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제공장 가동 중단 리스크 커…수요 살아나야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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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유재훈 기자] 산유국들의 원유 감산 합의가 초읽기에 들어갔지만 정유업계의 시름은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감산에 따른 공급과잉 해소 가능성이 크지 않은데다, 코로나19와 글로벌 경기 악화로 인한 소비 감소가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일단 멕시코가 미국과 원유 감산에 관한 합의를 이루며 OPEC+(석유수출국기구인 OPEC과 10개 주요 산유국의 연대체) 원유 감산 합의 가능성이 켜졌다.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오전 정례 기자회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원유 감산에 합의했다"고 전했다.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OPEC+가) 우리에게 처음엔 40만 배럴 감산을, 나중엔 35만 배럴 감산을 요구했다"며 "전날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한 후 10만 배럴 감산에 합의했다"고 전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멕시코를 위해 25만 배럴을 추가 감산하겠다고 전했다"고 말했다.
OPEC+는 전날 하루 글로벌 원유소비량의 10%에 해당하는 1000만배럴 규모의 감산계획을 논의했지만 멕시코의 감산안 수용 거부로 합의없이 무산된 바 있다.
국내 정유업계는 이같은 소식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이 정도로는 근본적인 해법이 되기 힘들다"는 반응이다.
정유업종에 닥친 가장 큰 위기요인은 심각한 수요 급감이라고 업체들은 입을 모은다. 코로나19로 글로벌 각국의 석유제품 소비는 물론 글로벌 교역 중단에 따른 항공유 소비도 설상가상이다.
실제로 전국경제인연합 발표에 따르면 한국발 항공화물이 여객기 운항 축소로 화물적재량이 도착지 기준 대부분의 노선에서 90~100% 감소했다. 화물기 운항도 줄어 화물적재량이 모든 노선에서 50~60% 이상 감소했다.
문제는 현재의 위기 상황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른다는 점이다. 특히 코로나19 국면이 장기화될 경우 석유제품 수요 감소 폭은 더 커질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한국석유협회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코로나19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2분기 글로벌 석유수요는 전기대비 4.2%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어 3분기에는 4.8%까지 감소하며, 4분기는 다소 감소폭이 줄어들지만 3.8%의 수요감소가 예상됐다.
천연가스와 LNG 수요 감소는 석유에 비해 더 커 현 상황이 지속되면 올 4분기 수요 감소 폭은 각각 -4.6%, -6.2%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처럼 판로가 마땅치 않은 상황이 지속되며 정유업계는 생산되는 석유제품들을 보관, 처분하는데 애를 먹고 있다.
정유업계 관련기관 관계자는 "석유 정제 공장은 다른 제조업과 달리 한번 공장을 멈추면 다시 가동하는데 들어가는 인력과 시간, 재원이 막대하다"며 "때문에 정유업체들이 생산량을 줄이는 고육책을 써가면서까지 생산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원유 감산보다 소비 증가가 더 정유업계에는 다급한 문제"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