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거리두기 완화로 대면 협의 가능해져”
러 ‘승전기념식’ 계기로 남북미 만남 가능성도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연합] |
[헤럴드경제=유오상 기자] 남북과 북미 관계 모두가 경색된 상황에서 코로나19 사태가 겹치며 좀처럼 대면 외교를 해오지 못했던 외교당국이 다시 대화 테이블에 앉았다.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핵심 주한외교단과 잇따라 만남을 가지며 그간 막혔던 북핵 대화를 위한 노력도 다시 시작되는 모양새다.
29일 외교부와 주한러시아대사관 등에 따르면 이 본부장은 지난 21일 안드레이 쿨릭 주한러시아대사와 만나 북핵 현안을 논의한 것을 시작으로 주요 주한 외교단과의 대면 협의를 재개했다. 그간 국내 코로나19 확진자 증가로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이어지며 유선 협의만 진행됐지만, 최근 조치가 완화되며 대면 협의를 진행한 것이다.
쿨릭 대사와의 만남에서 이 본부장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빠른 시일 내에 북한의 대화 복귀가 이뤄져야 하고 이를 위한 러시아의 협조와 노력을 촉구했고, 러시아 측은 한국의 북핵 대화 재개 의지에 공감하며 ‘관련국이 모두 수용할 수 있는 합의’를 위한 대화 노력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뿐만 아니라 외교당국은 최근 주요국 주한 외교단을 대상으로 북핵 대화 재개를 위한 주변국 외교에 주력하고 있는 상황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그간 중요한 현안이 있을 때 불가피하게 유선 협의를 진행했지만, 최근 정부 지침이 완화되며 다시 대면 협의를 진행할 수 있게 됐다. 최근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 공관들과는 각급 차원에서 활발히 북핵 현안과 관련한 소통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러시아가 코로나19로 일정이 한차례 연기됐던 75주년 승전기념식을 다음달 24일 개최하기로 하며 북핵 협의를 위한 중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러시아가 “국가별로 기념식 초청 문제를 조율하고 있다”고 밝히며 승전기념식에서 남북미 고위급이 한 자리에 모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한 외교 소식통은 “아직 각국이 코로나19 대응으로 급한 상황이라 애초 기대했던 정상 간 만남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면서도 “그러나 러시아의 초청에 남북미 고위급이 러시아의 승전기념식을 계기로 한 자리에 모일 가능성은 어느정도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앞서 러시아 크렘린(대통령궁)은 전승기념식에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등 주요국 정상을 모두 초청했다. 이 때문에 당시 북핵 협의를 위한 대화의 장이 자연스럽게 열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었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일정이 연기되며 만남은 무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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