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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악화일로 한-일 갈등…‘벽’이 된 ‘문’ 언제 열리나
양국 정부 ‘대화 해결’ 강조…내부선 강경
日, 전문인력 대폭 보강 ‘WTO 분쟁’ 준비
지소미아·자위대 선제공격 논란 얽히고설켜
징용 배상문제도 민감…협상까진 산넘어 산

올해로 75주년을 맞는 광복절, 치유되지 못한 과거사가 한일관계 미래를 어둡게 한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3년 3개월, 한일 위안부 합의 무력화와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을 계기로 한일관계는 악화일로다. 역사 문제에 따른 정부간 갈등이 ‘경제전쟁’으로 옮겨붙었고, 꾸준히 명맥을 이어온 한일 대북공조마저 위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면에서는 인적 왕래마저도 끊긴 상태다. 한국인이 광복절로 기리는 8월 15일은 일본인에게는 태평양전쟁 ‘패전일’로 기억된다. 15일 광복절, 한일관계는 또 한 번 중대 고비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매년 8월이 되면 한일 관계가 경색돼 ‘8월 위기설’까지 자주 오르내렸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일본이 8월에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 배제를 강행했고, 우리 정부도 지소미아 종료 통보를 하며 경제 갈등을 넘어 안보 갈등까지 확전됐다. 올해는 지난해와는 분위기가 다르지만, 여전히 여러 뇌관이 남아있어 조심하며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좀처럼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한일 관계를 두고 정부 고위 관계자는 “기회라고 생각했던 순간마다 일이 잘 풀리지 않았다”며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 관계자는 “문재인 대통령도 원래 올해로 예정됐던 도쿄 올림픽에 맞춰 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감을 가지고 있었다”며 “지난해 한중일 정상회의 이후 좀처럼 대면 협의 기회도 만들지 못하고 있어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양국 정부가 ‘외교적 대화를 통한 해결’을 강조하고 있지만, 내부에서는 강경 메시지가 점차 힘을 얻으며 지난해에 이어 다시 ‘8월 위기설’이 제기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당장 지난해 양국 정부간 합의로 임시 봉합됐던 일본 정부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 문제는 세계무역기구(WTO) 테이블에 오른 상황이다. WTO가 지난 7일 공개한 분쟁처리소위원회(패널) 회의 요약본에 따르면 일본 측은 “군사적으로 전용할 수 있는 품목에 대해 국제적 관행에 따라 통제에 나선 것일 뿐”이라는 지난해 입장을 되풀이했다. 국가 안보에 따라 수출을 통제할 수 있다는 내용의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 21조를 들고 나온 것이다.

일본은 그간 우리 정부가 WTO 제소 절차 재개를 예고하기 전부터 패널을 대비해왔다. 당장 일본 외무성 국제법국에 WTO 분쟁 등을 담당하는 ‘경제분쟁처리과’를 신설했고, 관련 인력도 50% 가까이 확충했다. 지난해 4월 WTO에서 일본산 수산물 수입 금지를 두고 한국과 대치했을 당시 역전 패소한 데 따른 조치였다. 부서 내에는 아예 한국과의 분쟁을 담당하는 전문 인력도 신규 채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외교 소식통은 “일본이 사실상 경제 분야에서의 외교적 대화보다는 실력 대결로 방향을 틀었다고 봐야 한다”며 “일본이 다자 무대에서 한국과의 분쟁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커진 상황에서 한국 역시 같은 수준의 준비와 대응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매년 반복되고 있는 일본과의 안보 갈등도 수위가 점차 높아지는 모양새다. 지난 2018년 일본 해상자위대 소속 초계기가 한국 해군 함정에 대해 저공 위협 비행을 하며 높아졌던 갈등은 지난해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ㆍ지소미아) 종료 논란에 이어 최근 일본 자위대의 선제공격 논란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 정책 재검토를 조건으로 한국 역시 지소미아 종료 효력을 중단했지만, WTO 제소 절차가 재개되며 정부는 “언제라도 즉시 종료할 수 있다”며 강경한 입장을 유지 중이다.

김인철 외교부 대변인은 오는 23일로 예정된 지소미아 종료 통보 시한에 대해 “협정을 1년 마다 연장하는 개념은 현재 적용되지 않는다” 며 “날짜에 구애받지 않고 우리 정부가 언제든지 종료 가능하다.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 철회 동향에 따라 이 같은 권리의 행사 여부를 검토해 나간다는 입장에는 지금도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도 최근 자위대의 선제공격 논란에 대해 “한국의 양해를 받을 필요가 없다”며 한국을 자극하고 나섰다.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방위상은 최근 자위대의 ‘적 기지 공격 능력’ 문제와 관련, “왜 한국의 양해가 필요한 것인가. 우리나라의 영토를 방어하는 것인데”라고 발언했다. 사실상 일본 자위대가 북한의 핵 위협을 이유로 한반도에 대한 선제공격에 나설 수 있다는 발언으로, 한국은 “논평할 가치도 없다”는 입장이지만, 내부적으로 일본 측의 강경 발언에 불만을 보이고 있다.

한일 간 강경 메시지가 이어지며 대화의 여지는 더 줄었다. 일본 측은 한국의 WTO 제소 절차 재개에 반발하며 “이런 상황에서 한일 정책대화를 계속할 수는 없다”며 사실상 중단을 일방 통보했고, 안보라인 역시 지소미아 중단 논란 이후 사실상 멈춘 상태다.

국장급 대화를 정례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외교당국 역시 대화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당장 ‘가장 중요한 문제’로 거론되는 강제징용공 배상 문제를 두고 양국이 1년 넘게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양국은 한국 법원이 강제징용 피해 배상을 위해 압류한 일본 전범기업의 국내 자산이 현금화되기 전까지 해결책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는 입장이지만, 양국 정부는 현금화가 현실화할 경우를 대비한 보복 방안을 함께 준비하고 있다. 유오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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