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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태안여행③] 울릉도·완도·텍사스 식물도 산다 [함영훈의 멋·맛·쉼]
바다-사구-배후습지-구릉 4단지질의 신비
천리포·청산·안면도수목원,휴양림, 육지도 좋다

[헤럴드경제=함영훈 여행선임기자] 무인도 107개를 포함해 모두 118개의 섬을 거느리고, 인가된 28개 해수욕장을 포함해 32개 놀 만 한 해변에다 곳곳에 바다사막(사구)을 가진 태안에는 해양관련 생태가 주를 이룰 것 같지만, 크고 희귀하며 멋진 수목원만 무려 네 개나 있다.

이는 강력한 서풍, 산처럼 형성된 해안 사구사막, 모래언덕 너머 배후습지, 그리고 구릉-산지의 등 파란만장한 태안 식생이 빚어낸 생물다양성 때문이다.

해안선 전체가 관광지인 이곳 해변가를 걸어도, 배후습지부터 구릉지까지 이어진 내륙의 수목원과 휴양림을 거닐어도 모두 ‘태안스러운’ 것이다.

태안 해변의 배후습지에 조성된 천리포수목원 연못엔 인상주의 화가 모네 수련작품이 족히 100장은 있는 것 같다. 국내 최초의 민간 수목원으로 척박한 모래땅위에 다양한 실험이 진행됐다. 울릉도, 완도에서만 자라는 식물이 여기에서 적응한 기적은 스태프들의 50년 노력 덕분이다. 보랏 빛 아이리스(붓꽃)와 알리움, 노란 창포, 진분홍빛 모란, 순백의 산딸나무꽃과 검은 튤립까지. 여름에는 형형색색의 수국과 작약, 수련과 연꽃 등이 곳곳에 피어 수목원을 더욱더 화려하게 수놓는다. 여름에는 수련이 가득 피어 장관을 선사한다. [연합]

▶한국을 사랑하는 민병갈(밀러)의 태안형 식물= 모험심 많은 ‘푸른 눈의 한국인’ 고(故) 민병갈(미국명 칼 페리스 밀러)씨는 50년전부터 습지 반, 모래 반 천리포 수목원의 척박한 땅에 씨를 뿌리고, 울릉도,완도 등 다른 지역에만 살던 희귀종까지 데려와 잘 자랄 때까지 거름주고 가꾸는 정성을 기울인 끝에, ‘태안형 식생’를 만드는데 성공했다.

천리포 수목원

노루오줌, 헐떡이풀, 섬노루귀, 복수초, 초령목, 마취목, 완도 호랑가시나무, 울릉도 후박나무 등 희귀종을 포함한 이 수목원의 1만6000여종 가족들에게 ‘Taean’ 학명을 붙여주고 싶다. 초여름, 보랏 빛 아이리스(붓꽃)와 알리움, 노란 창포, 진분홍빛 모란, 순백의 산딸나무꽃과 검은 튤립이 피었다.

천리포 수목원은 태안유류피해극복기념관과 한양대수련관, 노을에 기댄언덕 카페 인근에 있다.

곰솔(黑松) 사이 언듯언듯 보인 바다와 석양이 멋진 밀러 가든(Miller Garden), 툰드라 식생의 그늘정원, 터가 모래라서 한없이 지상으로 뻗은 뿌리며 살아보려고 지탱하는 넝쿨 등 제주곶자왈 모양새의 숲도 신비롭다.

천리포 수목원에서는 모내기도 한다.

▶30대 수목원 도슨트의 60대 시인 같은 일갈= 흰뺨검둥오리의 주요 서식지인 큰 연못과 습지원, 초가형태의 황토 숙소, 완도호랑가시나무와 울릉도 후박나무 등 시집 와서 ‘태안형 수목’이 된 가족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다.

20대에 와선 이제 서른이 넘은 최수진 팀장은 여전히 신난다고 한다. “삼촌뻘 수목도 있고, 내가 직접 가꾼 아이들도 있는데, 매일 매일 다른 자연을 보면 지루할 틈이 없고, 자연과 교감하며 걷는 일은 최고의 행복이 됐다”면서 마치 60대 섬진강 김용택 시인처럼 말한다.

재해를 당한 천리포수목원의 장애인 나무가 생명의 의지를 보이며 점차 부활하고 있다.

재해로 반쪽을 잃은 장애인 나무가 강한 생명력으로 버티고 있는 가운데, 쓰러져간 나무는 방문객의 푹신한 보행을 안내하는 길방석이 되거나, 벤치 쉼터로 다시 태어났다.

해변으로 가면, 바다직박구리 새끼 모양의 낭세섬이 반긴다. 병아리가 바닷물을 마시는 모양새인데, 석양이 다가오면서 황홀감이 더해진다. 천리포 수목원 탐방의 대미는 이렇게 귀엽고 찬란하다.

낭세섬

▶여름 홍가시, 가을 팜파스 핑클뮬리, 청산수목원= 태안군 한복판 남면 신장리에 있는 청산수목원은 6월까지 홍가시나무, 가을엔 팜파스글라스와 미국 중서부가 고향인 핑크뮬리로 환상적인 풍경을 연출한다.

청산수목원

6월초 어느날, 몇몇 연예인들이 황금메타세쿼이아, 홍가시나무 가득한 이 수목원 삼족오미로공원에서 예능촬영하는 모습도 보인다. 고갱의 정원, 황금삼나무의 길, ‘만종’, ‘이삭줍기’, ‘양치기소녀’ 등 그림을 입체조형물로 형상화한 밀레의 정원 등 곳곳에 심미안과 창의성을 부여했다.

청산수목원의 밀레정원엔 밀레의 양치기소녀, 만종, 이삭줍기 등 작품이 입체 조형물로 재현돼 있다.

고남면에 있던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 북한마을 세트장은 현재 철거했지만, 리정혁이 자전거를 타던 풍경을 촬영한 남면의 둑방길은 청산수목원에서 멀지 않다.

청산수목원 탐방을 마치고 나오는 길, 기와지붕만 땅에 붙어 있는 설치미술을 보면 순식간에 반성과 다짐의 감정으로 뒤범벅되며 마음이 서늘해 진다. 제목은 흥망성쇠 역사의 교훈 감계(鑑戒)이다.

청산수목원의 설치미술 작품 감계. 보통의 집 지붕 크기와 같다.

태안에도 이밖에도 경북 울진,봉화 일대 금강송 일종인 춘양목과 같은 종의 안면송이 430헥타르 넓은 산지에 빼곡이 서식하는 안면도 자연휴양림이 건강한 피톤치트를 가까이서 호흡하는 휴식터가 되고 있다. 나무데크가 높아 적송의 허리를 만져볼수도 있다.

안면도 자연휴양림

이 곳의 길 건너편에는 한국정원의 원형을 아산정원이라는 이름으로 만들고, 생태습지원, 지피원, 식용수원 등의 테마원을 둔 안면도 수목원도 있다.

안면도 수목원

당나귀, 말이 있는 애니멀 가든을 함께 갖춘 이국적 풍경의 허브농원 팜카밀레 등도 육지 생태의 볼거리이다.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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