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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가사키 원폭 75주년…“극초음속 미사일·AI 발달로 핵전쟁 위험 어느 때보다 높아”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 경쟁, 핵보유국 ‘오판’ 가능성 높여
사이버전 능력 강화로 핵전쟁·재래전간 구분 잠식 위험 ↑
핵전쟁 관련 빅데이터 기반 부족… AI 기술, 불확실성 ↑
(좌측부터)1945년 8월 6일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자폭탄 '리틀보이(Little boy)'에 의해 발생한 버섯구름과 사흘 뒤 나가사키에 투하된 원자폭탄 '팻 맨(Fat man)'에 의해 발생한 버섯구름의 모습. [위키백과]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75년 전 오늘인 1945년 8월 9일 오전 11시 2분. 일본 나가사키에는 인류 역사상 두 번째 원자폭탄인 ‘팻맨(Fat man)’이 투하됐다.

불과 한 발의 폭탄에 나가사키시는 순식간에 잿더미가 됐고, 4만~7만5000명에 이르는 사람이 즉사했으며 1945년 말까지 총 8만여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사흘 전 히로시마를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만든 인류 역사 최초의 원자폭탄 ‘리틀 보이(Little boy)’로 인한 피해자 수까지 더하면 핵무기 공격으로 인해 2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이후 75년간 전 세계 핵보유국들이 갖고 있는 핵무기의 개수는 크게 증가했고, 파괴력 역시 실제 사용된 두 차례의 원자폭탄들과 비교할 수없이 향상됐지만, 핵무기의 파괴력을 몸소 실감한 인류는 이후 단 한 번도 실전에서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미국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에 따르면 일부 전문가들은 인공지능(AI), 사이버전 기술 등이 크게 발전한 현재 시점이 과거 핵전쟁 문턱까지 다가갔던 1962년 쿠바 미사일 사태 이후 핵무기 사용 가능성이 가장 높아진 때라고 분석하고 있다.

안토니오 구테흐스 UN 사무총장도 “핵무기가 의도적, 우발적 또는 착오로 사용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며 그 배경으로 핵보유국 간의 관계가 불안정한 대립으로 치닫고 있는 점을 거론했다.

‘계산 착오’ 가능성 높이는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 경쟁

그동안 핵보유국 간의 ‘상호확증파괴(MAD)’ 전략을 바탕으로 한 ‘핵균형’이 이들 사이의 긴장을 완화시켜주는 역할을 해왔다.

MAD란 적이 핵 공격을 가할 경우 적의 공격 미사일 등이 도달하기 전, 또는 도달한 후 생존해 있는 보복력을 이용해 상대편도 전멸시키는 보복 핵전략이다.

하지만, 1년 전 미국이 중거리핵전력조약(INF)을 탈퇴한 데 이어 미·러간 핵군축을 규정한 ‘신전략무기감축협정(뉴스타트, New START)’이 내년 2월 만료됨에 따라 세계 최대 핵무기 보유국들의 핵 개발 경쟁을 제어할 안전망이 하나씩 사라지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 전문가들은 핵보유국들이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이 오판을 부를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극초음속 미사일 상상도 [폭스뉴스]

극초음속 미사일이란 보통 ‘마하 5(음속의 5배)’가 넘는 미사일을 뜻한다. 빠른 속도 때문에 현재 기술로는 요격이 쉽지 않다.

어니스트 모니즈 전 미 에너지부 장관은 “불행히도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은 오판부터 핵 공격으로 인한 실제적 피해가 발생하기까지 이르는 시간을 짧게 만들었다”며 “상호확증파괴 전략 역시 더 빠르게 시행될 가능성도 높아졌다”고 말했다.

격화되는 사이버전…핵균형 무너뜨릴 수도

점차 정교화되고 있는 사이버전의 격화 역시 핵전쟁의 위험성을 직접적으로 높일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사이버전을 통해 핵보유국의 지휘 통제 시스템을 교란시키는 데 이용될 경우 핵전쟁과 재래전 사이의 구분을 잠식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실제 주요 핵보유국 간에는 상대국의 핵무기 및 핵시설을 대상으로 한 사이버전이 활발히 진행 중이다.

대표적으로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 핵시설을 공격·마비시키기 위해 ‘스턱스넷(Stuxnet)’ 바이러스를 퍼뜨렸다. 또, 러시아 해커들이 미국 원전을 해킹했고, 중국 해커들이 미군에 대한 사이버전을 벌인 사실도 알려졌다.

[AP]

미국 싱크탱크 ‘뉴 아메리카’의 대테러 전문가 P.W. 싱어는 “미래의 전쟁에선 사이버전이 활발해지며 현재 전쟁 지휘에 있어 예측 가능하다 여긴 부분들을 모조리 뒤흔들어 놓을 것”이라며 “예측 가능성에 의해 유지되고 있는 핵균형까지도 훼손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오판 방지 vs 불확실성 증대…AI의 양면성

일각에서는 AI의 발전이 핵균형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악시오스는 AI 발전이 적의 핵무기를 더 효과적으로 무력화시키는 데 도움을 줄 것이며, 잠재적으로 핵무기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핵보유국들이 선제 핵타격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AI를 충분히 훈련시킬 실제 핵전쟁 데이터가 부족하다는 점도 불확실성을 증폭시키는 주요 요인이라고 지적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미 해군 소속 잠수함이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발사하는 모습. [미 해군]

미국 싱크탱크 랜드(RAND)는 지난 2018년 작성한 보고서에 “AI가 불확실성을 증폭시키는 방향으로 작동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핵균형의 불안정성을 증대시키고 있다”며 “핵균형 상태를 유지하는 데 AI 시스템이 효과적일 것이란 믿음을 바탕으로 한 군사 전략의 결과는 재앙이 될 수도 있다”고 썼다.

다만, 싱어는 “AI 기술의 발달이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인간의 실수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고 강조했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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