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동굴경제’ 조짐 뚜렷…코로나發 ‘디플레 먹구름’
식료품 값↑…공산품 값↓
생산물가 26개월래 최저
유가폭락, 통화유통 정체
3년 연속 0%대 물가 우려

[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미치는 생산자물가가 국제유가 폭락으로 지난달 2년 2개월래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런 가운데 국제통화기금(IMF)는 한국의 인플레이션 상승률이 작년에 이어 내년까지 3년 연속 0%대에 머물 것이란 전망을 내놓으면서 물가 하락이 경기 침체를 동반해 발생되는 디플레이션의 먹구름이 짙게 드리우고 있다.

한국은행이 22일 발표한 ‘3월 생산자물가지수(2015년=100)’에 따르면 지난달 생산자물가지수는 102.89로 한 달 전보다 0.8% 하락했다. 102.52를 기록했던 2018년 1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지난달에는 코로나19의 전세계 확산에 따른 석유수요 감소와 주요 산유국 간 감산협의 결렬 등으로 국제유가가 폭락하면서 석탄 및 석유제품 생산자물가를 19.9% 끌어내렸다. 화학제품도 1.2% 내렸다.

이로 인해 전체 공산품 생산자물가는 한 달 전보다 1.4% 하락했다. 석탄 및 석유제품은 3개월 연속 감소했고, 화학제품은 7개월째 내림세를 지속했다. 지난달엔 수출물가도 유가 하락 영향으로 3년 반만에 최저로 떨어진 바 있다.

IMF는 지난 14일 발표한 세계경제전망에서 올 한국의 물가상승률이 사상 최저를 기록했던 작년보다 더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IMF는 금년과 내년 상승률을 각각 0.27%, 0.45%로 전망하면서 3년 연속 0%대 인플레이션 증가율에 그칠 것으로 봤다.

올 한국의 성장률은 외환위기 이후 22년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률(-1.2%)을 기록할 것으로 관측, 저물가를 동반한 경기의 급격한 하강을 예고했다.

코로나19 방역에 성공한 나라일수록 불황의 강도가 높을 것이란 연구 결과도 나왔다. 이에 한국이 받게 될 경제적 타격이 확진자가 크게 발생된 나라보다 위중할 수 있단 것이다.

리처드 볼드윈·베아트리스 베더 디 마우로 제네바대 국제경제대학원 교수는 지난달 유럽 경제정책연구센터(CEPR)에 기고한 논문을 통해 “강력한 보건 정책으로 출근을 못하고 소비가 제약되면 경제활동이 저하되게 된다”며 “코로나19 유행 곡선의 평탄화는 필연적으로 거시경제적 경기 침체 곡선을 가파르게 만들고, 일부 국가가 억제 정책을 미루는 것은 경제와의 피할 수 없는 상충 관계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여기에 역대 최저로 떨어진 통화유통속도로 당국에서 아무리 돈을 풀어도 자산 시장에 몰릴 뿐 실물 경제의 물가 상승은 유발하지 못하는 이른바 ‘돈맥경화’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여기에 사상 초유의 유가 폭락은 물가 하방 압력을 더 가중시킬 것으로 보인다.

실질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을 지속 하회하고 있는 것도 저물가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잠재성장률은 한 나라의 성장 캐파(CAPA·생산능력)를 보여주는데 실질 성장률 하락으로 재고가 쌓이면 상품 가격이 하락하고, 고용률도 떨어져 임금 근로자의 구매력까지 감소시키기 때문이다.

지난 20일 퇴임한 조동철 전 한은 금융통화위원은 이임사를 통해 “우리 경제가 디플레이션 완행이란 세간의 우려가 없는 안락한 열차가 될 수 있길 기원한다”고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gil@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