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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근원물가 21년만에 최저…수요부진 악순환 ‘디플레 공포’
식료품 등 제외 지수 1999년 12월 이후 최저
정부 “고교납입금·車개소세 인하 등 정책효과”
전문가 “코로나 영향 파악위해 1~2개월 주시”

수요 측면에서 기조적인 추세를 보여주는 근원물가가 21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부터 지속된 저물가 기조가 코로나19 영향으로 가속화된 셈이다. 경기 활력이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당시 수준으로 떨어진 탓에 향후 경기 회복은 그만큼 더딜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4일 발표된 ‘4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식료품·에너지 제외지수(근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0.1% 상승했다. 지난 1999년 12월 0.1%의 상승률을 기록한 이후 21년 만에 최저치였다.

역대 최저 물가 상승률을 기록했던 지난해에만 해도 근원물가는 0.7% 상승했다. 올 들어서도 기저 효과 등 영향으로 1월 0.9%, 2월 0.6%, 3월 0.7%를 유지해왔지만 이달 0.1%까지 추락했다.

연간으로는 21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할 전망이다. 1~4월 근원물가의 전년 누계비 상승률은 0.5%에 불과했다. 이대로라면 한국은행의 올해 근원물가 상승률 전망치 0.7%를 밑돌 것으로 보인다. 연간 -0.2%의 근원물가 상승률을 기록했던 1999년 이후 가장 낮은 셈이다. IMF 외환위기 수준까지 물가가 떨어진 것은 그만큼 경기가 얼어붙었다는 의미다.

근원물가는 소비자물가에서 국제유가, 농산물 값 등 예측이 어려운 공급 측 요인을 뺀 수치로 수요 측면에서 기조적인 물가 추세를 살펴볼 수 있다.

정부는 정책 요인을 근원물가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꼽으며 무상교육에 따른 고교납입금 하락과 자동차 개별소비세를 3월부터 6월까지 한시적으로 70% 내린 영향 등을 언급했다. 안형준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디플레이션은) 경기 측면에서 문제가 발생해 수요 부족에 따라 가격이 하락하는 반면 이번엔 그게 아니라 고교 납입금, 학교 급식비 하락 등 정책적 요인이 컸다”며 “여기에 코로나19로 외식 물가의 상승폭이 둔화된 영향도 일부 있었다”고 설명했다.

정책 효과로 인한 일시적 현상이기 때문에 큰 문제가 아니라는 정부의 설명에도 코로나발 디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하락과 경기침체) 공포를 떨쳐버릴 수 없는 상황이다.

코로나19의 확산세가 더뎌지고 있지만 소비 회복은 그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경기침체 공포가 계속해서 불안 심리를 자극한다면 위축된 소비가 정상 수준으로 복귀하기 어렵다. 이처럼 인플레이션 기대가 낮은 수준에서 고착화될 경우 ‘수요부진-저물가’로 이어지는 악순환 고리를 통해 디플레이션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다. 물가하락을 예상하면 가계는 소비를 미래로 이연시키고, 기업은 투자, 생산을 축소한다.

실제로 코로나19로 저물가 기조가 전 세계에 걸쳐 나타나고 있지만 한국는 그 수준이 지나치게 낮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를 살펴보면 지난 1분기 기준 한국보다 근원물가가 낮은 국가는 36개 회원국 중 3개 국가뿐이다. 포르투갈(0.2%), 스위스(0.2%), 이스라엘(0.4%) 등이다. 일본은 한국과 동일한 0.4%를 기록했다.

앞으로 1년 동안 물가가 얼마나 오를지 예측하는 기대 인플레이션율은 지난 4월 기준 전월비 1.7%로 3개월 연속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순수하게 수요측 요인만 담고 있는 근원물가가 마이너스까지 떨어진다면 본격적인 디플레이션 우려가 제기될 것”이라며 “다만 코로나19 영향을 지켜보기 위해 아직은 한, 두달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경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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