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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H농협도 결국…비상식량 꺼내는 생보사들
채권을 매도가능증권으로 처리
현금 없이 회계상 이익만 늘어

생명보험사들이 비상식량 봉투를 뜯고 있다. 회계상 만기보유로 분류했던 채권을 매도가능증권으로 바꿔 처리하는 방법이다. 지난 수년간 금리가 낮아진만큼 평가이익이 발생하면서 자본비율을 높이는 효과가 발생한다. MBK파트너스가 높은 값을 받고 오렌지생명을 신한금융에 매각해 ‘떼돈’을 벌 수 있었던 비법(?)이기도 하다. 하지만 실제 현금흐름이 발생하는 게 아닌데다, 한번 기준을 바꾸면 5년간 기준을 되돌릴 수 없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NH농협생명은 올 연간재무제표부터 만기보유증권을 매도가능증권으로 바꾸기로 했다. 지급여력(RBC) 비율을 높이기 위해서다. 자본확충을 위해 유상증자 방식도 고려했지만, 일단은 재분류 작업으로 급한 불을 끄기로 했다.

농협생명이 보유한 만기보유증권은 33조 4000억원 수준이다. 재분류 작업은 이중 일부를 할 수 없고 전체에 시행해야 한다. 매도가능증권이 33조원 더 생길 수 있다. 이 경우 농협생명 RBC비율은 160%포인트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DGB생명도 최근 만기보유증권 4조원 전액을 매도가능증권으로 재분류했다. 이 조치로 RBC비율은 지난 3월말 187.54%에서 6월말 325.25%로 137.71%포인트 뛰었다.

상대적 고금리이던 시절 매입했던 만기보유증권을 매도가능증권으로 다시 분류하게 시가평가를 해야 한다. 금리가 떨어진 수준과 비례에 평가이익이 발생한다. 회계상 이익이 발생, 자본이 늘어난다.

지난해부터 생보업계 만기보유증권은 줄어들고, 매도가능증권은 늘어나고 있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5월 기준 매도가능증권은 345조1911억원, 만기보유증권은 173조5824억원이었으나, 올해 5월엔 각각 413조2350억원, 137조2986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기준으로 RBC비율이 200% 아래였던 곳은 DB생명(189.8%), 농협생명(192.7%), DGB생명(193.1%), IBK연금보험(195.8%) 등이다. 모두 만기보유증권으로 분류한 곳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결국 미래손익을 단기손익으로 끌어오는 회계상 작업인데, 금리가 낮아지는 국면에서는 약이 될 수 있지만, 금리가 반등하면 독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홍태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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