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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 설] 글로벌 소비절벽이 부른 수출부진, 차원 다른 대책 필요

지난달 전년 동월 수준에 근접한 실적을 보이며 희망의 싹을 보이는가 싶던 수출이 결국 열흘도 안돼 코로나19로 인한 글로벌 소비절벽의 직격탄을 맞고 말았다.

통계청이 이달 들어 지난 10일까지의 실적을 집계한 결과, 수출은 122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무려 18.6%(28억달러) 줄었다. 국지적인 소나기가 아니다. 전국적인 호우다. 주요 품목으로 보나 국가별로 보나 비율의 차이만 있을 뿐 빠짐없이 감소 일색이다.

석유제품(-47.7%), 무선통신기기(23.1%), 자동차 부품(-31.8%)은 충격적인 수준이고 심지어 상승세를 보이던 반도체(-1.5%)마저 꺾였다. 나라별로도 중국(-10.2%), 미국(-3.4%), 일본(-7.0%)이 그나마 덜하고 EU(-20.1%), 베트남(-25.1%), 중남미(-51.2%)는 참담하다.

아직 월초라고 느긋할 일이 아니다. 3월의 선방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3월 수출은 물량이 10% 이상 증가했고 금액은 0.2% 감소에 그쳤다. 코로나19의 글로벌 확산에도 불구하고 우리 기업들의 수출선 전환 노력과 세계적인 비대면 라이프스타일 대응, 공급 차질 신속 복구 등으로 일궈낸 값진 성적표였다. 정부의 긴급 무역금융 및 수출 마케팅 적기 지원 등도 역할을 했다. 여기에다 기저효과에 조업일수 증가도 한몫을 했다. 하지만 4월엔 선거와 휴일로 조업일수조차 줄어든다.

물론 예상치 못한 일은 아니다. 문제는 앞으로다. 이젠 행운이나 노력으로 복구하기 힘든 상황이 돼가고 있다. 무엇보다 그동안의 악재는 돌발적 불확실성이었지만 이번엔 수요감소 그 자체다. 글로벌 수요절벽이 수출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것이다. 유럽과 미국의 상황으로 보아 당분간은 더 악화될 게 분명하다. 얼마나 갈지 예측하기도 어렵다.

이미 상황은 시작됐다. 현대차는 전 세계 현지 딜러사들이 영업을 중단하면서 수출물량이 크게 줄어들자 13일부터 수출 주력차량을 생산하는 울산5공장 2라인의 임시휴업에 들어갔다. 기아차도 수출물량이 많은 소하리 1, 2공장과 광주 2공장 임시 휴업을 논의 중이다. 큰 공장의 단편적인 사례일 뿐이다. 중소 수출기업의 사태는 더 심각하다.

정부의 수출지원 대책은 무역금융에 집중돼 있다. 하지만 그건 수출이 될 때 경쟁력에 도움을 줄 뿐이다. 글로벌 소비절벽으로 생존의 기로에 놓인 수출기업엔 한가한 영양제다. 지금은 치료제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하루속히 유동성 지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수출채권 조기현금화 5000억원으로 될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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