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물동량 급감, 화주 입김세져
유가하락으로 유류할증료 근간 흔들려
"이러다 제도 자체가 유명무실" 위기감
컨테이너선 모습 [헤럴드경제DB] |
[헤럴드경제 원호연 기자] 해운업계의 수익성 회복을 위해 추진된 유류할증료 제도가 좌초 위기에 봉착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수출물량이 감소한 데다 유가 급락까지 겹쳐 유류할증료를 부담해야 할 화주들의 입지가 강화됐기 때문이다.
9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최근 대형화주를 중심으로 컨테이너선 이용 계약 시 유류할증료 납부를 거부하거나 큰 폭의 할인을 요구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요구에 일부 선사들은 마지못해 유류할증료를 깎아주는 사례도 늘고 있다.
유류할증료는 항공사나 해운사들이 유가 상승에 따른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운임에 추가로 부과하는 요금을 말한다. 국내 해운업계는 유가 변동에 대응하고 선박연료에 대한 환경 규제에 따른 수익성 보전 차원에서 지난해 연말부터 유류할증료를 도입했다. 해운업계는 유류할증료 도입을 통해 유가 파동 등에 따른 수익 변동성을 억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 왔다.
문제는 항공업계와 달리 해운업계의 유류할증료는 제도적으로 일괄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화물의 규모와 거래 기간, 사용 노선을 감안해 계약별로 유류할증료의 적용 여부와 할인율이 정해진다. 화주의 입김이 세지면 유류할증료가 부과되지 않거나 할인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구조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으로 물동량이 줄면서 대형화주를 중심으로 유류할증료에 대해 부정적인 분위기가 강해졌다"며 "화물을 쥐고 있는 대형 화주들의 가격협상력이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3월 수출은 469억 1000만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0.2% 감소했다. 코로나19가 전세계로 확산되면서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조업 중단이 이어져 교역량도 감소세로 돌아섰다. 물동량이 줄면서 컨테이너선 운임흐름을 보여주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900포인트 선을 밑돌고 있다.
유가하락도 유류할증료 협상에서 선사들의 입지를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해운업계의 유류할증료는 벙커 C유와 저유황유의 가격 차이를 기준으로 산정되는데 이 격차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벙커C유와 저유황유와의 가격차이는 연초 톤당 348.75달러에서 이달 초 70.75달러로 급격하게 줄었다. 사우디와 러시아가 원유 감산 거부로 연초 톤당 370달러 선에서 거래되던 벙커C유의 가격이 이달 초 톤당 200달러 이하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벙커C유 가격 자체가 떨어지다보니 통상 50%가량인 저유황유와의 가격 차이도 절대액수가 크게 줄어들 수 밖에 없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유류할증료 제도가 시행초기부터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하면서 해운업계들이 현금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