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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인 비대위’ 휘청 통합당, ‘역대 가장 힘든’ 원내대표 경선 성큼
신임 원내대표, 수습 과정서 영향력
3~5선 중진 의원 상당수 이름 거론
후보군도 비대위에 찬성·반대 ‘분분’
매머드 與 맞서 협상·논리력도 필수
당 쇄신 ‘3선 이하 역할론’도 대두
김종인 미래통합당 전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29일 서울 광화문 인근에 위치한 사무실을 나서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 배는 갈 길이 명확하지 않지만, 노를 쥐겠다는 이는 많다. 당 지도 체제마저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 미래통합당의 현주소다. 이런 가운데 통합당의 신임 원내대표를 꿈꾸는 인사들의 ‘물밑 경쟁’이 차츰 달궈지고 있다. 당은 총선 참패 후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방안 마저 불투명한 극도의 혼란상을 보이고 있지만, 그 와중에도 원내대표 경선이 다음 달 8일로 성큼 다가왔다.

비대위 구성이 난항을 겪으면서 결국 신임 원내대표에 당을 좌우할 힘이 모아지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사실상 당권을 일임받아 당 지도부 구성안을 다시 짜야 하기 때문이다.

30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종인 비대위’의 출범 가능성이 갈수록 낮아지고 있어 신임 원내대표를 노리는 인사들이 더 많이 몰릴 수도 있다. 실제로 김종인 비대위원장 내정자 측의 최명길 전 의원은 전날 본지와 통화에서 “(지금 조건으로)비대위원장을 하겠느냐”며 “비대위를 왜 꾸리는지조차 명확하지 않다”고 거부 뜻을 내비쳤다.

당내 핵심 인사들과 정치 평론가들의 의견을 종합한 결과 현재로는 5선의 조경태·주호영 의원, 4선의 권영세·김기현·박진 의원, 3선의 김태흠·유의동·장제원·하태경 의원 등이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원내대표 후보군으로 오르내리고 있다.

기본적으로 주호영·장제원·하태경 의원 등은 ‘김종인 비대위’에 마음이 열려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경태·김태흠 의원 등은 비대위가 아닌 전당대회를 열어야 한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유의동 의원 등은 어떤 방향이든 먼저 총의를 모은 후 움직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당 안에선 5선의 정진석 의원도 거론되고 있다. 20대 총선에서 패한 새누리당(현 통합당) 때 당선인 신분으로 원내대표가 돼 당 대표 권한대행을 맡은 ‘경험’이 있어서다. 다만 정 의원은 경선에 참여하는 데 대해 신중한 입장인 것으로 전해진다.

통합당 관계자는 “경선일이 앞당겨질 가능성도 있다”며 “총선 패배와 ‘김종인 비대위’ 논란 등으로 현 지도부의 입지가 좁아졌다. 하루라도 빨리 새 지도부를 꾸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고 했다.

미래통합당 전국위에서 김종인 비대위원장 임명안이 가결된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자택으로 귀가한 김종인 전 총괄선거대책위원장(오른쪽)이 자신을 기다리던 심재철 대표 권한대행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 [연합]

이번 신임 원내대표는 또 향후 들어올 지도부의 핵심 인사로 21대 총선 참패 후유증을 걷어내고, 21대 국회 첫 원내사령탑으로 제1야당을 이끌어야 한다. 그간 없던 180석 규모의 매머드급 범여권에 맞서 협상력도 발휘해야 한다. 시작부터 큰 불을 잡는다고 해도 ‘역대 가장 힘든’ 원내대표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정치권 인사들은 당 지도부 구성안에 대한 의견과 함께 이들이 갖춰야 할 최고 덕목은 협상력과 논리력이 돼야 한다는 데 입을 모았다.

통합당은 20대 국회보다 20석가량 의석(미래한국당 포함)이 적은 상황에서 21대 국회를 시작한다. 여당은 마음만 먹으면 개헌을 빼고는 상당수의 일을 단독으로 처리할 수 있다. 한 중진 의원은 “여당은 당장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등에 드라이브를 걸 것”이라며 “그런 악재 속에서도 제1야당의 입장을 온전히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조경태 의원은 현 지도부의 수석 최고위원이다. 주호영 의원은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 유경험자다. 권영세 의원(당선인)은 사무총장을 역임했고, 김기현 의원(당선인)은 원내수석부대표를 지냈었다. ‘정치 1번지’인 서울 종로에서만 3선을 한 박진 의원(당선인)의 무게감도 만만찮다.

김태흠·유의동 의원은 통합당이 비교적 열세라고 평가받는 충청·경기에서 각각 3선 중진이 된 ‘베테랑’이다. 장제원·하태경 의원은 인지도와 투쟁력 등에서 후보군으로 거론됐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3선 이하 역할론’도 나왔다.

원내대표의 선수를 낮추는 게 당의 노회한 이미지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지금 당의 분위기가 (패배감에 젖은)그런 상황인 만큼, 3선까지 내려가 새로 시작해보자는 흐름이 생길 수 있다”고 분석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통합당이 파격적인 정치 실험을 할 필요가 있다”며 “국민에게 새로운 이미지를 심어줘야 한다. 초·재선급 중에서도 실력을 검증받은 인사가 있다면 전진 배치해야 하며, 또 다선 위주로 가면 미래가 없다”고 내다봤다.

당 안팎에선 이번 원내대표 경선 구도는 친박(친박근혜)·비박(비박근혜) 등 계파 간 대결 양상으로는 번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21대 총선에서 각 계파의 수장격 인사 상당수가 물러난 데 따라 친박과 비박 친황(친황교안) 등 구분없이 계파가 옅어졌기 때문이다.

통합당 관계자는 “결국 전체에서 과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초선 당선인의 의중이 가장 중요할 것”이라며 “영남권과 비영남권 중 누가 지휘봉을 쥐는지도 주목해야 할 사안”이라고 했다.

yu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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