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장관 [연합] |
[헤럴드경제=좌영길·김진원 기자] 여권이 한명숙 전 국무총리 불법 정치자금수수 사건 수사 과정에 허위진술이 있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당초 한 전 총리가 무고하다는 주장에서 검찰의 직무권한 남용으로 선회한 셈인데, 실제 수사나 감찰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추미애 법무부장관은 2일 ‘MBC뉴스데스크’에 출연해 한 전 총리 사건을 놓고 “상당히 엄중하게 보고 있다”며 “잘못된 수사 방법으로, 아무리 실체적 진실이라 한다 하더라도 마치 첫단추를 잘못 끼운 것과 똑같다”고 말했다. 그는 “대검에 이 부분에 대해 확인을 하라고 업무 지시를 했다”면서 상당히 제대로 된 조사가 아니면 안 된다. 그냥 이것을 진정 정도로 가볍게 봐서는 안 되고 누구나 납득할만 한 조사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7년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출소했을 때 민주당 대표였던 추 장관은 ‘수사도, 재판도 잘못됐다’고 말했다.
당초 한 전 총리의 무고함을 주장했던 여권은 대법원 확정판결을 뒤집는 쪽보다는 검찰의 수사 과정에 문제를 제기하는 방향으로 선회하고 있다. 한 전 총리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줬던 고(故)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의 변호인이었던 최강욱 의원도 당시 사건을 맡았던 검사들을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사건으로 봐야 한다는 발언도 덧붙였다.
하지만 당시 수사검사들에게 직권남용 혹은 직무유기 등 책임을 묻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한 전 총리 사건에서 변호인들은 한만호 씨의 진술이 강압수사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세 번의 재판에서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 전 총리에게 무죄를 선고했던 1심 재판부도 “한만호의 (강압수사) 주장을 믿는다고 하더라도, 반복해서 조사받는 과정에서 자존심이 상하는 경우가 있었다는 것이지 실제로 어떠한 검찰의 강압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판시했다. 직권남용죄의 공소시효는 7년으로, 이미 완성됐다.
여권에서는 한 전 총리 수사검사들을 모해위증죄 교사범으로 처벌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모해위증죄는 형량이 높기 때문에 공소시효가 10년이다. 최근 언론 인터뷰를 통해 한만호 씨가 검찰에 허위진술을 강요받았다는 한모씨와 최모씨 주장이 사실이라고 해도 처벌 여지가 있는지는 따져봐야 한다. 한만호 씨가 정치자금을 건넸다는 진술이 사실에 부합하는 이상, 위증 교사 범죄가 성립할 가능성도 낮다. 당초 검찰 조사 과정에서 9억원을 한명숙 총리에게 전달했다던 한만호 씨는 1심 재판 도중 허위진술을 했다고 태도를 바꿨다. 1심은 무죄를 선고했지만, 항소심과 대법원은 유죄판단을 내렸다. 실제 한만호 씨는 법정에서 진술을 뒤집었다가 위증죄로 기소돼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당시 1심 재판부는 “한만호의 한명숙 총리 사건 증언이 재판의 핵심 주요 쟁점에 관한 것이었고, 수차례의 공판기일에 걸쳐 위증을 했으며, 1심 재판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했다.
대검은 한만호씨의 동료 수감자 A씨가 법무부에 제출한 진정을 접수하고 서울중앙지검에 사건을 내려보냈다. 서울중앙지검은 인권감독관을 통해 A씨 주장대로 허위 증언 압박이 있었는지 검토할 예정이다. 법무부는 진정에 대한 조사 권한이 없기 때문에, 일단은 이 조사 결과를 지켜볼 수 밖에 없다. 이 사안에 대한 추 장관의 언급 역시 감찰을 지시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기존 재조사는 공소시효가 지난 것도 조사를 했다”며 “재조사의 의미는 다시 처벌한다는 의미가 아니고, 기본적으로 진상파악이다. 뭐가 나오더라도 수사 관행의 개선에 방점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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