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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 불확실성·오너들 고령화에 가업승계 ‘발등에 불’
상속세·신탁주식 의결권 제한 걸림돌
후견인 정하는 ‘임의후견’ 활용 움직임
증권사·은행 전담팀 꾸려 서비스 나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중소·중견기업 오너들 사이에서 가업승계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특히 올해부터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가 65세 이상 고령층에 진입하기 시작하면서 사업을 자녀에게 물려주고 은퇴 준비를 알아보려는 욕구가 늘고 있다.

이에 은행, 증권사 등 금융회사들은 가업승계 서비스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상속세 부담이나 신탁을 통한 경영권 승계 제한 등 규제를 완화해줘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과정에서 일각에선 임의후견을 통해 제도적 허점을 보완하려는 노력도 이뤄지고 있다.

▶가업승계 원해도…상속세 등 걸림돌 산적=기업주 연령의 고령화가 심화되면서 가업승계는 당장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해 10~11월 업력 10년 이상 매출액 1500억원 미만 중소기업 500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대표 연령이 60세 이상인 기업이 59.6%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이로 인해 가업승계가 중요하다고 느끼는 기업은 66.8%에 이르렀다.

하지만 가업승계엔 걸림돌이 산적해 있다. 무엇보다 가혹한 상속세 부담이 손꼽힌다. 현행 상속세율은 최고 50%로 일본(55%)에 이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2위다. 최대주주 상속시엔 할증평가를 적용해 실질 세율이 65%에 달한다. 중기중앙회 조사에서도 막대한 조세 부담 우려(77.5%)와 정부정책 부족(49.0%)으로 가업승계가 어렵다는 지적이 많았다.

정부가 지난해 가업상속공제 개편안을 내놨지만, 상속세율을 손질하지 않는 이상 효과를 체감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신탁을 활용하려고 해도 신탁자산이 가업상속공제 대상인지 아직 불분명한 상황인데다, 자본시장법상 신탁재산으로 편입된 주식은 의결권 행사를 최대 15%로 제한한 점이 한계로 지적된다. 지속경영을 통해 중소·중견기업의 성장 사다리를 작동시키려면 가업승계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기업들이 간절히 호소해 온 이유다.

▶금융권, 가업승계 서비스 경쟁 치열=이에 금융사들은 앞다퉈 가업승계 서비스에 나서고 있다. 일정규모 이상의 자산을 보유한 기업 오너들을 대상으로 법률, 세무, 부동산 등 전문인력으로 구성된 전담팀이 컨설팅하는 형태다.

삼성증권은 지난해 4월 SNI본부(현재 SNI전략본부)를 통해 업계 최초로 가업승계연구소를 설립했다. 금융자산 30억원 이상인 기업주 대상으로 승계 컨설팅 외에 후계자 양성, 상속, 증여, 인수·합병(M&A) 등 IB 업무까지 포괄한 종합 서비스를 제공한다. 삼일회계법인의 가업승계 자문도 연결해준다.

KB증권은 올들어 가업승계를 포함해 자산관리 전 분야를 종합 컨설팅하는 ‘KB able Premier 컨설팅’ 서비스를 시작했다. 가업승계를 위해서는 상속·증여 등 세무컨설팅, 기업금융컨설팅 등을 제공한다.

그밖에 NH투자증권은 삼정KPMG, SK증권은 세무법인 동안 컨소시엄, 유안타증권은 BDA파트너스와 업무협약(MOU)을 맺고 가업상속·승계 서비스를 강화했다.

시장에 먼저 뛰어든 은행권은 차별화 경쟁이 더 치열하다. 우리은행은 지난 3월 회계법인 EY한영, 법무법인 태평양과 제휴해 가업승계택스(TAX)컨설팅센터를 세웠다. 가업승계 계획 수립부터 실행, 사후관리까지 전 과정을 지원하는 게 특징이다.

하나은행은 분야별 전문가들이 일대일로 가족 간 자산문제를 방지하고 안정적으로 승계할 수 있는 솔루션을 제공하는 ‘100년 기업승계 서비스’를 지난해 시작했다. 신한은행과 KB국민은행도 10년 넘게 가업승계 컨설팅을 지속해오고 있다.

▶“미리 후계작업 준비” 임의후견 서비스도 주목=고(故) 신격호 롯데 명예회장의 상속 과정에서 주목 받은 ‘임의후견’ 제도를 활용하려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신영증권이 이달부터 상담, 세미나를 통해 임의후견 서비스 알리기에 본격 나섰고, 하나은행은 지난해 법무법인 율촌과 업무협약을 맺고 임의후견 활성화에 힘쓰고 있다.

임의후견은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처리 능력이 부족하게 될 때를 대비해 미리 후견인을 정하고 다른 이에게 재산관리를 맡기는 것을 말한다. 법원이 법정후견인을 지정하는 한정후견, 성년후견 등과 달리, 본인이 원하는 인물을 후견인으로 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전자의 경우 기업경영과 무관한 로펌이 후견인으로 지정될 수 있는 만큼, 임의후견을 활용해 미리 승계작업을 준비해야 한다는 주장에 무게가 실린다.

오영표 신영증권 패밀리헤리티지본부장은 “오너가 아무 준비 없이 있다가 치매나 뇌졸중에 걸려 자녀 간 경영권 싸움을 유발하는 경우가 많다”며 “미리 명확한 후계자를 정해 (임의)후견계약을 체결해 놓는 게 낫다”고 강조했다.

다만 임의후견 대중화를 위해선 지나치게 복잡한 제도를 쉽게 풀어줘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배광열 사단법인 온율 변호사는 “임의후견 계약을 하려면 본인이 건강하다는 공증을 거쳐 등기를 해야 하고, 임의후견 사유가 발생한 뒤에도 계약이 바로 개시되는 것이 아니라 법원에 임의후견 감독인 선임 청구를 해 심판이 확정돼야 한다”며 “이 과정에서 반대하는 가족이나 이해당사자와 싸우면서 몇 년을 허비하는 일이 많다”고 지적했다.

강승연·김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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