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 “인문계는 입시준비라도 하지만…우린 취업만 바라봤는데”
기업도 난색 “코로나로 현장 경험치 부족…특성화고 장점 떨어져”
“고졸 취업 예정자인 특성화고 학생, 취업 취약계층”
현장 실습 중인 한 특성화고 학생(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없음). [헤럴드경제DB] |
[헤럴드경제=신주희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실습 수업과 자격증 취득 일정 등이 잇달아 연기되면서 특성화고 학생들이 취업 계획에 차질을 빚고 있다. 더욱이 코로나19 여파로 기업들까지 “여력이 없다”며 특성화고 학생 신규 채용에 어려움을 표하고 있다. 대부분 특성화고 학생은 “졸업해도 취업을 못할까 봐 걱정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경기 평택의 한국관광고 2학년 A(17)양은 “학교가 외국어와 관광 경영을 전문으로 가르쳐 선배들은 졸업 후 호텔이나 여행사로 취직했는데 코로나19로 인해 관광업계가 불황이라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인문계고 학생들은 입시 준비라도 하면 되지만 취업만을 바라보고 학교에 진학한 우리는 어떡하냐”고 토로했다.
같은 학교 2학년 김모(17) 군도 “진로와 취업 계획에 문제가 생겼다”며 고충을 털어놨다. 김군은 지난 2월 코로나19 사태가 불거질 때쯤 일본에서 실습 견학 중이었다가 일주일 만에 중단하고 귀국했다. 이후 일본어능력시험(JLPT) 자격증 취득을 준비했지만, 오는 7월 예정된 시험마저 취소됐다는 말에 더욱 허망해진 것이 그의 요즘 심경이다.
김군은 “실습 기회도 놓치고, 일년에 두 번 밖에 없는 일본어능력시험 중 하나가 취소돼 버렸다”며 “졸업 후 일본으로 건너가 호텔에서 일자리를 구할 생각이었는데 취업 계획에 문제가 생겼다”고 발을 동동 굴렀다.
특성화고 교사들도 학생의 취업 문제로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경기 안양 한 특성화고의 정보 과목 교사 이모(26)씨는 “아이들이 취업을 해야 하는데 취업처가 없다”며 “이맘때면 취업을 희망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취업처 초청 강의를 (학교에서)하는데 올해는 기업들이 ‘운영이 어려워 방문이 어렵다’는 뜻을 전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성화고는)실습 수업 비중이 크다 보니 코로나19로 온라인 수업을 준비할 때 콘텐츠를 만들어 올리는 데에도 어려움이 컸다”고 덧붙였다.
11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특성화고 학생들을 채용하는 선도 기업은 수업 일수의 3분의 2 이상 이수 시점인 매년 10월부터 채용이 가능하다. 채용 3개월 전인 매년 7월부터 특성화고 학생들이 실습 수업을 할 수 있게 돼 있다. 그러나 올해에는 코로나19 여파로 실습 일정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더욱이 특성화고와 연계 과정을 운영하기로 했던 기업들도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경기 침체로 채용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 관계자는 “실제로 특성화고 학생에게 현장 학습 기회를 제공하는 학습 기업들이 ‘특성화고 학생의 장점은 현장에서 배운다는 것인데 매장의 매출, 고객 수 감소로 인한 경험치 부족으로 특성화고 역량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는 의견을 전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학습 기업 중 67%가 50인 미만의 사업장으로 코로나19 충격에 약한 중소기업이 대다수”라며 “학습 기업과 연계돼 취직을 준비하던 학생들이 채용난을 우려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고졸 취업 예정자인 특성화고 학생들은 경제적 충격에 영향을 크게 받는 ‘취업 취약계층’이다.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인해 고졸 취업자들이 대졸 취업자보다 불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 직능원의 설명이다. 직능원 관계자는 “특성화고 학생들이 대학 진학을 ‘플랜 B’로 쉽게 생각할 상황도 아니기 때문에 기업들에게 고용장려금을 지급하는 등 방안을 모색하는 중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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