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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친 결정’·‘불법’…WHO 돈줄 끊은 트럼프 ‘美 우선주의’ 역풍
케빈 러드 전 濠총리, WHO 기금 구멍 메울 M7 제안
아란차 스페인 외무장관, “WHO 기반한 개혁 필요”
외교 전문가, 트럼프 해외 원조 예산 삭감 美안보위협
EU 외교수장 “깊은 유감,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 안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코로나19 일일 브리핑을 진행하고 있다. [AP]

[헤럴드경제=홍성원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세계보건기구(WHO)에 대한 자금 지원을 당분간 중단한다고 선언한 걸 두고 각국 지도자·전문가들이 강한 우려와 비판을 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속 국제 협력이 필수적인 때에 ‘미국 우선주의는 위험한 환상’이라는 데 의견이 모아진다. 당장 WHO의 돈줄이 마를 것을 우려, 대안 제시에 나서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15일(현지시간) 케빈 러드 전 호주 총리는 영국 경제잡지 이코노미스트에 글을 게재, “트럼프 행정부 하의 미국은 WHO를 자국 내 (방역) 실패에 대한 손쉬운 희생양으로 삼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M(다자간·Multilateral)7’을 구성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현재 미국 중국간 대치 상황을 감안하면, 다른 국가들이 세계 거버넌스 개혁을 주도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M7은 독일·프랑스·유럽연합(EU)·일본·캐나다·싱가포르 등으로 짤 수 있다고 했다.

러드 전 총리는 “이들은 트럼프의 ‘미친 결정(lunatic decision)’으로 인한 WHO 자금의 구멍을 함께 메우겠다는 공동성명을 발표하는 걸로 시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정적(政敵)격인 민주당의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도 맹공에 나섰다. 그는 성명에서 “이번 결정은 무분별하고 위험하며 불법적이다. 즉시 도전받게 될 것”이라며 “우리는 과학과 자료에 대한 존중을 기반으로 한 국제적 공조를 통해서만 팬데믹을 성공적으로 물리칠 수 있다”고 했다.

필립 고든 미외교협회 선임연구원은 최근 포린어페어스 기고에서 “팬데믹 와중에 미국 우선주의는 위험한 환상”이라고 일갈했다. 그는 지난 2월 트럼프 행정부가 해외 원조 프로그램 예산을 내년까지 21% 줄이겠다고 나선 점을 지적했다. 여기엔 글로벌 보건 프로그램을 위한 자금의 35% 축소가 포함돼 있는데 금액으론 30억달러다. WHO 지원액 50% 삭감도 들어가 있다고 했다. WHO 돈줄 죄기는 코로나19 위기 이전부터 미국 우선주의에 따라 진행된 거란 얘기다. 그는 “해외 지원 삭감 제안은 역효과를 낳을 것”이라면서 “코로나19는 미국 안보에 위협이 될 것”이라고 했다.

아란차 곤잘레스 스페인 외무부장관은 이날 한 매체 기고에서 “우리가 목격한 실패를 방지하기 위해 국제적 수준에서 조금 더 효율적인 틀이 필요하다”며 “WHO에 데이터 취합, 필요 자원 동원 등에 대한 광범위한 권한을 부여하는 개혁에 기반을 둬야 한다”고 했다.

호세프 보렐 EU외교·안보대표는 트위터 글에서 “WHO 지원을 중단한다는 미국의 결정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다른 어떤 때보다 코로나19를 억제하는 노력이 필요한 때에 이런 행동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할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전날 밤 성명에서 “WHO나 다른 인도주의 기구의 바이러스 퇴치활동에 대한 지원을 줄일 때가 아니다”라며 “지금은 국제사회가 연대해 협력해야 할 때”라고 호소했다.

미국의 표적이된 WHO의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은 이날 회상 언론 브리핑에서 유감을 표명, “미국은 WHO에 오랫동안 후한 친구였고 앞으로도 그렇길 바란다”며 “공동의 위협에 맞어 함께 싸우기 위해 하나가 돼야 할 시간”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백악관 브리핑에서 WHO의 잘못된 대응이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이어졌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WHO에 대한 미 당국자들의 자체 조사가 이뤄지는 동안 자금지원을 보류하겠다고 선언했다.

WHO의 2018~2019년도 예산 자료에 따르면 미국의 기여금은 8억9300만달러(한화 약 1조859억원)다. 회원국 중 가장 많다. 같은 기간 WHO의 전체 예산은 56억2360만달러(약 6조8383억원)였다.

ho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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