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으로 우리나라의 올 1분기 경제성장률이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인 마이너스 1%대로 고꾸라졌다. 외부활동 자제 등으로 소비(민간)가 외환위기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쪼그라든 영향이 컸다. 2분기엔 수출 타격이 본격화 될 것으로 보임에 따라 두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이 제기되고, 연간으로도 플러스 성장이 어려울 것이란 우려 전망이 나온다.

23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0년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속보)’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실질 GDP 증가율은 전기대비 1.4% 감소했다. 작년 1분기 이후 1년 만에 다시 마이너스로 전환, 하락폭은 2008년 4분기(-3.3%) 이후 11년 3개월 만에 최대다. ▶관련기사 3면

전년동기대비로는 1.3%로 플러스를 유지했지만, 2009년 3분기(0.9%) 이후 10년반 만에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코로나19 여파가 2월 본격 반영되면서 민간소비와 서비스업 생산이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위기 때와 버금가는 충격을 받았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경제장관회의에서 “2분기부터는 글로벌 경기 침체가 본격화하면서 실물·고용충격이 확대될 우려가 점증되고 있다”고 말했다.

1분기 민간소비는 전기대비 6.4% 감소했다. 감소율은 1998년 1분기(-13.8%) 이후 가장 컸다. 정부의 사회 격리 정책으로 외출을 삼가면서 음식·숙박, 오락문화 등 서비스 소비는 물론 승용차, 의류 등 재화 소비까지 모두 줄어든 영향을 받았다.

민간소비는 GDP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항목이다. 통상적으론 분기별 변화폭이 비교적 크지 않다. 1분기 민간소비는 전체 실질 GDP를 3.1%포인트 끌어내렸다. 설비투자는 운송장비가 늘어 0.2% 증가했고, 건설투자는 토목건설을 중심으로 1.3% 늘었다. 정부소비도 물건비 지출을 중심으로 0.9% 증가했다.

수출은 2% 줄었다. 반도체 수출이 소폭 개선됐지만 전세계 코로나19 확산과 국제유가 급락 등에 따라 자동차, 기계류, 화학제품 등이 줄어든 충격을 받았다. 그러나 다른 주요국들이 우리나라보다 코로나19 영향을 뒤늦게 받았다는 점에 따라 수출 타격이 2분기 본격 반영될 것이란 관측이다. 4월 들어 20일까지 일평균 수출금액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17% 가까이 감소했다.

이에 1분기엔 내수 충격, 2분기엔 수출 감소의 주된 영향으로 두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이 제기된다. 연간으로도 역성장 시나리오가 점쳐진다. IMF는 올 우리 경제의 성장률을 -1.2%로 내다봤다.

실질 GDP에 교역조건에 따른 무역손익을 더한 실질 국내총소득(GDI)도 0.6% 감소하며 마이너스 전환됐다. 서경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