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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유세보다 무서운 양도세”…12·16 학습효과 ‘버티기’ 매물잠김
-6·17로 내놓으려던 법인매물 양도세 중과로 도로 들어가
-다주택자 핵심지 빼고 수도권 외곽만 팔 것
-서울 vs 지방 수도권 부동산 시장 양극화 심화 예고
-강남권에선 “급매잡자” 매수 대기 수요 움직임

[헤럴드경제=성연진 기자] “6·17대책으로 법인 규제하니까 ‘팔아야 하나’는 문의가 늘었었죠. 그런데 이번에 양도소득세 중과되면서 다시 쏙 들어갔어요. 자산가들은 보유세보다 양도세를 더 무서워해요. 안 그래도 매물 없었는데, 이제 씨가 말랐어요. 하지만 살 사람은 계속 문의가 와요. 급매 나오면 사겠다는 거예요. 이래서 집값이 잡히겠어요? (서초구 반포동 A 공인중개업소)

역대급 증세 정책이 나온 7·10대책 발표 이후 강남권 부동산 시장은 관망세로 돌아섰다. 보유세와 양도세를 동시에 강화하면서 매물을 거두고 기다리고 있다. 실제 거래를 다루는 공인중개업소와 부동산학을 연구하는 교수진 모두 이번 정부의 증세안을 두고, “거래는 죽이고 집값은 못 잡는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다만, 다주택자가 서울 핵심지가 아닌 수도권이나 지방 아파트를 먼저 처분하면서 오히려 해당지역 아파트값 하락이 나타날 수 있다고 전했다. 양극화가 다시 우려되는 부분이다.

서울 송파구 아파트 전경. 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청와대 참모처럼, 강남 두고 지방 먼저 판다

박선호 국토교통부 1차관은 15일 한 라디오 방송에 나와 “7·10대책에 의해 세부담이 강화된 다주택자는 조정대상 지역의 2주택, 전국적으로 3주택 이상자로 20만명 정도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20만명 가운데 서울 강남에만 다주택을 보유한 자산가는 많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가격대가 다양한 다주택자는 ‘싼 집부터’ 팔기 마련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 교수는 “강남에만 두세 채 가진 사람은 강남 집을 팔겠지만, 정부가 22번의 부동산 대책을 내놓는 동안 그런 사람들은 크게 줄었다”면서 “다주택자들이 투자한 집은 갭 투자가 용이한 수도권이나 지방이 더 많은데, 세금을 올리면 지방 아파트가 더 타격을 입고 양극화가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규제가 강화된 법인도 분위기는 비슷하다. 앞서 다주택자가 절세 목적으로 법인 거래를 활용한다는 지적이 일자 정부는 6·17대책을 내놓으며 법인 보유 주택의 종합부동산세 합산 배제 혜택을 없앴다.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법인 거래가 있긴 했으나, 이 일대는 워낙 값이 비싸기 때문에 보통 한 채 매수에 그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반면 인천 검단 등 수도권 일부 지역에선 갭이 3000만원가량인 곳도 있어 3억원으로 10채 가까이 법인 거래하기도 했다”면서 “그 물량이 한꺼번에 나오면 강남 집값은 놓치고 지방 집값만 악화될 수 있지 않겠나”고 지적했다.

사지도 팔지도 못하고 세금만 낸다면, 차라리 증여

어차피 양도세를 내야 한다면 차라리 증여세를 내고 물려주겠다는 이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도 이 같은 움직임을 예상하고 증여 취득세율을 올리는 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정은 증여취득세율을 12%까지 올리는 안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현행(지방세 등 포함해 4%)보다 3배 높다.

전문가들은 시장을 마음대로 조정하려는 땜질식 규제에 고개를 저으면서,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 교수는 “정부는 22번의 부동산 정책을 내놓으면서 국민이 오히려 정책을 불신하고 둔감하게 만들었다”면서 “어차피 상속해야 할 물건이라면 증여 취득세가 양도세만큼 높아지더라도 증여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현장에서도 같은 이야기를 한다. 고속터미널 인근 공인중개업자는 “양도세 계산기를 두드려보고 세금이 확 오르니까 ‘못 판다’는 고객들이 많다”면서 “매물잠김은 더 심해질 것”이라고 전했다.

서울 서초구 아크로리버파크 전경. 지난 4일 84㎡(전용면적)가 33억5000만원에 거래되며 다시 3.3㎡당 1억원 가까이 가격이 올랐다. 성연진 기자/yjsung@heraldcorp.com

시세보다 2억 싼 급매 나온 지 1시간만에 입금...12·16 학습효과에 “급매 잡자”

대규모 증세에도 매수 대기 수요는 적극적이다. 서초구 잠원동의 래미안신반포팰리스 84㎡는 13일, 급매물이 나온 지 1시간 만에 팔렸다. 호가는 26억원대지만 전세 끼고 24억5000만원에 나온 매물은, 바로 입금이 이뤄졌다.

실제 지난달부터 매수 수요 움직임은 탄력이 붙었다. 아크로리버파크 84㎡는 지난 4일 33억5000만원에 실거래되며, 다시 3.3㎡당 1억원 가까이에 팔렸다.

관련업계는 12·16대책 이후 15억원 이상 초고가 아파트의 대출 규제가 이뤄지자, 급매를 기다리던 대기수요의 학습효과가 이뤄진 것으로 보고 있다. 6월 1일 보유세 부과 기준일 직전 강남권에서 2억~3억원 떨어진 값에 급매물이 나왔지만, “더 떨어질 것”이라고 때를 놓친 매수 대기 수요가 적극적으로 매수에 나서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5월 떨어지던 거래가는 지난달 낙폭보다 더 오르며 전고점까지 오르거나 넘어서고 있다.

서울 반포의 래미안퍼스티지 종합상가 내 공인중개업소 측은 “5월에 전문직으로 보이는 3040세대들이 무리지어 급매물을 찾곤 했는데, 막상 거래로 이어지진 않았다”면서 “급매물이 나오면 연락달라는 문의가 끊기지 않고 있는 것을 보면, 규제가 나올수록 ‘빨리 사자’ 성향이 강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yjsu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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