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요금인가제 폐지'…약해진 정부 입김, "5G 중저가 요금제 출시 동력 잃어"
-이통사 "5G 설비투자에 실적 악화…여력 없다" 토로
[헤럴드경제=박세정·박지영 기자] “5세대(5G) 대중화를 위해 중저가 요금제 내놔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 5G 설비 투자에 코로나19까지 직격탄, 여력 없다!” (통신3사)
5G 중저가 요금제 출시를 두고 정부와 통신업계의 ‘줄다리기’가 점입가경이다. 지난해말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까지 직접 나서, 통신3사 최고경영자(CEO)에 중저가 요금제 출시를 거듭 권고했지만 6개월이 지나도록 감감 무소식이다.
통신사들은 “여력이 없다”며 ‘버티기’에 들어갔다. 통신사 입장에서는 코로나19 여파와 함께 5G 추가 설비 투자·주파수 재할당 비용 등 돈 들어갈 곳이 너무 많다. ‘요금 인가제’까지 폐지되면서, 정부가 요금과 관련 통신사들을 압박할 명분도 약해졌다.
통신 요금 인가제 폐지로, 연내 월 5만원 이하의 5G 중저가 요금제 출시도 사실상 물건너 갔다. 직·간접적으로 통신사 요금제 출시에 관여해 온 정부의 입김이 약해졌기 때문이다. 요금 인가제 폐지전부터 통신사들은 5G 중저가 요금제 출시에 난색을 표했다. 인가제 마저 폐지된 마당에 중저가 요금제 출시를 서두를 이유가 없다.
김홍식 하나금투자 연구원은 “정부가 요금을 규제할 명분이 약해졌다”며 “정부 주도로 통신 요금을 인하하기가 이제 쉽지 않다”고 전했다.
통신 요금 인가제는 시장 지배 사업자인 SK텔레콤이 새로운 통신 요금제를 출시할 때마다 정부의 인가를 받도록 한 것이다. 인가제를 신고제로 전환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으면서 SK텔레콤도 KT, LG유플러스처럼 새 요금제를 출시할 때 과기부에 이를 신고만 하면 된다.
단 15일 이내에 과기부가 이를 반려할 수 있는 ‘유보 신고제’ 개념이 도입됐다. 통신 요금 인가제 폐지는 이르면 내달 정식 공표를 거쳐, 6개월 뒤인 올 12월 경부터 본격 적용된다.
통신사들은 “5G 설비 투자 등으로 막대한 비용을 쏟아부어 5G 중저가 요금제까지 출시할 여력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지난해 통신3사의 5G 설비투자 규모는 SK텔레콤 2조9154억원, KT 3조2568억원, LG유플러스 2조6085억원 등 총 8조7807억원에 달한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19’사태로 통신 시장이 크게 침체된 상태다. 정부는 통신3사에게 약 4조원 규모의 투자비용도 상반기 조기 집행하도록 요구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5G 추가 투자, 주파수 경매 등 향후 막대한 비용이 필요한 사안들이 산적한 상황”이라며 “여기에 코로나19로 올 상반기 조기 투자까지 해야하는 상황에서 5G 중저가 요금제 출시까지는 현실적으로 여력이 없다”고 토로했다.
통신사들의 실적 부진도 이어지고 있다. 올 1분기 SK텔레콤과 KT의 영업이익은 각각 3020억원, 3831억원이다. 전년동기 대비 SK텔레콤은 6.4%, KT는 4.7% 하락했다. LG유플러스만 11.5% 상승한 2198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가입자당 평균매출(ARPU)이 3만원대 초반까지 떨어진 점도 통신사들이 중저가 요금제 출시를 꺼리는 이유다. 올 1분기 통신사별 ARPU는 SK텔레콤 3만777원, KT 3만1773원, LG유플러스 3만796원을 기록했다.
특정 세대(노년층, 청소년) 대상 요금제를 제외하고 통신사의 5G 최저 요금제는 월 5만5000원이다. 고가 요금의 경우 월 10만원을 훌쩍 넘는다. LG유플러스의 경우 지난 3월 13만원의 ‘5G 시그니처’ 요금제를 새로 출시했다. 기존 최고가 5G 요금제(11만5000원)보다 요금을 1만5000원 인상한 것이다. KT도 기존 5G 요금제에 ‘플러스’를 붙여 1만원 가량 요금제를 올렸다. 최고 프리미엄 요금제는 월 13만원에 달한다. SK텔레콤의 최고가 요금제 가격도 12만5000원에 달한다.
비싼 5G요금에 더해 5G단말기 역시 비싸다. 비슷한 사양의 제품과 비교해도 LTE(롱텀에볼루션)에 비해 평균 20만원 정도 가격이 비싸다. 5G소비자들의 부담이 클 수 밖에 없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5G 확산속도도 더디다.
단말기 가격을 낮추기 위한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도 도마 위에 올랐다. 통신비 부담을 낮추기 위해서는 요금제와 함께, 단말기 구매 가격을 낮출 수 있도록 유통 과정 전반을 손질해야 할 필요성도 커졌다. 이에 정부와 업계는 단통법 개선안 논의에 착수한 상태다.
과기부 관계자는 “요금 시장과 단말기 시장은 각기 다른 시장”이라며 “각자의 시장 상황을 고려해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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