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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속으로] 효창공원에서 다짐해보는 일터혁신

매일 이른 아침 효창공원에 오른다. 노사발전재단에 출근하면서부터 생긴 일상이다. 서울 용산에서 태어났지만 효창공원이 어디에 있는지 솔직히 잘 몰랐다. 그러다 최근에서야 처음 가본 효창공원은 신선한 아침공기도 공기지만, 무엇보다 백범 김구 선생을 비롯해 윤봉길, 이봉창, 안중근 등 애국지사들이 잠들어 계신, 유서 깊은 사적지다.

나라를 되찾고자, 좋은 나라를 만들고자 뜨겁게 피 흘리고 산화하신 선열들이 지켜보실 지금의 대한민국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우리나라는 헤아릴 수 없는 위기를 극복하며 세계 7번째로 30-50클럽에 가입하고 비로소 선진국의 문턱에 들어섰다. 그런데 갑자기 코로나19가 우리를 힘겹게 한다. 어렵사리 상승 기조로 돌려놓은 일자리 지표들이 속절없이 무너진다. 자영업자들이, 중소기업이 힘들고, 비정규직 등 취약노동계층이 누구보다 큰 타격을 입고 있다.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데, 예서 중단할 수는 없다. 다시 희망을 이야기해야 한다. 얼마 전 노사상생형 일자리 컨설팅 협약 체결을 위해 찾았던 전주시는 위기 상황에서 ‘해고 없는 도시’를 선언하고 노사정이 힘을 모으고 있다. 용인시는 ‘고용 차별 없는 도시’를 만들겠다고 선포했다. 해고와 차별은 순탄한 시기에도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그런데도 지자체를 중심으로 오히려 새로운 결의를 다지고 있는 것이다.

갤럽의 짐 클립턴 회장이 6년간에 걸쳐 전 세계 150개국의 리더를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모든 지도자의 최대 관심사는 일자리인 것으로 나타났다. 가히 ‘일자리 전쟁(Coming Jobs War)’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앞으로의 세상에서 일자리 창출의 3대축은 지역(도시), 대학(기업가 정신) 및 지역사회의 리더가 될 것이며, 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과 신생기업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기 그러한 사례들이 있다. 충북 오창의 W기업은 3조2교대 사업장이었다. 노동시간을 줄이고 새로운 도약을 위해 4조3교대제로 개편했다. 그 과정에서 노사 간 투명한 대화가 오갔다. 교대제 개편에 따라 직원이 늘어나면서 고통 분담 또는 상생 차원에서 줄어든 노동시간만큼 임금도 일부 줄이기로 했다. 그런데 노동시간이 줄면서 직원들의 공정 개선에 대한 의견이 쏟아졌다. 그 결과, 불량률이 획기적으로 떨어지고 생산성이 올라갔다. 2년 만에 손익분기점을 돌파하고, 3조2교대 시절보다 임금도 오르고 직원도 늘고 회사도 성장하는 놀라운 성과를 낳았다.

경기도 시흥의 D기업 또한 이전의 3D공장에서 탈피해 자동화 등 전체 공정을 개선하는 스마트공장의 선두에 섰다. 직원들의 적극적 참여하에 생산성이 늘면서 일반적 예상과는 달리 오히려 직원 수가 더 늘었다. 무리하게 힘을 쓰지 않아도 되니 경력 단절 중년 여성들이 몰려들었다.

이제 인건비 절감형 장시간 노동의 시대는 저물고 있다. 우리보다 저임금으로, 노동력이 넘치는 후발개도국이 너무도 많기에 과거 방식으로는 더는 국제무대에서 경쟁력이 없다.

그래서 일터의 스마트화와 사람의 스마트화가 결합된 일터혁신에 대한 고민과 실천이 필요하다. 외국인 노동자를 쓰면서도 늘 채워지지 않는 일자리가 10만개가 넘는 우리의 현실에서, 무엇보다 저출산·고령화가 급격히 진행되면서 능력 있는 중장년이 넘쳐나는 상황에서, 고용과 국가발전의 근간인 중소기업을 갈 만한 곳으로 만들고 생산성을 높이고 노사가 함께 상생 발전하기 위해서는 ‘참여와 소통’을 근간으로 하는 일터혁신이 필요하다. 상생형 일자리, 산단 대개조 등 정부의 핵심 사업 또한 일터혁신을 근간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일터혁신은 지역 주도이기도 하고, 노사가 터놓고 대화하고 협력하는 동반자 관계의 보편화이기도 하다. 노사발전재단이 가진 사업과 역량을 최대한 결집해 이런 변화를 이끄는 데에 앞장서겠다. 효창공원은 번번이 이런 다짐을 하는 곳이 됐다.

정형우 노사발전재단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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