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오바마 “팬데믹에 리더십 공백…책임있는 척조차 안 해”
흑인대학 HBCU 졸업식 연설서 트럼프 저격
2만7천여명 온라인 접속…드문 대중 연설
흑인 차별ㆍ불평등 지적, 민주당 지지층 결집
트럼프 ‘오바마 게이트’ 쟁점화…전현직 대결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온라인으로 진행된 흑인대학 HBCU 졸업식 축사를 하고 있다. [HBCU 유튜브 동영상 캡처]

[헤럴드경제=홍성원 기자]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관련, “다른 어떤 것보다 이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은 책임있는 사람들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 거라는 개념을 완전히, 최종적으로 산산조각 냈다”며 “많은 지도자들은 심지어 책임을 지고 있는 척조차 하지 않고 있다”고 일갈했다. 지도자로 뭉뚱그렸지만 사실상 코로나19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타깃 삼은 걸로 풀이된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오바마 전 대통령은 이날 온라인으로 진행된 미국의 첫 흑인대학인 HBCU(Historically black colleges and universities) 졸업식 연설에서 “국가 지도자들이 코로나19 팬데믹 대응에 쩔쩔매는 이 시기에 주도권을 잡으라”며 이같이 말했다. NYT는 대학 졸업생들을 북돋우려는 조언이자 공중보건 위기를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 행정부에 대한 비판이라고 썼다.

오바마 전 대통령의 이날 연설은 2만7000여명의 학생이 온라인으로 접속해 시청했다. 코로나19 발병 이후 그가 한 몇 안되는 대중연설 가운데 하나다. 금융사인 JP모건체이스가 후원했다. 2시간 분량의 이 온라인 졸업식 동영상에서 오바마 전 대통령은 1시간 47분께 등장해 8분 가량 축사를 했다.

그는 “리더십 공백은 여러분에게 하나의 명확한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며 “세계가 더 나아질지는 여러분에게 달렸다”고 강조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의 발언은 대선이 열리는 올해, 보건시스템·환경·경제적 정의 등 역사적으로 민주당이 옹호해 온 가치들로 지지층을 결집시키려는 노력으로도 보였다고 NYT는 평가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미국사회에 잠재한 인종차별·불평등도 거론했다. 그는 “코로나바이러스는 근본적인 불평등과 흑인사회가 이 나라에서 역사적으로 짊어져야 했던 추가적인 부담을 조명하고 있다”며 “불공평한 차이는 공중보건에만 국한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조깅을 하는 흑인의 사례에서도 그걸 볼 수 있는데, 어떤 사람들은 그 흑인을 불러세워 질문에 대답을 하지 않으면 총으로 쏠 수 있다고 느낀다”고 했다. 지난 2월 조지아주에서 조깅을 하다 백인 부자(父子)의 총격을 받고 숨진 흑인 아머드 아버리 사건을 예로 든 것이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코로나19 확산 저지를 위해 내려진 자택대기 명령 등으로 인해 개인의 자유를 놓고 곳곳에서 충돌이 벌어지고 있는 데 대해서도 “미국인들은 다른 사람을 배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사회적 변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소외된 그룹과 협력하라고 졸업생들에게 당부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여러분 주변에 있는 모든 사람이 배고프고 아프다면 돈을 얼마나 많이 버는지는 중요하지 않다”며 “우리 사회와 민주주의는 우리 자신만이 아닌 서로를 생각할 때에만 작동한다”고 했다.

이 연설을 들은 한 학생은 NYT에 “오바마 대통령이 우리 모두가 느끼고 있는 걸 말했다고 생각한다”며 “힘 있는 사람들이 이 팬데믹 시기에 최선을 다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3년전 퇴임한 오바마 전 대통령은 그동안 공개적으론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비판을 자제해왔다.

그는 그러나 최근 참모들과 비공개 전화통화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코로나19 대응 관련, “완전한 혼돈의 재앙”이라고 말한 게 언론에 공개돼 전·현직 대통령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CNN은 당시 오바마 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트럼프 행정부의 코로나19 대응 비판에 가장 강력한 단어들을 동원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오바마 게이트’라는 단어를 대놓고 사용하며 민주당 진영에 대한 공격의 소재로 쓰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가 2016년 대선에서 당선된 자신을 끌어내리기 위해 러시아 스캔들을 조작했다는 주장을 하는 것이다. 그의 초대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었던 마이클 플린이 미 연방수사국(FBI)의 고의적인 함정 수사에 당했을 수 있다는 정황이 담긴 FBI 내부 메모가 최근 공개된 걸 활용하면서다.

CNN은 이와 관련,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주말 캠프데이비드에 머무는 데 이는 오바마 전 대통령에 대한 공격을 가속화할 방안에 대해 보수 진영 의원들과 논의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고 보도했다. 대통령 별장인 캠프데이비드엔 공화당의 케빈 매카시 하원 원내대표, 짐 조던 하원의원, 하원 정보위 공화당 간사인 데빈 누네스 하원의원 등 우크라이나 스캔들 탄핵국면에서 호위무사 역할을 했던 인사들이 함께 한다.

hongi@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