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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韓, 기부문화 개도국 수준…재난지원금 계기 ‘노블리스 오블리제’ 확산해야 [기부문화 재정립]
개인·기업 기부금 연간 14조원 수준…CAF 기부지수, 세계 126개국 중 57위
美·유럽 선진국 대비 매우 저조…지도층 솔선수범해야 ‘따뜻한 자본주의’ 가능

[헤럴드경제=이해준 기자] 미증유의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사상 처음으로 전국민에 지급되는 긴급재난지원금을 사회에 기부하는 움직임이 활발히 일어나고 있지만, 우리의 기부문화는 아직 개발도상국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극복은 물론, 약육강식의 살벌한 경쟁원리가 지배하는 사회에 온기를 불어넣어 ‘따뜻한 시장경제’, ‘인간의 얼굴을 한 자본주의’를 만들기 위해선 사회 연대의식에 기초한 기부문화 확산이 긴요한 상태다. 이번 재난지원금 기부 운동을 계기로 사회 지도층이 솔선수범하고 책무를 다하는 ‘노블리스 오블리제’가 자리잡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14일 국세청에 따르면 기업·근로자·사업자 등이 국세청에 신고한 기부금은 연간 14조원 수준에 머물고 있다. 2018년 기준으로 근로소득자들이 5조9864억원을 신고해 가장 많았고, 법인이 5조963억원, 개인사업자 등 종합소득세 납부자들이 2조7830억원을 신고해 총 13조8657억원이었다.

국내총소득(GDI) 대비 기부금 비율은 2014년 0.75%에서 2018년엔 0.73%로 오히려 낮아졌다. 1인당 국민소득이 선진국 문턱인 3만달러를 넘었지만, 기부문화는 오히려 퇴보한 것이다. 이는 박근혜 전 대통령 집권 말기 국정농단 사건과 탄핵 파동으로 기업들의 기부가 크게 위축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법인들의 기부금은 2014년에 4조9063억원으로 5조원에 육박했으나, 탄핵 사태를 겪은 2017년에 4조6323억원으로 오히려 줄어들었다가 2018년 5조원대로 올라섰다. 반면 근로소득자들의 기부금은 2014년 4조3724억원에서 2018년 5조9864억원으로 36.9% 증가하면서 법인을 따돌리고 최대 기부집단이 됐다. 개인사업자들은 2조5000억~2조7000억원을 유지하고 있다.

국제적으로 비교하면 우리나라의 기부문화는 경제규모에 비해 극히 미흡하다. 영국의 자선지원재단(CAF)이 갤럽 조사를 토대로 최근 10년(2009~2018년) 동안의 기부지수를 누적 집계한 결과, 우리나라는 종합지수에서 32%를 얻어 조사대상 126개국 중 57위에 그쳤다. 우리나라의 경제·무역 규모가 세계 10위 전후로 커진 것에 비하면 턱없이 낮은 상태로, 개도국 수준에 머물고 있는 셈이다.

미국이 종합점수 58%로 1위를 기록한 것을 비롯해 뉴질랜드·호주·아일랜드·캐나다·영국·네덜란드 등이 10위권 이내에 들었고, 스위스·덴마크·독일·핀란드 등 유럽 선진국들이 상위권에 포진했다. 우리나라는 미얀마(2위)·태국(22위)·이란(23위) 등 종교의 지배력이 강한 아시아 국가들은 물론, 우즈베키스탄(25위)·말레이시아(30위)·칠레(41위)·싱가포르(46위)·대만(48위) 등에도 크게 뒤졌다.

기부우리나라는 특히 금전적 기부 측면에서는 126개국 중 38위로 상대적으로 나았지만, 봉사활동 참여(53위)와 낯선 사람에 대한 도움(78위) 측면에서는 주요 개도국보다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치열한 경쟁구조 속에서 우리나라가 외형적 경제성장엔 성공했지만, 공동체 정신에 기반한 나눔은 이를 따라가지 못한 셈이다. 코로나19 사태로 큰 타격을 입은 취약계층을 지원하고 온정이 흐르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이번 재난지원금 기부 바람이 나눔의 사회를 앞당기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hj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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