격탄을 날린 것이다. 한 대형조선사 관계자는 “해양 부문의 인력들을 선박 건조 부문으로 전환해야 하지만, 선박 건조 부문 또한 일거리가 없어 전환되지 못한 해양 부문 협력사와 인력들이 퇴출을 피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연초 액화천연가스(LNG) 특수를 기대하던 조선업계는 하반기를 더욱 암울하게 보는 처지로 전락했다. 해양플랜트 사업 종료와 더불어 지속된 수주 가뭄으로 선박 부문의 일감 또한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세계 선박 발주량은 코로나19 여파로 작년 같은 기간 보다 54% 급감해 있다. 이 마저도 8월까지의 누적 수주량에서 한국은 중국에 뒤진 2위다. 하반기 모잠비크와 러시아 등에서 LNG 선박의 대규모 수주를 기대하고 있지만, 수주 선박이 도크에서 실제 건조되기까지는 일정 기간 공백이 불가피하다. 조선업 수주는 통상 1~2년 후부터 실질적인 일감이 확보로 이어진다. 조선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일감이 바닥을 치고 있던 터라 조선업계에 2020년은 매우 중요한 한 해 였다”라며 “올해 수주를 해 일감을 확보해놔야 앞으로 현장의 일거리가 이어질 수 있었는데, 코로나19로 인한 수주절벽은 조선업계에 상당히 뼈아픈 타격을 안기고 있다”고 말했다.

조선업계는 이런 이유로 거제시에서만 하반기 8000명이 일자리를 잃을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있다. 더 나아가 올 연말까지도 의미 있는 수주실적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내년 이후에는 말 그대로 도크가 비어버리는 최악의 국면을 맞게 될 것이라 우려한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국제유가의 반등이 없는 상황에서 물동량 또한 늘지 않고 있어 조선업은 구조적인 위기에 처해 있다”이라며 “세계 경기가 반등하기까지는 뚜렷한 해법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순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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