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수요 감소 전망은 3월 15%로 치솟아
일부 낙관론에도 현대ㆍ기아차 타격 불가피
“수출 비중 ↑…생산보다 판매 절벽이 문제”
기아차 미국 조지아 공장. [기아차 제공] |
[헤럴드경제 정찬수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직원들에 대한 구조조정에 나서며 공포감을 키우고 있다. 대규모 매출 감소에 직면한 글로벌 자동차 업계의 붕괴가 이달을 기점으로 본격화할 것이란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11일 유럽자동차제조협회(ACEA)는 코로나19로 인한 자동차 생산 손실이 146만5415대라고 발표했다. 유럽 각국이 이동제한 조치를 내린 영향으로 스페인은 지난달 자동차 등록이 금융 위기 수준인 69% 감소했다.
공장 가동은 물론 마케팅까지 자동차 산업 전반은 어두운 터널로 진입했다. 수요 위축 심화에 프랑스는 72%, 이탈리아는 86%의 판매량이 증발했다.
충격파는 갈수록 커지는 추세다. 글로벌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와 스탠다드앤푸어스(S&P)는 코로나19 사태로 올해 글로벌 자동차 수요가 14~15%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다. 2월 말에는 수요 감소폭이 2~3% 그칠 것으로 예상했으나 3월 말 수치를 조정했다.
현대·기아차는 상대적인 피해가 적을 것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전체 판매 중 북미·유럽 시장 판매 비중이 50% 미만인 제조업체는 현대·기아차(40%)를 비롯해 도요타(38%), 혼다(39%) 세 곳뿐이다.
반면 푸조시트로엥(PSA), 피아트크라이슬러(FCA), 포드, 다임러 등은 70% 이상을 북미·유럽 공장에서 생산한다. 유럽 시장 판매 감소의 영향이 클뿐더러 미국 공장 셧다운 연장에 따른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문제는 2분기 이후다. 글로벌 완성차 공장의 생산 차질이 이어질 경우 각 브랜드가 보유한 재고가 하락할 수 있다. 2분기 이후 가동이 정상화됐을 때 과잉 재고로 인한 판매 경쟁은 또 다른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또 글로벌 판매의 경우 원화 약세로 환율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나 경쟁이 심해질 경우 판매 대수의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공학과 교수는 “현대 자동차 산업에서 가장 큰 문제는 생산이 아니고 판매 절벽”이라며 “수요 둔화로 자동차 생산이 줄어들면 관련한 협력사는 물론 전체 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현대차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 [현대차 제공] |
밀려드는 내수 주문량에도 수출이 줄어들수록 한계가 두드러질 것이란 지적도 제기된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현대·기아차는 수출과 내수 비중이 8대 2 정도로 수출에 차질이 빚어지면 실적 타격이 불가피한 구조”라며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부품 공급망 붕괴 역시 공장 가동률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현대차그룹은 기아차 미국 조지아 공장의 가동 중단 기한을 오는 24일로 늦춘 데 이어 기아차 멕시코 공장(24)과 현대차 러시아 공장(30일)·브라질 공장(24일)의 셧다운을 연장했다.
이밖에 현대차 미국 앨라배마 공장은 내달 1일까지, 인도 첸나이 공장과 인도 아난타푸르 공장 역시 오는 14일까지 셧다운이 계속된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생산이 무엇보다 시급하지만, 각국 정부 지침에 따라 가동 중단 기한을 연장하게 됐다”며 “당분간 내수에 집중하면서 글로벌 상황을 예의주시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