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생시 효과 예측…골든타임 중요”
회생 간소화 ‘P플랜’ 모범사례 꼽혀
올해 상반기에만 5건으로 급증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 경기침체가 예상되는 가운데 회생절차를 통해 성공적으로 시장에 복귀한 기업들이 주목받고 있다. 법원도 회생사건 증가에 대비해 절차를 간소화하는 등 대비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1일 법원 통계 월보에 따르면 지난 4월까지 접수된 법인파산 사건은 337건을 기록했다. 회사가 신청하는 회생합의사건은 289건이다. 아직 회생법원 문을 두드리는 업체 수가 크게 증가하지는 않았다. 도산사건 통계는 경기의 대표적인 후행지수로, 코로나 사태 여파가 실제 사건 증가로 이어지는 데는 시간 차가 생긴다. 도산사건 전문가인 대륙아주의 최효종 변호사는 “코로나 팬데믹에 따른 한국 경제위기 도래 가능성은 여전히 현재진행형”라며 “전문가들은 금년 하반기부터 지난 2008년 미국발 위기를 능가하는 대규모 기업도산사태 발생가능성을 경고하고 있으며 특정 업종별로 워크아웃·회생·파산절차의 쇄도가 예상된다”고 했다.
법원에서는 경기 불황을 대비해 기업 회생절차를 간이화하고, 개인 채무자의 부담을 덜어주는 대비책을 마련 중이다. 법원은 회생계획안 사전제출제도(P플랜·Pre-packaged Plan) 절차를 통해 시장에 복귀하는 시간을 크게 줄인 사건을 모범 사례로 꼽는다. 서울회생법원 17부(수석부장 서경환)는 지난 11일 주식회사 이엠따블유의 회생계획을 인가 결정하고 사건을 종결했다. 이 사건은 P플랜 절차를 통해 접수부터 인가까지 35일, 접수부터 시장복귀까지 52일 밖에 걸리지 않았다. 종전의 회생절차 최단기간 기록을 뛰어넘는 것으로, P플랜을 통해 채무자가 조속히 시장으로 복귀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P플랜은 채무자가 부채의 2분의 1이상에 해당하는 채권자의 동의를 얻어 회생절차의 신청이 있은 때부터 회생절차 개시 전까지 회생계획안을 작성해 법원에 제출하는 제도다. 채무자가 채권자와 협상을 회생절차개시 결정 전에 마치기 때문에 회생절차에 머무는 시간을 최소화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최근 주목받고 있다. 2017년부터 시행된 P플랜은 2018년과 2019년에는 2~3건에 그칠 정도로 활용 빈도가 저조했찌만, 올해는 벌써 5건에 이른다.
회생법원 관계자는 향후 코로나 여파로 법원을 찾는 기업이 빠르게 시장에 복귀하기 위해서는 채권자들과의 사전 협의를 통해 채무관계의 명확한 설정을 하는 것이 절대적이라고 조언한다. 회생절차 막판에 채권금액에 대한 다툼이 생기는 경우 절차가 급격히 늦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아야 하는 것도 중요하다. 많은 기업가들이 회생절차가 진행되는 경우 경영권을 빼앗길까 걱정하는데 최근은 대부분의 경영권도 인정되는 만큼 회사가 너무 망가지기 전에 회생에 돌입할 것인지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중앙지법 파산수석부장판사 출신의 김정만 법무법인 정행 변호사는 “회생절차에 들어가는 때에도 그 방법은 매우 다양한 만큼 목적을 정확히 설정해 철저히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회생절차가 진행될때 어떤 효과와 어떤 결과가 나올 것인지도 사전 예측해야 한다”고 했다.
회생법원은 코로나19에 대한 전면적인 대응조치로 최근 개인회생절차 채무이행 기준도 완화했다. 실무준칙을 개정해 감염병 확산 등으로 인해 재정적 어려움을 겪은 기간 동안의 변제계획대로 수행하지 않은 사례에서는 채무변제가 불가능하다고 단정짓지 않기로 했다.
26일 법무부가 마련한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개정령안도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이를 통해 현행 부채 30억 원 이하인 소액영업소득자들만 이용할 수 있는 간이회생제도를 회생채권 및 회생담보권의 총액이 50억원 이하인 소액영업소득자도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서영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