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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빚투’ 해서라도 고수익…개미들 원유·인버스ETP로 우르르
유가 반등 기대했는데 거래정지에 막혀
원유 ETF에 뭉칫돈…‘풍선효과’ 나타나
‘돈빌려 투자’ 신용거래융자 잔고 9조대
시장 불확실, 자칫하단 대규모손실 사태
전문가 “맹목적인 투자…투기에 가까워”

최근 개인투자자들이 우르르 ‘원유’, ‘인버스’ 상장지수상품(ETP)에 몰려 우려를 낳고 있다. 국내외 증시와 국제유가의 향방이 안갯속에 갇힌 상황에서 빚까지 내 무리하게 투자하는 경우가 적잖아서다. 맹목적으로 너도나도 고수익 상품을 좇는 투기로 인해 자칫 대규모 손실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코스콤에 따르면 최근 한 달 간(4월 8일~5월 7일) 개인투자자가 유가증권시장에서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은 ‘KODEX WTI원유선물’(1조2146억원)이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가격으로 산출되는 기초지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로, 이와 비슷한 ‘TIGER 원유선물’도 10번째로 많은 1267억원의 순매수가 발생했다.

국제유가 반등을 기대하며 원유 선물 연계 상장지수채권(ETN)에 뛰어들었던 투자자들이 거래 정지 조치에 가로막히자 원유 ETF로 갈아타는 ‘풍선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국내 증시에 상장된 원유 ETN 4종은 투자 과열에 따른 괴리율 폭등으로 거래 정지와 재개를 반복하고 있다.

개미들은 국내 증시 하락에 베팅하는 인버스 ETF도 대거 사들이고 있다. 코스피200 선물지수의 일별수익률을 음(-)의 2배수로 추적하는 ‘KODEX 200선물인버스2X’(6508억원)와 ‘KODEX 코스닥150선물인버스’(1590억원), ‘KODEX 인버스’(1023억원) 등은 이 기간 개인 순매수 3위, 8위, 12위에 올랐다.

이 가운데 상당수는 돈을 빌려 투자하는 이른바 ‘빚투’에 기댄 것으로 보인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개인이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사는 신용거래융자 잔고가 6일 현재 9조1483억원에 달했다. 증시 부진에 6조4075억원(3월 25일)까지 줄었다가 두 달도 안 돼 금세 회복한 것이다.

특히 원유, 인버스 ETF에 빚투가 집중되는 모습이다. 지난 한 달 사이 신용거래 잔고가 가장 많이 증가한 종목이 ‘KODEX 코스닥150선물인버스’(312만주)였고, ‘KODEX WTI원유선물’(272만주·4위), ‘TIGER 원유선물’(181만주·11위)도 신용거래가 크게 늘었다.

문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미·중 갈등 등으로 시장 불확실성이 증대되면서 투자자들의 원금 손실 우려를 키우고 있다는 점이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기침체 지속으로 유가 회복이 지연되는 경우, 원유 ETN·ETF에 투자한 개미들은 손실을 볼 수밖에 없다. 실제 ‘KODEX WTI원유선물’의 경우 최근 1개월 수익률이 -49.53%에 이르렀다. ‘KODEX 200선물인버스2X’도 -11.07% 수준이다.

신용거래의 경우, 통상 90일인 만기까지 투자자가 결제대금을 갚지 못하면 증권사가 담보주식을 강제로 매도하는 반대매매에 나서기 때문에 손실이 더 커질 수 있다. 이달 들어 6일까지 증권사 반대매매 규모는 일평균 153억원으로, 지난달(139억원)보다 늘어난 상태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이런 상황에 대해 “변동성이 크고 원금이 보장되지 않는 상품임에도 상품구조를 제대로 알고 투자한 사람들이 많지 않은 것 같다”며 “상품을 잘 아는 상태에서 손실을 보는 것은 투자다. 하지만 이번 상황은 투기에 가깝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강승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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