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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르포]온라인 개학한 대학가 가보니…“임시 휴업하고, 대출 받으며 학생들 기다려요”
온라인 수업 길어지며 매출 급감
소상공인 절반, 3월 매출 반토막

29일 오후 7시께 방문한 서울 용산구 숙명여대 인근 거리. 임대문의 쪽지가 붙은 가게 주변을 사람들이 걷고 있다. [사진=김빛나 기자]

[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 “2학기 개강이 9월이죠? 올해는 9개월 쉬고 3개월 장사할 거 같네요” 19년간 숙명여대 부근에서 명성을 이어온 분식집 매니저 A씨는 최근 걱정이 늘었다. 인근 대학이 1학기 전체 학기 동안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A씨는 “지금이 19년 가게 역사상 제일 어려운 시기다”며 “학생들을 위한 결정이라 충분히 이해하지만 앞으로 어떡하나 싶다”고 말했다.

대학들이 온라인 수업을 연장하면서 대학가 상권의 ‘보릿고개’ 기간도 덩달아 길어졌다. 주 고객층이었던 대학생이 모두 사라졌기 때문이다. 특히 외부인 유입이 적은 골목 상권은 전례 없는 어려움에 부닥쳤다. 상권 환경을 바꿀 수도 없는 상황에서 자영업자들은 하루를 버티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29일 오후 7시께 만난 숙대 인근 상인들은 입을 모아 어려움을 호소했다. 10년간 한식집을 운영해온 D씨는 “이곳은 유동인구가 많은 2호선 건대입구역이나 신촌역 부근과는 많이 다르다”며 “학생들이 사라지니 주말에도 10만원 이하로 벌 때가 있다”고 하소연했다.

소상공인 1377명이 응답한 전년 동기 대비 3월 매출액 수준(단위:%) [자료제공=소상공인연합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로 인한 자영업자들의 매출 감소는 공통된 현상이다. 전년과 비교했을 때 크게 줄었다. 지난 10일 소상공인연합회가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3월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절반 이상 줄었다고 응답한 소상공인 비율이 48.8%, 90% 이상 감소했다고 답한 비율이 32.9%였다.

그 중에서도 ‘학기 중에 돈벌어 방학을 보내는’ 일부 대학가 상권은 더욱더 어려울 수밖에 없다. 대학생 외에 다른 고객층이 없어서다. 1호선 서울역과 용산역 사이에 있는 숙대 상권은 진입장벽이 높아 대학생들의 의존도가 높은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상권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4호선 숙명여대역에서 내려 굴다리를 지나야 한다. 대학 옆에는 효창공원이 넓게 자리잡고 있다. 분식집을 운영하는 A씨는 “이 동네는 사방이 막혀있어 외부인이 적다”며 “매출 80% 이상을 대학생들이 좌우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가게 문들 닫는 가게들도 있었다. 한식집을 운영하는 B씨는 “폐업한 곳도 있고, 임시 휴업을 한 곳도 많다”며 “임대료 나가는 걸 고려해도 수입이 별로니깐 닫아만 두는 거다”고 했다.

숙명여대 재학생들로 구성된 예비 창업팀 ‘싹’ 인스타그램.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 상인들은 2학기 개강까지 버틸 방법을 찾고 있다. 일식 음식점 사장 C씨는 “최근 배달의 민족과 같은 플랫폼에 가게를 등록했다”며 “물론 플랫폼에 지불하는 광고비용이 부담이긴 하지만 줄어든 매출을 메우려면 어쩔 수 없다”고 했다. 정부에서 마련한 정책의 도움을 받기도 한다. 한식집 사장 D씨는 “당장 월세를 내기 어려운 수준이라 소상공인을 위한 대출 지원을 신청해놨다”고 토로했다.

대학생들도 인근 상인들을 위해 발 벗고 나섰다. 숙명여대 재학생 4명으로 구성된 예비 창업팀 ‘싹’은 인근 가게 음식을 밀키트로 제작해 판매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저렴한 가격에 마감 음식을 먹을 수 있는 플랫폼을 운영 중이던 학생들이 지역 상권이 어려워지자 구상한 사업이다. 싹을 운영하는 최혜린(25) 씨는 “코로나19로 위기에 빠진 지역 상권을 살리고자 기획했다”며 “사업을 통해 방학마다 힘들어하는 가게들의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해보고자 한다”고 전했다.

29일 오후 7시께 방문한 서울 용산구 숙명여대 인근 거리. [사진=김빛나 기자]

binn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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