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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력범죄 추정 피의자 신상정보 공개 ‘명예훼손죄’ 범위 대법·헌재 판단은?
대법, 명예훼손죄 ‘공연성 인정’ 전합 심리
헌재는 ‘사실적시’ 형법 제307조 공개변론

최근 성범죄자와 아동 학대 등 강력범죄자로 추정되는 인물의 신상정보를 공개하는 ‘디지털 교도소’가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에서 명예훼손죄 성립 범위를 어디까지 허용할지에 관해 심리 중이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은 지난 2월 20일부터 명예훼손과 관련된 두 개의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하고 심리 중이다. 대법원은 오는 17일 전원합의체에서 두 개 사건을 이어서 심리하는 한편, 또 다른 명예훼손 사건을 추가 회부해 함께 심리한다. 선고 일정은 아직 정하지 않았다.

세 사건은 명예훼손죄에 있어 ‘공연성’과 관련이 있다. 현재 판례대로라면 한 사람에게만 전달해도 나중에 유포될 가능성이 있다면 처벌이 가능하다. 하지만 판례가 바뀐다면 명예훼손죄는 다수에게 유포한 경우에만 한정해 성립한다. 전원합의체에서 심리 중인 사건은 피해자에 대한 험담을 제3자에게 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세 사건의 피고인들은 그 말을 전해들은 사람들이 험담을 전파할 가능성이 작아 ‘공연성’이 낮다고 주장했으나 모두 인정되지 않고 징역 6월, 벌금 70만원, 벌금 200만원이 각각 선고됐다.

기존 대법원의 판례에서 ‘공연성’ 은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비록 개별적으로 한 사람에 대해 사실을 유포했다 하더라도 그로부터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있다면 공연성의 의미를 충족한다고 본다. 대법원은 이번 전원합의체에서 전파 가능성이 인정되면 공연성을 인정할 수 있다는 종전 판례를 변경해야 할지를 두고 심리 중이다.

헌법재판소는 허위가 아닌 사실을 알린 경우에도 명예훼손죄로 처벌하는 게 위헌인지를 심사하고 있다. 이른바 ‘사실 적시 명예훼손’을 규정하는 형법 제307조는 ‘공연히 사실을 적시해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를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 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진실이라면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는 것으로 추정돼야 하고, 원칙적으로 범죄를 구성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헌법소원을 낸 청구인 측의 주장이다. 반면 공표된 사실이 객관적 진실이더라도 개인이 숨기고 싶은 병력이나 성적 지향, 가정사 등의 사생활을 공표하는 경우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에 대한 침해라는 반론도 적지 않다.

최근 논란이 되는 ‘디지털 교도소’ 는 채정호 가톨릭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에 대해 ‘성착취물 자료 등을 구매하려 했다’고 공개했으나 경찰 수사 결과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져 비판받고 있다. 최근에는 디지털 교도소에 의해 신상이 공개된 고려대 재학생이 스스로 극단적 선택을 했다. 지난 7월에는 격투기선수 출신 김모 씨를 ‘밀양 여중생 집단성폭행 사건’의 공범이라고 공개했으나 이후 동명이인이라는 사실이 확인됐다. ‘디지털 교도소’ 운영자로 알려진 일명 ‘박 소장’ 은 스스로를 ‘연쇄 사실 적시 명예훼손범’ 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디지털 교도소’ 는 전날부터 폐쇄된 상태다.

김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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