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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치언어도 바꾼 위기…‘좌우’ 대신에 ‘실용·능력’
보수 野, 긴급 재난지원금 이슈화
유권자 ‘국난 돌파할 유능함’ 선택
“野는 반성, 與는 협치의 길 가야”

코로나19는 정치 언어도 바꿨다. 국내외 재난 대처에서 진보와 보수, 좌우 이념의 언어는 약해지고, 실용과 능력이 부각됐다. 국내뿐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 쏟아낸 재난지원금과 경기부양책은 전통적인 좌우 이념 노선을 벗어난 것이었다.

전 세계적으로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전국 단위의 선거로는 처음 치러져 집권 여당의 압승으로 끝난 21대 총선이 대표적이었다. 총선 정국에서 긴급 재난지원금의 전 국민 지급을 먼저 주장한 것도 보수 야권이었다. 국내에선 기본소득과 보편적 복지가 애초 진보 진영에서 더욱 적극적으로 제기한 이슈였다. 보수 야권은 이를 ‘포퓰리즘’이라며 반대해왔다. 전체적으로는 총선 내내 여당이 코로나19 확산을 ‘국난’으로 규정하며 국민의 신뢰를 받는 국정운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고, 보수 야권은 정부의 경제실책을 부각시키며 분배에서 성장으로의 기조 전환을 요구했다.

유권자들은 집권 여당의 손을 들어줬다. 소득주도성장, 최저임금인상, 규제 중심의 부동산정책 등 정부 노선에 대한 지지라기보다는 국난을 돌파할 ‘유능성’과 ‘안정감’을 갖춘 정치세력의 선택이라는 평가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위기상황이다 보니 정쟁을 하는 당보다는 더 안정적으로 국정을 끌고 가고 상황을 돌파해나가는 정당을 지지한 것”이라고 말했다. 양승함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양극화된 지지세력을 제외하면 ‘중도’의 경우 어느 때보다 실용주의를 택했다고 본다”며 “코로나가 선거를 쓰나미처럼 덮쳤다”고 평했다.

물론 좌·우 이념구도가 완전히 해체됐다고 단정짓기엔 무리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양 교수는 “이념적으로 이미 양극화돼 양 진영의 각 20%는 상황에 휘둘리지 않고 본인의 의사대로 투표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 역시 “이념분포는 시대에 따라 조금씩 바뀌어 왔다”며 “지역구 평균 득표율도 49 대 41 등 분포가 어느 정도 유지됐지만 소선거구제이다 보니 승자독식된 측면이 없지 않다”고 설명했다.

국가 위기를 배경으로 행정권력의 거대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양 교수는 “코로나가 지속되고 공직자범죄수사처가 설치되면 행정권력이 더 비대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이 교수 역시 “국가의 통제가 이어지는 상황에선 정부 권력이 비대해질 개연성이 존재한다”면서도 “하지만 정부가 독주하고 여당이 거기에 편승하면 언제든지 지지율은 바닥으로 내려갈 수 있다”고 견제와 균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양 교수는 “여당이 승리에 도취되면 열린우리당의 전례를 밟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여당은 그에 편승하지 않고 협치의 행보를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야당은 중도적인 보수세력을 흡수하기 위해 ‘반성’이 필요해 보인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보수는 스스로를 고립시킬 게 아니라 이 기회에 완전히 해체하고 여당의 대안세력을 구축해 다음번의 승리를 모색해야 한다”고 첨언했다.

최정호·홍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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