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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제 간호사의 날인데…‘인력 부족·코로나19’로 더 힘든 간호사들
‘유휴간호사’, 코로나 잘 막아낼 수 있던 이유이자 고된 근무환경 방증
“신규 간호사, 대형병원 중환자실의 3분의 2…코로나 이후 고민 필요”

국군대구병원에 투입된 국군간호사관학교 60기 신임 간호장교들이 방호복을 착용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간호사 장재희(29) 씨는 지난 3월 21일부터 이달 4일까지 45일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의료 지원 봉사를 마치고 자가격리 중이다. 대구가톨릭대병원의 중환자실과 3개 병동에 파견돼 요양‧정신병원 환자 중 코로나19 확진자들을 담당했다. 장 씨는 “(봉사 전)마지막으로 일했던 병원 역시 요양병원이어서 업무는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4월 하순부터 30도가 넘는 대구 날씨에 레벨D 방호복을 입고 일하려니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땀이 났다”고 말했다.

12일은 ‘간호사들의 어머니’ 플로렌스 나이팅게일 탄생 200주년이자, 국제 간호사의 날이다. 넉 달 가까운 코로나19 사태 대응에는 간호사들의 덕이 컸다. 전국 각지의 인력이 대구·경북으로, ‘코로나 의료 현장’으로 향했다. 그러나 그 감동적 사연 뒤에는 고질적 인력 부족과 열악한 근무 환경이 여전히 자리하고 있다고 간호사들은 입을 모았다. 이들은 코로나 이후 의료 시스템과 근무 환경이 개선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코로나19 방역이 성공적일 수 있던 이유 중 하나로 ‘유휴간호사’가 꼽힌다. 유휴간호사는 면허는 있지만 현장에서 일하고 있지 않던 간호사들을 말한다. 위 사례의 장 씨도 유휴간호사였다. 이들이 코로나 19 위기 상황에 적극 나선 것이다.

그러나 건강권 실현을 위한 행동하는 간호사회(이하 행동하는 간호사회) 측에서는 다수의 유휴간호사가 간호 인력 부족과 고된 근무 환경을 방증한다고 지적했다.

2018년 말 발표된 보건의료인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간호 면허를 가진 사람중에 간호사로 채용돼 일하는 사람(임상간호사) 비율은 50.2%에 불과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68.2%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해당 조사는 일하는 간호사가 부족한 주요 원인으로 높은 이·퇴직률을 지목했는데, 조사에 따르면 간호사들은 이·퇴직 원인 1·2위로 낮은 보수 수준(21.23%)과 열악한 근무 환경(10.29%)을 꼽았다.

행동하는 간호사회 관계자는 “갑작스럽게 일을 그만 두는 경력 간호사에 대비해 대형 병원들은 간호대 졸업생들이 쏟아지는 2~3월에 많은 학생을 뽑은 뒤 임금도 주지 않고 무한정 대기시킨다”며 “상황이 이렇다보니 ‘빅5’로 불리는 대형 병원의 중환자실조차 신규 간호사가 3분의 2를 차지하는 지경”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이 단체는 “지금만이 아니라 코로나 이후를 묻고 싶다”는 입장을 담아 이날 오후 온라인 상에서 국제 간호사의 날 행사를 주최하기로 했다. 혼란스러운 현장을 직접 겪은 간호사의 입장에서 코로나 이후를 대비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 보자는 취지다. 이들은 간호사를 비롯한 의료 인력이 감염병 환자에 대한 매뉴얼을 체계적으로 교육받아 환자들이 제대로 치료받을 수 있는 병원 시스템을 구축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간호사들이 건강하게, 지속적으로 일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고민도 이어가고 있다. 행동하는 간호사회는 지난해부터 ‘널스토크’라는 이름으로 서울, 부산, 대구 등에서 평간호사끼리 토론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행동하는 간호사회 소속 이민화 간호사는 “현재는 코로나19로 중단된 상황이지만 많은 논의를 통해서 간호사당 환자 수를 법제화하는 등 개선 방안을 구체화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address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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