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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학교에 봄이 와도 못 보는 너희”…소중함 느끼는 교사·학생 [온라인 개학 2주, 明暗]
온라인 수업, 학교 그리워하고 소중함 느끼는 계기돼
“화상 너머로 ‘교복착용’ 묻는 아이들…얼른 만나고파”
전문가 “온라인 수업이 부여한 의외 가능성 포착해야”
[참쌤스쿨 블로그 캡처]

[헤럴드경제=윤호·주소현 기자] 최근 온라인 수업에 참여한 초등학생 딸의 수업을 지켜보던 김모(40) 씨는 가슴이 뭉클했다. 모니터 화면에는 텅 빈 교실을 비춘 사진과 함께 “우리가 함께 생활할 교실입니다. 얼른 앉아보고 싶지 않나요”라는 문구가 띄워져 있었다. 이어진 영상인 ‘선생님의 편지’에는 “설레는 3월 새 학기, 학교에 봄은 왔지만 꽃보다 예쁜 너희는 올 수가 없다. 시간이 지나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왔을 때 ‘무사히 잘 견뎌냈노라’ 서로를 다독여 주자구나”라는 시 문구가 띄워졌다.

고등학교 3학년과 중학교 3학년을 필두로 전국 초·중·고교가 원격 수업을 시작한 지 23일로 꼭 2주가 됐다. 오프라인 학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초유의 사태로 ‘잠시 멈춤’에 들어갔지만 오히려 “학교를 그리워하고 학생과 교사들이 서로의 소중함을 느끼는 계기가 되고 있다”는 목소리도 커졌다.

최근 수업을 진행한 경기 지역 한 중학교 교사 고모(25) 씨는 “갓 입학한 1학년을 맡았는데, 아이들이 화상 너머로 교복을 입고 있어야 하냐고 물었다. 귀여워 죽을 뻔했다. 얼른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1학년 담임을 맡은 최모(24) 씨도 “매일 온라인방에 과제를 올린 뒤 선생님과 짧은 피드백을 소중해 하며 열심히 하는 아이들이 기특하고 귀엽다”며 “사실 개학 후 얼마간 아이들 이름을 외우기도 바쁜데, 오히려 온라인 개학은 아이들 얼굴과 이름이 동시에 떠서 첫날부터 이름을 부르며 소통할 수 있었다”고 했다.

학부모들도 온라인 수업을 통해 새삼 학교의 소중함을 느꼈다는 후문이다. 서울 마포구에 거주하는 학부모 권모(43) 씨는 “일단 급식의 고마움을 알게 됐다. 어쩔 수 없이 온라인 강의를 듣는 애들이 안쓰럽기도 하지만 사실 학교가 수업이 다는 아니지 않나”라며 “단체생활을 통한 인성 교육도 학교에 다니는 큰 이유인데, 학교가 얼마나 고마운 존재였는지 새삼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소재 고교에 재학 중인 김모(17) 군도 “처음에는 학교에 안 가서 좋기만 했는데, 며칠 지나니 금세 답답해졌다. 친구들도 만나고 운동장에 나가 체육활동도 하고 싶다”고 했다.

이번 온라인 수업이 ‘지나가는 바람’이 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면서, 발전적인 담론을 제시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최근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주최한 한 토론회에 참가한 한 중학교 음악교사는 “교사들의 문화는 천천히 변하는데, 아이들은 자기들의 속도대로 빠르게 살아가고 있었다. 이번 기회에 교사들이 평가의 기준을 아이들에게 맞추면서, 아이들의 속도에 같이 맞춰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이어 “학생과 교사의 문화적 괴리가 줄어 아이들에게 좀 더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는 교사들의 정체된 문화를 바꾸는 기회로도 연결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영식 좋은교사운동 공동 대표도 “초유의 사태가 온라인 수업이 주는 의외의 가능성을 포착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며 “학생 개개인에 대한 피드백이 얼마나 중요하고 그것이 얼마나 동기 부여되는지, 오프라인에서는 어려웠던 것들이 온라인 수업들을 통해서 어떻게 실현되고 있는지 눈여겨봐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youkno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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