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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쟁사 위기는 우리에겐 기회”…메디톡스 휘청하자 부글대는 ‘보톡스’ 시장
-‘메디톡신주’ 잠정 판매 중지, 시장 퇴출 가능성
-경쟁사(휴젤·대웅·휴온스) 제품 반사이익 예상
-영업 경험 가진 종근당 상반기 내 제품 출시
-1470억원 규모 국내 보톡스 시장 재편 가능성

국내 보톡스 시장은 지난 해 기준 1470억원 규모까지 성장했다. 미용 성형에 관심이 높은 한국에서 보톡스 시장은 앞으로도 성장이 기대되고 있다.

[헤럴드경제=손인규 기자] 국내 보톡스 시장이 부글부글 끓고 있다. 30% 정도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던 제품이 사용 중지 위기에 놓이면서 이 빈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사들의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잔인하지만 사업의 세계에서는 ‘다른 사람의 위기는 곧 나에겐 기회’가 될 수 있다. 다만 기존 시장에 먼저 진출한 제품들이 점유율을 더욱 높일 것인지, 새로운 루키가 시장의 판도를 변화시킬지 업계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국내 첫 보톡스 ‘메디톡신주’ 판매 중단 위기=식약처는 지난 17일 메디톡스가 생산하는 ‘메디톡신주’에 대해 잠정 제조 및 판매사용 중지를 하고, 품목허가 취소에 대한 행정처분 절차에 착수했다.

식약처가 이런 결정을 내린 이유는 검찰이 메디톡스 측에 대해 무허가 원액을 사용한 제품 생산, 원액 및 역가 정보 조작을 통한 국가출하승인 취득, 허가 내용 및 원액의 허용기준을 위반해 제품을 제조·판매한 것에 대해 공무집행 방해 및 약사법 위반으로 기소한데 따른 것이다.

메디톡신주는 메디톡스가 자체 개발한 보툴리눔 톡신 제제로 지난 2006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허가를 받은 보톡스 제품이다. 허가 시부터 지난 2019년까지 생산된 메디톡신주는 1690만 바이알에 이를 정도로 국내 보톡스 제품의 대명사로 불려 왔다.

그런데 검찰의 기소 내용대로라면 메디톡신주는 최초 허가 시부터 잘못된 방법으로 만들어진 불합격 제품이며, 제조사인 메디톡스는 이를 숨기기 위해 관련 데이터를 조작했다는 것이다.

이에 메디톡스 측은 식약처에 대해 집행정지 신청 및 명령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검찰의 기소 내용을 뒤집을 만한 증거를 제출하지 못한다면 시장에서 퇴출될 가능성이 높다.

▶2위 제품 빠지면 1위 제품 ‘독주’? 3위 제품 ‘추격’?=만약 메디톡신주의 허가 취소가 최종 결정될 경우 보톡스 시장의 판은 새로 짜일 가능성이 높다.

국내 보톡스 시장 규모는 지난 2016년 868억원에서 꾸준히 성장해 2019년 1473억원까지 커졌다.

이 중 휴젤이 613억원으로 1위이며, 메디톡스가 544억원으로 두 기업 제품이 8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이어서 대웅, 휴온스 등이 다음 순위권을 형성하고 있다.

그런데 이 중 시장의 30% 정도를 차지하는 메디톡스가 빠지게 되면 그 빈자리는 다른 기업이 메꾸게 될 가능성이 높다.

가장 큰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되는 곳은 업계 1위 휴젤이다. ‘보툴렉스’를 생산하고 있는 휴젤은 메디톡스보다 시장 진출이 늦었지만 우수한 품질과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메디톡스를 따돌리고 보톡스 시장에서 가장 앞서 있다. 바짝 뒤를 쫓고 있던 메디톡스가 주저앉게 되면 휴젤의 독주가 가능하다.

3위권의 대웅제약이 치고 올라올 가능성도 있다. 공교롭게도 대웅은 보툴리눔 톡신 제제 원료 출처 논란으로 메디톡스와 민사소송을 진행 중이다. 실제 두 기업의 공방은 몇 년 간 이어지며 감정싸움까지 번지고 있다.

더구나 대웅의 ‘나보타’는 국내에서는 지난 해 113억원의 매출에 그쳤지만, 지난 해 미 FDA의 관문을 뚫으며 지난 해 300억원 이상의 해외 수출액을 달성했다. 경쟁사의 위기에 FDA 허가라는 무기를 가진 나보타의 선전도 충분히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이 불법으로 제품을 제조한 것이 드러났을 때 그 기업은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게 되고 의료 현장에서는 이 회사의 제품 사용을 꺼리게 된다”며 “실제 메디톡신주의 판매 중지가 결정된 뒤 다른 제품을 찾는 문의가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제 3의 경쟁자 나타날 수도…종근당 유력 ‘다크호스’=한편 새로운 루키가 시장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 가장 강력한 신인은 종근당이다. 종근당은 지난 해 말 휴온스에서 판권을 가져온 ‘원더톡스주’가 출시를 준비 중이다. 이미 출시 마지막 단계인 국가출하승인을 받았다.

종근당 관계자는 “출시를 위한 마지막 관문인 국가출하승인을 최근에 받은 만큼 상반기 내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며 “기존 우리 기업이 가진 성형 관련 제품과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종근당의 진출이 주목받는 이유는 종근당은 보톡스 시장에서 신인같지 않은 신인이기 때문이다.

종근당은 자사의 영업망을 통해 휴젤의 보툴렉스를 지난 해까지 판매해 왔다. 종근당은 강력한 영업력을 바탕으로 보툴렉스를 업계 1위 제품으로 키워 낸 경험이 있다. 이런 영업 경험이 자체 제품에 대한 기대를 높게 만들고 있다.

다른 바이오기업 중에서도 보톡스 시장 진출을 준비하는 곳이 많다. 바이오기업 에이티지씨와 유바이오로직스는 최근 식약처로부터 보툴리눔 톡신 제제 ‘ATGC-100’에 대한 임상 3상 IND(임상시험계획) 승인을 받았다.

또 다른 바이오기업 프로톡스도 보툴리눔 톡신 제제 ‘프로톡신’의 임상 1/2상 IND(임상시험계획) 승인과 GMP 인증, 수출용 허가 신청서를 식약처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화약품도 최근 에스테틱 바이오 기업 제테마와 보툴리눔 톡신 치료제 공동개발에 나서기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미용과 성형에 관심이 많은 한국에서는 보톡스가 대표적인 미용 성형 제품 중 하나로 자리매김하면서 시장이 계속 성장하고 있다”며 “이런 성장성이 높은 시장에서 업계 2위인 메디톡스가 빠질 경우 다른 기업들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iks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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