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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 소수자·이주 여성 노동자…‘공감·연대의 가족’ 15인 시선
MMCA, 2020 아시아 기획전
이강승 등 亞 8개국 작가 참여
아시아의 LGBTQ, 히키코모리, 이주 노동자 등 사회적 소수자들을 돌아보는 전시가 열린다. 국립현대미술관이 지난 2018년 아시아집중프로젝트로 선보인 ‘당신은 몰랐던 이야기’에 이은 두번째 전시다. 사진은 에이사 족슨, 필리핀 슈퍼-KTV-우먼, 2019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LGBTQ(레즈비언, 게이, 바이섹슈얼, 트렌스젠더, 퀴어), 히키코모리, 이주 여성 노동자, 군에 입대하는 재일교포 등 소수자들이 아시아라는 특수성 아래 자신이 속한 공동체, 사회, 국가와의 관계를 살펴보는 전시가 열린다.

국립현대미술관(MMCA, 관장 윤범모)는 2020 아시아 기획전 ‘또 다른 가족을 찾아서’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5,6전시실과 공용공간에서 개최한다. 지난 2018년 ‘아시아 집중 프로젝트’로 진행했던 ‘당신은 몰랐던 이야기’전에 이은 두 번째 프로젝트로, 이번 전시는 특히 성소수자를 비롯 경계에 서 있는 아시아의 소수자들에 집중한다. 이들은 외부에 의한 근대화라는 억압 구조가 아니라도 이미 오래전부터 사회적 권력 구조 아래서 자유롭지 못했다. 2중, 3중으로 꼬인 사회적·문화적·국가적 억압에서 이들이 내지르는 목소리는 때로는 미약한 절규로, 때로는 슬픈 사자후로 변한다.

전시에 참여하는 작가는 한국, 인도네시아, 대만, 일본, 필리핀, 홍콩, 말레이시아, 중국 등 8개국 출신이며, 이들 15명(팀)은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해 자신이 속한 공동체와 사회, 국가, 세계로 커가는 문제의식을 보여준다.

이강승(한국)은 ‘미래의 심상들’이라는 라운지 형태의 서점을 설치하고, 국내 소수자 커뮤니티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설치 및 상영회와 드로잉으로 그려낸다. 탄디아 페르마디(Tandia Permadi, 인도네시아)는 본인에게 주어진 성역할과 자아의 충돌을 부드럽고 섬세한 사진으로 담아냈다. 듀킴(한국)은 무속신앙의 퍼포먼스를 K-pop 뮤직비디오 형태로 접근한다. 퀴어와 젠더, 트랜스 휴먼과 포스트 휴면이 뒤섞인다. 재일교포 정유경은 한국, 일본, 북한 그 어디에도 속하지 않았던 자신이 군에 입대하면서 생겼던 일을 신작 ‘이등병의 편지’로 고찰한다.

니 하오(Ni Hao, 대만)는 실타래처럼 뒤엉키니 리코더 조각을 통해 정규 교육과정에 산재하는 서구 제국주의를 꼬집고, 와타나베 아츠시(Atsushi Watanabe, 일본)는 3년간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로 지냈던 자신의 경험과 사회에서 지원진 개인의 기억을 콘크리트 집을 허무는 퍼포먼스로 보여준다.

에이사 족슨(Eisa Jocson, 필리핀)은 이주 여성 노동자의 감정노동을 주제로 한 필리핀 슈퍼우먼 밴드의 노래를 노래방으로 펼치고, 필리핀 문화예술가 그룹 레스박(RESBAK)과 사우스 호 시우남(South Ho Siu Nam, 홍콩)은 국가로부터 묵인된 폭력에 의한 비극을 사진으로 기록하며, 아이작 충 와이(Isaac Chong Wai, 홍콩)는 홍콩, 중국 우한, 한국 광주에서 모인 240명의 사람들이 참여한 퍼포먼스 영상 ‘미래를 향한 하나의 소리’를 선보인다.

전시장을 나와 만나는 복도 공용 공간에서는 전시 제목에서 언급한 ‘가족’이 등장한다. 혈연관계에 기초한 가족이 아니라 공감과 연대의 출발점으로 ‘가족’이다. 협업프로젝트와 토크, 퍼포먼스가 이곳에서 이뤄진다. 전시 자체는 무척이나 소구력이 크다. 소수자가 처한 문제들이 사실 소수자에게만 해당되지 않고 일반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지점들이 많아서다. 그러나 소수자 개개인이 ‘가족’이 되는 지점은 급작스런 도약에 아쉬움이 남는다.

수도권 코로나19의 급작스런 확산세로 전시는 6월 15일부터 관람할 수 있다.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아시아 지역 작가들의 교류와 신작을 통해 코로나19라는 전 세계적 위기 속에 국제 사회의 연대와 공존 특히, 아시아 지역의 공명을 함께 나누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8월 23일까지. 이한빛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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