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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 첫 독자개발’ 신약 美 상륙…SK바이오팜, 혁신의 길
뇌전증 치료제 ‘세노바메이트’
美 FDA 허가 자료만 230만장
후보물질 발굴부터 판매허가까지
국내 제약업체 단독 진행 첫 사례
코스피 상장 앞둔 기업가치 ‘점프’
SK바이오팜은 독자 개발한 뇌전증 신약 ‘세노바메이트’가 11일(현지 시각) 미국 시장에 출시되었다고 발표했다. 사진은 SK바이오팜 연구진이 신약개발을 위해 연구하고 있는 모습. [SK바이오팜 제공]

국내 제약바이오사가 후보물질 발굴부터 임상시험, 판매 허가까지 독자적으로 진행한 신약이 세계 최대 의약품 시장인 미국에 상륙했다. 이는 국내 제약 역사에서 첫 사례로 그동안 신약 후보물질을 개발하더라도 자체적으로 개발할 용기가 없어 기술수출 등에만 의존했던 국내 제약업계에 큰 자극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SK바이오팜 뇌전증 신약 ‘세노바메이트’ 미국 출시=SK바이오팜(대표이사 사장 조정우)은 독자 개발한 뇌전증 신약 ‘세노바메이트(미국 제품명: 엑스코프리, XCOPRI)’가 11일(현지 시각) 미국 시장에 출시되었다고 발표했다. 판매는 SK바이오팜의 미국 법인인 SK라이프사이언스가 맡아 진행한다.

세노바메이트는 지난해 11월 성인 대상 부분 발작 치료제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시판 허가를 받았다. 세노바메이트는 임상시험을 통해 약효와 안전성을 입증받아 출시 전부터 뇌전증 환자를 위한 새로운 치료 옵션으로 큰 기대를 받아왔다.

SK바이오팜은 1~3개 이상의 뇌전증 치료제를 복용하고 있는 부분 발작이 멈추지 않는 성인을 대상으로 두 개의 글로벌 무작위 이중맹검 위약대조 임상시험과 대규모 글로벌 다기관 공개 임상 안전성 시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무작위 위약 대조 임상시험에서 세노바메이트를 복용한 환자들의 발작 빈도가 위약 대비 모든 용량에서 유의미하게 감소했다. 이 시험 결과는 지난 해 11월 저명한 학술지 ‘란셋 뉴롤로지(Lancet Neurology)’에 게재되기도 했다.

특히 글로벌 뇌전증 치료제 시장 규모는 약 61억달러(2018년 기준)인데 이 중 54%인 33억 달러를 미국 시장이 차지하고 있다. 특히 미국 뇌전증 치료제 시장은 2024년까지 약 41억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세노바메이트는 미국 출시에 이어 유럽 출시를 위한 유럽의약청 허가도 진행 중이다.

조정우 SK바이오팜 사장은 “기존 치료제를 복용함에도 계속되는 발작으로 고통 받는 환자들을 위해 새로운 치료 옵션을 제공할 수 있게 되었다”며 “국내 제약사가 독자 개발한 신약으로서는 최초로 전세계에서 가장 큰 제약 시장인 미국에 직접 출시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고 말했다.

▶SK그룹의 전폭 지원 아래 국내 제약 최초 독자 개발에 성공=세노바메이트의 미국 시장 진출은 한 개의 신약 출시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세노바메이트는 SK바이오팜이 후보물질 발굴부터 임상시험 및 판매 허가까지 신약개발 전 과정을 독자적으로 진행했다. 국내 기업이 자력으로 신약을 개발해 FDA 승인을 받아 출시까지 이뤄낸 경우는 처음이다.

세노바메이트는 2001년 기초 연구를 시작으로 후보물질 개발을 위해 합성한 화합물 수가 2000개 이상이며, 미 FDA에 허가 신청을 위해 작성한 자료만 230만 페이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신약개발 과정에는 10년 이상의 기간과 수천억원 이상의 개발 비용이 든다. 그렇다고 다 신약개발에 성공하는 건 아니다. 수 천개의 후보물질 중 1~2개가 신약으로 탄생이 될까 말까한 낮은 성공 확률을 갖고 있다. 세노바메이트도 처음 기초연구부터 20년 만에 결실을 맺은 경우다.

이처럼 오랜 기간 불확실한 성공 가능성에도 SK바이오팜이 신약개발에 집중할 수 있었던 이유는 모회사인 SK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지난 1993년 SK에너지 대덕연구소를 만들면서 제약사업에 뛰어 든 SK는 2002년부터 본격적인 신약개발을 위한 조직을 꾸려나가기 시작했다. 이런 탄탄한 기초 과정을 거쳐 2011년 SK에서 물적분할시킨 SK바이오팜을 설립했다.

이 모든 과정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꾸준한 신뢰와 뒷받침이 있었다. 최 회장은 지난 2016년 신약개발에 매진하던 SK바이오팜 생명과학연구원을 찾아 “글로벌 신약개발 사업은 시작할 때부터 여러 난관을 예상했기 때문에 장기적인 안목에서 꾸준히 투자해왔다”고 말한 바 있다.

이번 세노바메이트 미국 출시 소식에도 “대한민국 최초로 독자 개발을 통해 FDA 승인을 받고 미국에 성공적으로 진출한 것을 축하한다”며 “세노바메이트는 혁신 신약 개발로 사회적 가치를 실현한 사례”라고 자랑스러워 했다.

▶상장 앞둔 SK바이오팜 기업 가치 ‘점프’=한편 이번 세노바메이트의 미국 출시는 SK바이오팜의 기업 가치를 높이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SK바이오팜은 현재 코스피 시장 상장을 앞두고 있다. 지난 해 말 상장예비심사 통과 후 주식 시장에서는 SK바이오팜을 올 해 최대 기대주로 평가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SK바이오팜이 상장될 경우 시가총액 5조원을 예상하고 있다. 만약 시가총액이 코스피 50위 이내에 들면 코스피200에 조기편입도 가능하다.

이번 세노바메이트의 미국 시장 출시로 SK바이오팜의 기업가치는 당초 예상보다 더 높아질 가능성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그 동안 업계에서는 국내 제약 기업이 후보물질 발굴부터 임상시험 시험, 판매까지 모든 것을 독자적으로 해낼 수 있는 날이 올까하는 상상만 해왔는데 이것이 현실이 되면서 업계에 큰 자극이 될 것 같다”며 “SK바이오팜의 기업가치가 크게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도 이런 국내 제약사들이 더 많아져 한국이 제약강국으로 한 걸음 더 가까이 가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손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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