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초등학생들 학교에서 방역지침 잘 지킬지 의문”
“형평성” 운운하며 등교해도 온라인 강의만 트는 학교도
고등학교 1학년·중학교 2학년·초등학교 3∼4학년을 대상으로 한 3차 등교 개학일이었던 이달 3일 오전 서울 성북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등교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신주희 기자] 서울시 강서구 마곡동에 사는 박모(38)씨는 초등학교 4학년인 둘째 아이를 한 학기 동안 학교에 보내지 않기로 최근 결정했다. 최근 교육부의 3차 추가 등교 방침으로 자녀가 학교에 가야 했지만 박씨는 “일주일에 한 번 학교를 가는 것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 한 학기 동안 교외 체험학습 신청을 냈다.
이달 3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연기됐던 등교 개학이 고1·중2·초3~4학년을 대상으로 3차 추가로 진행된 가운데,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자녀를 등교시키지 않는 게 낫겠다”는 반응이다. 학교별로 등교 방식이 상이하긴 하지만, 주 1~2회 등교할 바에는 교외 체험학습을 신청하겠다는 것이다.
고2·중1·초4, 세 자녀를 두고 있는 강서구 공항동 거주 주부 정모(41)씨도 수요일이었던 이달 3일 교외 체험학습 신청을 했다. 이와 함께 이달 한 달간 셋째 아이를 등교시키지 않기로 결정했다. 정씨는 “초등학생인 셋째의 경우 학생들이 어려서 학교에서 방역 지침을 잘 지킬지 의문”이라며 학교에 보내지 않는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고등학생인 첫째는 대입과 수행평가를 준비해야 하고 중학생인 둘째는 올해 막 학교를 입학했으니 어쩔 수 없이 등교시킨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학부모들의 계획에는 교육당국의 조치도 한몫했다. 앞서 서울시교육청은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따라 초등학교의 교외 체험학습 관련 지침을 한시적으로 변경하고 그 내용을 각 학교에 알렸다고 지난달 13일 밝혔다. ‘전체 수업 일수의 10% 이하’로 규정했던 교외 체험학습 일수를 내년 2월까지만 ‘전체 수업 일수의 20% 이하’로 변경시킨 내용이 골자다. 때문에 초등학생들은 올해 최대 34일까지 교외 체험학습 일수를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초등학생 자녀가 등교해도 학교 측에서 다른 학생과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 온라인 강의를 시청하는 방식으로 수업이 진행되면서, 오프라인 개학의 실효성에 의문을 나타내는 학부모도 있다. 사실상 자녀가 ‘무늬만 등교’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마곡동에 거주하는 워킹맘 조민정(42)씨는 “초등학교 4학년인 아이가 이번주부터 금요일 하루만 등교하는데 수업이 제대로 되겠느냐”며 “등교를 해도 수업 시간에 인터넷 강의를 틀어 준다고 했다”고 했다. 이어 “먼저 등교한 초 1~2학년의 경우, 한 반에 15명 중 10명이 체험학습을 신청하고 학교에 가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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