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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세계신약, 한국엔 ‘오르지못할 나무’인가

코로나19 때문에 2015년을 ‘메르스(MERS)의 해’로 기억하는 사람이 많을 테지만 그해 경제 쪽에서는 단연 ‘한미약품’이 화제의 중심이었다.

당시만 해도 한국 제약사들은 해외 제품을 들여와 대신 팔거나, 글로벌 제약사가 개발한 의약품을 복제해 팔던 수준에 머물렀다. 자체 기술로 신약을 개발한다는 꿈은 있었지만 역량도 안 됐고, 그럴 용기도 없었다.

그런데 한미가 3월 미국 제약사 릴리에 신약 후보 물질을 기술 수출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이건 시작에 불과했다. 7월 독일 베링거인겔하임과 폐암 신약 ‘올무티닙’(7억3000만달러), 11월 프랑스 사노피와 당뇨신약 ‘퀀텀프로젝트’(39억유로), 얀센과 당뇨-비만치료제(9억1500만달러) 등 한미약품이 2015년 한 해 계약한 기술수출 규모는 총 7조5000억원에 이른다.

이에 한미에 대한 찬사가 쏟아져 나왔다. ‘신화’, ‘대박’, ‘잭팟’ 등 동원될 수 있는 모든 칭찬이 도배되다시피 했다. 2014년 10만원대에 머물던 한미 주가는 2015년 마지막 날 73만원대를 기록하며 무려 620%가 넘는 상승률을 보였다.

하지만 영광은 오래가지 못했다. 이듬해 폐암 신약의 임상 중단 소식이 들려왔다. 이어서 퀀텀프로젝트 일부가 중단됐고 지난 해에는 릴리·얀센과 맺은 기술수출 계약도 엎어지고 말았다.

그리고 최근 사노피가 퀀텀프로젝트에서 완전히 손을 떼고 한미에 권리를 반환한다고 통보했다.

이로써 한미가 지난 2015년 계약한 6건의 기술수출 중 1건만 빼고 모든 신약개발이 중단됐다.

2016년 폐암 신약 중단을 알리며 당시 이관순 한미약품 사장은 “기술수출을 통한 신약 후보물질들이 중도에 개발 중단되거나 권리가 반환되는 사례는 제약산업계에서 종종 발생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맞다. 확률이 낮은 신약개발을 하다보면 예기치 않은 이유로 인해 도중에 개발이 중단되거나, 무기한 연기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한국 기업에는 이런 일이 너무나 ‘종종’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에만 ‘인보사’(올해 임상시험 재개 허락), ‘펙사벡’, ‘엔젠시스’ 등의 임상시험이 중단되고 말았다.

한국기업에 임상 중단은 단순히 한 프로젝트의 실패에 머물지 않는다. 여기에 기업 역량의 모든 것을 쏟아부었던 곳은 존폐의 기로에까지 놓이게 된다. 이런 소식이 들릴 때마다 회사 내부의 문제가 아닌 외부(해외 파트너사) 변수에 의해 생사가 오락가락하는 외줄 타기를 언제까지 해야 할지 안타까운 마음이다.

이런 점에서 최근 신약개발 전 과정을 독자적으로 이뤄낸 SK바이오팜이 던진 메시지의 무게는 가볍지 않다. 글로벌 신약, 이제는 오르지 못할 나무가 아니고 충분히 매달려 볼 만한 가능성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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