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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해자 81.4%가 가족인데…언택트에 가려진 아동학대 ‘사각’
올 3~5월 온라인 개학 기간
아동학대 신고 전년비 21.8%↓
“아이에 집은 분리될 수 없는 공간
언제든 호소 가능한 매뉴얼 강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언택트(비대면) 생활방식이 아동학대 조기 발견과 방지를 위한 ‘의심 신고’에 있어 ‘사각(死角)’을 만들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아이들에게 집은 생존이 달린, 분리될 수 없는 공간”이라며 관계당국의 세밀한 점검을 주문했다.

18일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아동학대 신고 접수 건수는 코로나19로 개학이 미뤄진 올해 3~5월,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3~21%가량 감소했다. 온라인 개학에 들어갔던 지난 3월(13.9%)과 4월( 17.2%)은 물론, 월말 초중고 학생들의 등교 개학을 순차적으로 진행한 5월 역시 21.8%의 감소세를 보였다. 이러한 결과는 집밖에서 아동학대를 쉽게 발견할 수 있는 교사, 의료진, 아동복지시설 직원 등 신고 의무자들과 접촉이 감소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여행용 가방에 약 7시간을 갇혀 있다 이달 3일 숨진 충남 천안의 A군도 학교 측이 아이를 숨지게 한 계모에게 지난 3~5월 총 24차례 문자를 보냈지만 학대 정황을 발견하지 못하기도 했다. A군은 의식 불명 상태가 됐던 이달 1일에도 출석 체크가 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학교 측은 지난 4월 20일 하루만 오전 9시까지 출석 시간을 정했고, 그 이후엔 출석 시간을 확인하지 않았다. 충남도교육청 관계자는 “학교 측이 교육청에 보내온 3월 이후 자료를 보면 학교에서는 아동학대를 인지하지 못했고 징후도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언택트 수업 방식이 아동학대 조기 발견 가능성을 차단한 셈이다.

이러한 아동학대는 ‘반복성’과 ‘예방 가능한 범죄지만 가해자와 분리를 할 수 없다’는 특징을 지닌다. 대부분의 가해자가 부모이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 산하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이 발간한 ‘2018 아동학대 주요 통계’를 보면 아동학대 가해자 중 76.9%가 부모인 것으로 나타났다. 친조부모와 형제자매를 포함하면 가해자 81.4%가 가족인 셈이다.

아울러 아동학대 사례 판정 후 5년 안에 재학대 판정을 받는 아동 수는 ▷2016년 1397명 ▷2017년 1859명 ▷2018명 2195명으로 점점 증가하고 있다. 재학대 가해자 중 95.4% 역시 부모였다.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는 이날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엄마가 바로 옆방에 있는데 ‘위급하면 부모를 경찰에 신고하라’고 한다면 신고를 할 애들은 한 명도 없다”며 “집을 방문해 아이를 살펴볼 수는 있겠지만, 실제 사례 조사는 학교와 같이 집과 분리된 공간에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교육부는 이달 1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주재로 제7차 사회관계장관회의를 열고 가정에서 양육하는 만 3세, 취학 연령 아동의 소재와 안전 파악을 위한 전수조사에 나선다고 밝혔다. 최근 3년간 학대 신고가 접수된 아동의 안전도 재점검할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이같은 조치에 세심한 점검과 인식 개선의 필요성을 주문했다. 공 대표는 “기존 방식처럼 ‘언제쯤 찾아뵙겠습니다’하고 가정을 방문하게 되면 상황은 이미 종료된 후이고 학대 정황을 발견할 수도 없다”며 “아이들이 스스로 자기를 보호하고 어려움을 언제든 호소할 수 있도록 방법과 매뉴얼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정식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도 “집밖 활동을 하지 않는 상태에선 집안에서 학대하는 부모 밑에 있는 아이가 신고하기는 더 어려울 수밖에 없다”며 “아동학대 의심·이상 징후를 주변 사람이 알기 어렵기 때문에 학대가 더 많이 있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부모의 자녀 학대는 한 인간으로서 아이의 존엄성·독립성 등 인격성을 인정하지 않는 데서 비롯된다”며 “아동학대를 하게 되면 처벌을 받는다는 인식과 네트워크에 의해 의심 신고가 들어갈 수 있다는 인식의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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