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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본,1류국가에서 2류국가로?
美국제전략분석가,기로에 선 日 분석
리먼 쇼크, 동일본대지진 민낯 드러내
인구변동, 정부 부채, 관료주의 지적
유권자 정치 냉소주의·안일함 더 문제

'평화헌법'은 中·韓에 대한 위기의식 발로
韓日 닮은꼴…우호적 관계 더 이득 조언도
“아베 정부 시기는 일종의 막간에 해당하며, (…)전통적인 강대국주의자가 마지막으로 애를 쓰는 순간이다. 이들은 일본이 구조적 제약과 태도적 장벽이 결합해 자신들이 바라는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되고 그렇게 하려는 의지마저 꺾여버린 현실 앞에서 좌절할 것이다.”(‘피크 재팬’에서)

최근들어 일본의 쇠퇴를 기정사실화하며 그 원인을 분석하는 연구들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손꼽히는 동아시아 국제전략분석가인 브래드 글로서먼 대마대 객원교수가 일본은 정점을 찍고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고 진단한 ‘피크 재팬(Peak Japan’)(김영사)을 펴냈다.

글로서먼은 이론과 단순 데이터 중심의 국제문제전문가들과 달리 30년 가까이 일본에서 저널리스트로 활동하면서 정치인부터 학자와 평범한 시민, 시민단체까지 수많은 사람들을 만난 경험을 바탕으로 일본의 심층을 분석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그가 본 현재 아베의 일본의 모습은 경제 실패, 정치적 냉소주의, 현실 안주 등으로 요약된다. 역삼각형의 인구 피라미드 같은 구조적 문제에 미중무역전쟁, 소비세 인상 등으로 경기위축이 더 심해진 상황에서 도쿄올림픽을 통해 경제활성화를 꾀하려 했지만 코로나19로 더 악화된 상황임을 직시한다.

이런 결과를 저자는 일본 사회에 오래 누적된 구조적인 문제로 보면서, 네 개의 핵심키워드를 통해 정치· 경제 ·외교 안보· 사회 전반에 총체적인 분석을 시도한다.

더이상 예전의 일본이 아니라는 뼈아픈 인식을 하게 된 첫번째 충격으로 저자는 리먼 쇼크를 든다. 버블 붕괴후 오랜 후유증에 시달린 일본은 2000년대 초 경기회복의 신호탄을 쏘아올리지만 2008년 세계 금융위기에 내몰리면서 경기침체가 더욱 악화된다. 저자는 그 원인으로 국가부채, 기업 파산을 막는 조치에 따른 좀비기업과 초과설비, 디플레이션에 고령화와 인구감소라는 구조적인 문제와 정치적 리더십 부재 등을 꼽는다. 이를 해결하려면 전면적인 개혁이 필요하지만 누구도 감당하려 하지 않는 게 문제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병들고 노회한 일본호는 뚜렷한 해답을 찾지 못한 채 ‘새로운 잃어버린 30년’을 보내고 있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저자의 지적은 우리에게도 시사점을 주는데, 2008년 금융위기 직후 일본 경단련이 위기 이후를 대비한 ‘신성장전략’을 소개한 대목은 주목할 만하다. 이 자료는 일본이 세계 불황의 충격을 주요 선진국 보다 가장 심각하게 받았다고 경고하고, 국내 수요와 인구 감소라는 부적절한 성장 요인에 시달리고,기업들의 생산기지가 공동화하면서 산업이 취약해졌으며, 사회 및 경제 시스템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인력을 확보하기가 어려워졌다는 점을 지적한다. 일본산업이 교착상태에 빠졌다는 지적이다.

또 다른 충격은 자민당에서 민주당으로의 교체로, 일본 국민의 정치적 무관심을 낳은 결정적 사건으로 꼽힌다. 대중적 지지를 받았던 고이즈미 준이치로 이후 자민당은 구태의연한 원래 모습으로 돌아오는데, 실망한 국민들은 2009년 자민당 지배체제를 종식시키게 된다. 그러나 처음으로 집권세력이 된 민주당은 수권능력 부족을 드러냈고 동일본대지진의 대응 실패는 민주당을 위기로 몰아넣는다. 여기에 중국과의 센카쿠 분쟁으로 3년만에 민주당은 자멸하고 야당은 분열, 자민당의 독주체제를 낳게 된다. 이는 오직 상태방을 좌절시키겠다는 ‘반대를 위한 반대’, 관료 주도적인 ‘제포크라시’, 정치인들이 전문성 없이 관료를 돌아가며 맡는 ‘가라오케 민주주의’ 로 귀결된다.

여기에 영웅적 정치인만을 기대하고 행동하지 않는 유권자의 책임회피 현상까지 더해 정치실패로 귀착됐다는 게 저자의 지적이다.

보다 일본의 실패를 뼈아프게 인식시킨 사건은 센카쿠 열도 분쟁이다. 메이지유신을 통해 근대화에 성공한 일본은 아시아의 리더라는 강한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현재 일본은 정치적 위상에서 이미 중국에 밀렸으며, 경제적으로는 한국이 일부 분야에서 앞서면서 자부심에 균열이 일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 희토류 수출을 금지한 중국에 일본은 무력하게 굴복한 센카쿠 열도 분쟁이란 얘기다. 중국과 한국의 대두로 불안감을 느낀 아베 정권이 자주적 안보를 명분으로 평화헌법을 개정하려는 것은 그 연장선상이다.

동일본대지진은 엄청난 내상과 정부 불신을 낯은 또 다른 충격이다. 총체적 인재인 원전사고는 관료주의의 민낯을 드러내고, ‘안전 신화’도 깨트렸다.

저자는 당면한 중층의 “어려움을 극복하려면 일본은 근본적인 변화를 거쳐야 한다”며, 그런데 일본은 많은 불만에도 불구하고 만족스러워하며 안락하다고 느낀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한다. 그 결과, “일본의 한계는 갈수록 커져서 국내적이건 국제적이건 간에 문제를 다루어야 하는 자원이 충분하지 못한 순간이 닥칠 것”이라고 경고한다.

80년대 후반 전 세계 부의 16퍼센트를 차지하며 세계 경제대국으로 떠오른 일본이 어떻게 쇠퇴의 전환점을 맞았는지 저자는 예리하게 짚어내는데, 한국에게 일본은 반면교사다. 저자는 ‘한국어판 서문’에서 한국은 정치적 무기력을 찾아보기 어렵고, 대중의 목소리가 크고 스스로 목표점을 설정, 달성하려는 점에서 일본과 다르지만 인구문제는 일본 만큼 심각하고, 미·중 사이에 낀 지정학적 문제도 일본과 유사하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한국의 가장 큰 실패로, 불안한 한일관계를 꼽는데, 전략적 차원에서 양국을 취약하게 만들고 있다고 말한다. “한국과 일본이 두 나라가 공동의 미래를 위해 협력할 수 있는 공통된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면 양국 모두 이 지역에서 영향력이 훨씬 더 커질 것이고 자신들의 안보도 더 공고해질 것”이란 조언이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피크 재팬/브래드 글로서먼 지음,김성훈 옮김/김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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