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형 일자리' 자동차 공장 철골 구조물 모습. 합작법인 광주글로벌모터스는 최근 공사 부지인 광주 빛그린 산단에서 현장 설명회를 열고 현재 공정률이 8.1%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연합] |
[헤럴드경제 정찬수 기자]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적으로 고용 위기가 높아지는 가운데 광주에서 노동계의 약속 파기로 1000개의 보장된 일자리가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한국노총 광주지역본부가 지난 2일 광주형 일자리 참여 중단과 협약 파기를 선언하면서 사업이 좌초될 위기에 봉착했기 때문이다.
광주형 일자리는 사회적 대타협을 통해 임금을 낮추고 투자를 유치해 지역 청년을 위한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 핵심이다. 지난해 1월 31일 광주시는 광주 노동계, 지역사회와 함께 ▷주 44시간 기준 전체 근로자 평균 초임 연봉 3500만원 ▷35만대 생산 시까지 상생협의회 결정사항 유효 ▷투명·경영 내용이 담긴 ‘노사상생발전협정’을 체결했다.
그 결과 같은 해 8월 광주시와 현대차를 비롯한 투자자 간 협약이 체결됐다. 한 달 뒤인 9월 설립된 광주글로벌모터스(GGM)는 12월부터 생산공장을 짓고 있다. 계획대로라면 내년 상반기에 1000명 규모의 근로자를 채용한다. 연관 산업을 포함하면 고용 창출 효과는 1만2000명으로 추산된다.
투자자들이 실험에 가까운 이 사업에 뛰어든 이유는 협약 때마다 적극 지원하겠다고 강조한 광주 노동계와 광주시의 약속때문이다. 하지만 공장 건설의 첫 삽을 뜬 지 몇 개월도 지나지 않아 광주 노동계가 “광주형 일자리가 정치놀음으로 전락했다”며 약속을 뒤집었다.
노동계가 요구하는 것은 투자의 전제조건이던 상생협정서상생발전협정에 없는 노동이사제 도입, 현대차 추천 이사 경질, 임원급 임금을 노동자의 2배 이내 책정, 시민자문위원회 설치 등이다. 모두 경영권과 관련된 내용이다.
원칙 없는 광주시의 행보가 문제로 지적된다. 투자 유치의 주체였던 광주시가 중심을 잡고 투자자들과의 약속인 상생협정서를 준수해야 하는데 노동계가 협정서에 없는 무리한 요구를 할 때마다 끌려다니며 적당히 봉합하려 한 것이 사태를 키운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업계는 노동계가 지역 내 청년 일자리 창출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는 반응이다.
지난달 말 열린 주주총회에서 일부 주주들은 노동계가 상생협정서에 없는 무리한 주장을 하는 것에 대해 광주시가 노동계와 별도의 약속이나 이면 합의를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제라도 광주시는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되새겨야 한다. 지역경제 활성화와 청년 일자리 창출이라는 초심을 잃지 말고, 투자협약과 상생협정서가 잘 지켜지도록 해 광주글로벌모터스의 경영 안정화와 일자리 창출이라는 과제를 달성해야 한다.
광주글로벌모터스에 투자한 기업들은 현재 코로나19로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 구조조정 공포 속에서 불확실한 미래를 붙잡기엔 위험 요인이 너무나 크다. 열쇠는 광주시와 지역사회가 쥐고 있다. 투자 유시 때의 약속을 잘 이행해 불안감을 불식해야 한다. 청사진이 흔들리면 일자리 무산은 물론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자동차 산업의 축마저 흔들릴 수 있다.
지난 2일 광주 서구 광주시청 앞 광장에서 한국노총 광주지역본부가 광주형 일자리 불참 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