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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상임금·임단협·노동이사제 도입…노조리스크에 포위된 재계
대법 “통상임금 정기상여금 포함”
인건비 8조8000억 추가 부담 전망
노조, 분위기 타고 임단협서 공세
해고자 노조가입시 노사관계 우려
기아차 소하리 공장 차체라인 모습. [기아차 제공]

지난 20일 기아자동차의 통상임금 소송에서 대법원이 노조의 손을 들어주면서 재계 전반에 노조 리스크가 확산하고 있다. 이번 대법원의 판결은 다른 기업들의 통상임금 소송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또 진행 중인 임금협상과 맞물리며 기업에는 또 다른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재확산으로 경영 환경이 어려운 상황에서 이번 대법원 판결은 노조에 힘을 실어 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인건비상승→수출감소→외국인 투자 저하= 기아차가 최종적으로 통상임금 소송에서 패소하면서 올해부터 내년까지 이어질 유사 통상임금 소송에서 재계는 불리한 위치에 서게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현재 대법원에는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 아시아나항공, 한국GM, 금호타이어 등의 유사 통상임금 소송 등이 계류돼 있다. 법원이 주요 대기업들에 대해 사측의 부담이 적다는 이유로 노조의 손을 들어 주는 추세여서 이들 대기업들 가운데 상당수가 막대한 소송 비용 부담을 안게될 것으로 점쳐진다. 현대중공업그룹의 경우 예상 지급 비용은 6000억원이 넘는다.

재계는 소송 비용 뿐만 아니라 기업들은 인건비 상승과 이에 따른 수출경쟁력 감소, 외국인 투자 유인 저하 등의 후폭풍에도 직면하게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통상임금에 정기상여금 등을 포함해 임금항목의 범위가 확대될 경우, 기업들이 지급하는 각종 수당들이 연쇄적으로 늘면서 인건비 부담이 크게 늘어나는 구조가 강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경영자총협회와 한국노동연구원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통상임금 범위 확대로 연간 한국 기업의 임금이 2.0%에서 최대 9.1% 상승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를 연간으로 따지면 기업의 연간 추가 임금 부담액은 최대 8조8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기업들의 불확실성이 증폭되면서 재계는 통상임금 소송에서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을 판단하는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에 대한 명확한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기업들의 경영난 여부에 따라 통상임금 청구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 ‘코로나19 재확산’, 임단협 등 악재 중첩=통상임금 소송에서 노조의 승리는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재계는 올해 임단협에서 노조의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통상임금 소송을 진행 중인 금호타이어 노사는 협상 초반부터 신경전을 지속하고 있다. 최대주주인 더블스타의 결정권에 대한 견해차부터 비정규직지회의 법인계좌 압류에 따른 매출 하락 가능성 속에서 성과급 규모도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금호타이어 노조가 요구한 임금 인상안은 기본급 월 12만304원(5.34%)이다. 여기에 이번 판결로 통상임금 소송 해결과 최저임금 재산정 등 별도 요구에 대한 사측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통상임금 승소로 탄력을 받은 기아차 노조는 오는 27일 상견례를 시작으로 임단협 교섭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금속노조 지침에 따른 기본급(12만304원) 인상과 전년도 영업이익(2조97억원)의 30% 성과급 지급이 노조의 요구안이다. 노조는 이번 소송 승소를 발판 삼아 사측을 적극적으로 압박한다는 전략이다.

추석 전 타결을 목표로 교섭 중인 현대차는 4차 산업과 미래차 시대를 대비한 설비 보강 등이 핵심이다. 노조는 내년 1월 들어서는 전기차 전용라인 외 추가 전기차 전용공장 지정과 자동차 복합비전센터 건립 등을 주장하고 있다.

현장직원과 사무직 일부의 통상임금 소송을 진행 중인 한국지엠 노사도 교섭 타결에 속도를 내고 있다. 카허 카젬 사장은 지난달에 이어 21일 창원사업장을 찾아 투자상황을 점검하고 임단협 6차 교섭을 진행했다.

현대중공업은 해를 넘겨 진행 중인 지난해 임금협상이 여전히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현대중공업노사는 임협에서 지난해 5월 벌어진 회사 법인분할(물적분할) 반대 파업에서 불거진 폭력 사태에 대한 노조원 징계 문제로 대립하고 있는 상태다.

한편 통상임금 소송 판결 결과로 우위를 점한 노동 환경으로 향후 개정 노조법 처리에도 속도가 붙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당장 해고자·실업자의 노조가입 허용은 노사 관계의 악화에 결정적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 최근 더불어민주당이 문재인 대통령의 주요 공약인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을 다시 추진하고 나서며 재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개정안의 핵심은 공기업·준공공기관 상임이사 중 2명 이상을 노동이사로 배정하도록 의무화하는 것이다. 이들은 상임이사로서 이사회 임원으로 참여해 의결권을 행사하게 된다. 이에 따라 노조의 경영간섭 우려가 커지면서 노사 갈등을 키울 것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순식·정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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