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 ‘설레임 반, 걱정 반’으로 등교
등교중지 학생은 없지만, 1명은 등교거부
건강 자가진단 미참여자 10~20% 달해
내일 학평 등 1학기 중요시험만 5번 치러야
20일 오전 서울 용산구 용산고등학교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이 등교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인해 80일 만에 등교하는 학생들을 맞이하는 조영상 용산고 교장이 학생들에게 1m 간격을 유지하라고 당부하고 있다. 특별한 상황 변화가 없는 한 오는 27일부터는 나머지 학생들의 등교도 순차적으로 이뤄진다. 박해묵 기자 |
[헤럴드경제=장연주·주소현 기자] 20일 오전 7시20분께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경복고등학교 인근에는 교문까지 길게 늘어선 차량들이 눈에 띄었다. 이날 첫 등교를 하는 고등학교 3학년생을 바래다주는 학부모들 차량이다. 새 학기가 시작되고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등교를 하지 못했던 학생들은 설레임 반, 걱정 반으로 등굣길에 올랐다. 반팔 상하의 하복 교복부터 경량 패딩까지 복장도 다양했다.
경복고 전교회장인 오 모군은 “친구들 만나서 설레는 마음이 크지만 생활방역도 지켜야 하고 입시도 얼마 안 남아서 걱정도 많다”고 말했다. 정 모군은 “학교에 나오는 것이 5개월 만인데다 온라인 수업에 너무 익숙해져 생활패턴을 맞추기가 어려웠다”며 “너무 오락가락해서 등교개학을 안하는게 나았을 수도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했다.
교문에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오랜만이다. 거리 지키고. 잘 지냈어? 반갑다”라면서 학생들에게 “이쪽으로 와”라고 말했다. 조 교육감은 이날 비접촉 체온계로 학생들의 체온을 측정했고, 학생들은 교사가 짜준 손소독제를 바르면서 교문을 통과했다. 발열현상이 없는 학생들은 경복관 1층에 마련된 열화상기 앞을 통과해 각자의 교실로 들어갔다.
이날 등교한 경복고 고3 학생은 총 255명이다. 전체 256명 중 1명은 등교를 거부했다. 학생들은 등교 전에 건강 자가진단을 제출해야 하지만, 10~20% 가량은 자가진단에 참여하지 않았다.
이경률 경복고등학교 교장은 “자가진단에 대해 e알리미와 가정통신문 학교 홈페이지를 통해 계속 홍보했지만 미 참여학생이 10~20%에 달했다”며 “등교정지 사례는 없었지만, 체험학습을 신청하고 등교를 거부한 학생이 1명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학교 및 교실 분위기도 많이 달라졌다.
학생들은 집에서 자가진단을 한 뒤 교문을 통과할때 두번째 발열 체크를 하고, 급식 시작 전까지 총 3회 발열체크를 실시한다. 두개씩 붙여놨던 교실 책상은 시험을 볼 때처럼 한줄로 띄워놓았다. 경복고는 한반에 25명 가량씩 10개반이 이날 등교했다. 학생수 30명 이상 과밀학급이 아니라 분반은 하지 않았다.
오전 8시에 1교시 수업이 시작되며, 50분 수업에 10분 쉬는시간이다. 3교시가 끝난 뒤 11시에 홀짝제로 급식을 두팀으로 나눠 운영한다.
경복고의 한 교사는 “20일은 짝수날이라 11시에 짝수반 학생들이 먼저 급식을 하고, 약 15분 뒤에 홀수반 학생들이 급식을 먹을 계획”이라며 “10분 쉬는시간도 화장실에 다녀오지 않는 거의 한 자리에서 대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복고는 교사들이 층별로 당번을 정해 쉬는시간에 손씻기 등 위생지도를 하기로 했다. 급식지도는 6명의 급식질서지도 교사가 역할을 분담하기로 했다. 이날 급식을 거부하거나 도시락을 지참한 학생은 없었다.
어렵게 시작된 등교수업이지만, 고3 학생들은 등교하자마자 중요한 시험을 다섯 차례나 치러야 한다. 고3 학생들은 이날 기준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197일 앞두고 있다.
당장 등교 이튿날인 21일 경기도교육청 주관 전국연합학력평가(학평)를 시작으로 5월 말~6월 초 중간고사, 6월18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모의고사(6월 모평), 7월22일 인천시교육청 주관 학평, 7월 말~8월 초 기말고사 등이 잇따른다.
경복고의 경우, 6월11일부터 5일간 등교해 중간고사를 본다. 전 학년이 함께 지필고사를 보지만 1학년은 오후에, 2학년은 오전에 등교해 시험을 본다. 3학년은 아예 다른 건물에서 시험을 치른다.
조희연 교육감은 이날 “등교 이후 서울의 2200개 학교에서 단 한명의 확진학생도 나오지 않도록 기도하는 심정으로 오늘 등교개학을 맞이했다”며 “방역과 학업, 건강을 조화시키면서 일상을 살아가는 새로운 길, 새로운 K에듀의 길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yeonjoo7@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