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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극작가·극단대표·시민운동…다양한 이력의 ‘TK 진보교수’
박정희·박근혜 2대 걸친 ‘악연’도 눈길

사람 좋은 웃음과 격의 없는 농담, 자신이 나고 자란 지역사회에 대한 애정. 문재인 정부의 지역정책을 총괄 조정하고 있는 김사열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장에게서는 소탈함과 업무에 대한 애착이 짙게 묻어났다.

김 위원장은 지난 3월9일 대통령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장으로 위촉됐고 취임 두달을 맞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위촉장을 수여할 때 일 욕심을 내달라고 당부한데 따라 그동안의 국가균형발전 정책 성과들을 관리하고 ‘사람을 위한 국가균형발전정책’을 디자인하는 소임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의 이력만 보면 언뜻 국가균형발전을 연상하기 쉽지 않다. 경북 의성에서 태어난 그는 경북대에서 생물교육학과 학사와 생물학 석사학위를 받은 뒤 덴마크 코펜하겐대학교에서 미생물분자유전학 박사학위를 받고 지금도 경북대학교 생명과학부 교수로 재직중인 자연과학자다. 그러나 그의 관심은 생물학에만 머무르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자신이 창단한 극단의 대표를 지냈고 극작가로도 활동했으며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회 대구시 지회장과 이사를 역임하는 등 문화·시민운동 분야에서도 굵직한 족적을 남겼다. 문 대통령이 그를 정부 지역정책 총괄 조정 사령탑으로 발탁한 까닭이다. 지난 2018년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때는 대구교육감 후보로 나서 2.7% 포인트 차이로 고배를 마시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전공 공부도 열심히 했지만 제 주변, 제가 사는 지역, 그리고 대한민국의 시민사회를 위해 고민하고 행동해왔다”며 “균형 잡힌 정책 제언을 위해서는 다양한 분야의 상호 연관성을 잘 이해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런 면에서 저의 전공과 지역사회활동, 문화활동 등을 통한 고민들이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경북(TK)에서 나고 자란 김 위원장이 박정희·박근혜 전 대통령과 2대에 걸친, 악연이라면 악연을 맺었다는 점도 공교로운 대목이다. 생물학에만 관심을 쏟던 그가 사회와 역사문제에도 눈을 돌리게 된 것은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투옥이 계기가 됐다. 대학시절 열린 학내 유신반대집회에 참석하지도 않았는데 탈춤반 회장이었다는 이유만으로 끌려가 ‘(주동자) 이름을 대라’는 강요를 받으며 40일 동안 구류를 살고 나왔다. 김 위원장은 “나는 비겁한 사람이라 시위를 하지도 않았는데, 끌려 갔다 와서는 내가 사는 시대에 대해 고민하게 됐다”고 했다. 이후 관련 사회·역사 서적을 읽으며 시대에 대한 비판적 성찰을 담은 극을 무대에 올리기도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인 2014년엔 김 위원장이 경북대 총장 임용추천 1순위였음에도 불구하고 교육부의 임용제청 거부로 임용되지 못한 일이 있었다. 박 전 대통령이 2순위 후보를 총장으로 임명했고, 김 위원장은 소송을 제기했다. 이는 2018년 대구교육감 선거에 뛰어들게 되는 한 배경이 됐다.

김 위원장은 “물론 개인이 한 일은 아니지만 박정희 정권 때 경찰에 잡혀가고, 그 딸인 박근혜 정권 때는 총장 임명이 안 되고, 2대에 걸쳐 좀 억울한 게 사실”이라며 웃음과 함께 옛일을 떠올렸다. 무용가인 부인 역시 박근혜 정부 때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이 때문에 남편은 청와대에서 찍은 ‘블루리스트’, 부인은 ‘블랙리스트’란 말이 회자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두달여동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업무에 대해 공부하고 내실을 기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위원회가 대통령 자문위원회로서, 국가균형발전의 컨트롤타워로서 정말 보이지 않게 많은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국가균형발전의 시작과 끝은 사람인데 사람중심의 혁신과 창의, 포용적 성장에 초점을 두겠다”고 강조했다.

신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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