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당국 ‘기초체온’ 대책없어
1일 초등학교 2학년 자녀를 둔 충남 공주 거부 학부모 박모(42)씨는 등굣길에 교문 발열 검사에서 자녀의 체온이 높게 측정돼 학교 대신 선별진료소로 급히 향했다.
박씨는 “아이가 태어날 때부터 체온이 남들보다 높아 평균 37.4도 정도였는데 오늘은 등교할 때 37.6도가 넘어 학교도 못하고 갔다”고 했다. 박씨는 “기타 증상이 없고 아이가 원래 기초 체온이 높다고 설명했는데 담임 선생님은 ‘관련 지침이 없어 어떻게 할지 모르겠다’고 해 일단 선별진료소에서 의사의 진료소견서를 발급받았다”며 숨을 돌렸다.
박씨의 자녀처럼 체온이 타인에 비해 1도가량 높아 방역 지침에 따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을 위한 발열 검사에서 체온이 37.5도 이상으로 측정돼 곤란을 겪는 학생과 시민들이 늘고 있다. 그러나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이처럼 기초 체온이 높은 사람을 위한 방역 지침은 따로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관련, 교육부는 “방역당국의 방역 지침이 37.5도라 체온이 이보다 높으면 학교를 나오지 않는 게 원칙”이라고 밝혔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날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방역당국이 정상 체온이 높은 예외 기준에 대한 지침을 만들어 줘야 정상 체온이 높은 학생과 관련해 등교 세부 지침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상 체온이 방역당국의 지침인 37.5도보다 높아 취업 기회를 놓친 경우도 있었다.
취업준비생 A(27)씨는 지난달 11일 시행된 한 공기업 면접에서 ‘기초체온이 높다는 이유’로 면접장 입장을 거부당해 전형에서 탈락했다. A씨는 한국교통안전공단의 면접 시험에서 체온이 37.8도로 측정돼 이후 코로나19 검사를 받았지만 결과는 ‘음성’이었다. A씨는 “지난 2월부터 밖에 나가지도 않아 정상 체온이 높다는 사실도 모르고 있었다”며 “2년 반 동안 준비한 시험에서 서류와 필기 전형을 간신히 통과해 면접 기회를 얻었는데 허망하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정상 체온이 높은 경우에 대해 전문가들은 “체온도 평균치를 내는 것이기 때문에 사람마다 차이 있다”고 답했다.
김탁 순천향대 부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코로나19는 급성 질환이기 떄문에 평소보다 체온이 높아야 해당 질환을 의심할 수 있다”며 “평소에도 기초 체온이 높은 사람은 의료기관에 관련된 검사를 한 뒤 (코로나19와)무관하다는 소견서가 필요하다. 그러나 무증상 감염자도 있기 때문에 항상 안심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와 관련한 방역당국의 대책은 아직 뾰족한 것이 없는 상태다. 지난 4월 중앙방역대책본부(중대본)가 발표한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시험 방역관리 안내’가 당국이 발표한 관련 지침의 전부다.
이에 따르면 시험 주최기관은 시험 당일 유증상자(37.5도 이상의 발열 또는 호흡기 증상 등이 나타난 사람)를 위해 별도 시험실을 마련해 따로 응시하게 해야 한다. 현재로서는 기초체온이 높아 입실을 거부 당하게 되면 의사 소견서를 제출해야 등교, 입사 시험 등이 가능하다.
이와 관련, 본지는 질병관리본부에 관련 지침 존재 여부를 물었지만 “(지침이)있는지 알아봐야 한다”는 관계자의 답변만 들은 상태다.
신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