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구안 이르면 내주 채권단 제출
두산중공업의 담수화 플랜트 전경 [두산중공업 홈페이지] |
1조원의 긴급 자금을 수혈 받은 두산중공업의 자구안 제출이 임박하면서 두산중공업 내 담수화 플랜트 및 수처리 설비를 담당하는 WATER 부문의 분리 매각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바닷물을 생활용수나 공업용수로 바꾸는 담수화 플랜트 사업은 두산중공업이 전 세계 1위의 기술경쟁력을 자랑하는 부문이다.
오일머니가 풍부한 중동 시장에서 수요가 탄탄한 사업이라 시장에서 비교적 높은 기업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채권단에 두산그룹의 강한 자구 의지를 전달할 실질적인 방책으로 거론되고 있다.
8일 금융권과 재계에 따르면 두산그룹은 인력 구조조정을 통한 비용 절감 방안과 비핵심 사업의 매각 등을 담은 자구안을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채권단에 이르면 내주 중 제출한다.
연간 고정 비용을 줄일 인력 감축안이 구조조정안의 상수로 자리잡은 가운데 실질적인 자본 확충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비핵심 자회사 및 사업 부문 매각안도 함께 담길 것으로 전해졌다.
골프장 사업을 운영 중인 두산큐벡스의 매각이 거론되지만, 매각 금액의 규모가 채권단의 기대치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채권단에 그룹의 자구 의지를 강하게 전달할 수 있는 실질적인 방안으로 두산중공업 내 담수화 플랜트 및 수처리 설비를 담당하는 WATER 부문의 매각이 거론 대상에 오르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약 30여 년간의 담수설비 공급을 통해 축적된 경험과 기술을 바탕으로 다단증발법, 다중효용증발법, 역삼투압법 등으로 구분된 해수담수화 전 과정을 EPC(설계·조달·시공)로 공급할 수 있는 기술 역량을 가진 기업으로 꼽힌다.
담수플랜트의 생산 또한 베트남에 위치한 현지 법인에서 수행토록 해 원가 경쟁력까지 갖추고 있는 상태다. 특히 해수담수화 사업 매각은 과거 두산그룹의 재무구조 개선 과정에서 자주 거론된 바 있어, 채권단에 제출할 자구안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다만 최근 지속되고 있는 국제 저유가 기조의 영향으로 인한 중동 국가들의 재정 악화와 산업 인프라에 대한 투자 감소로, 경기변동에 따라 중동 지역 대형 담수·수처리 프로젝트의 발주가 뜸해지는 점이 부담으로 꼽힌다.
WATER 사업부의 매각이 두산중공업이 선택할 수 있는 실질적인 방안으로 꼽히는 데는 본업인 원전 및 화력 발전 등 발전사업의 매각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분석도 작용한다.
원자력 발전 사업 부문의 매각은 사실상 방위산업과 마찬가지로 해외 기술 유출 등의 우려가 있고, 현재 발생하는 매출의 상당 부분이 집중돼 있어 현실적으로 매각 자체가 불가능하다.
WATER 사업부 매각시 형태는 영업양수도 형태가 유력하며, 매각시 대금은 약 2000억~3000억원에 달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두산중공업 입장에서는 지난해 말 이뤄진 두산메카텍의 현물출자와 같은 자본확충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WATER 사업부 매각 외에 두산그룹의 미래 먹거리로 육성 중인 두산퓨얼셀과 두산솔루스의 매각 가능성 또한 점쳐진다.
㈜두산에서 인적분할해 탄생한 두 기업은 ㈜두산의 보유 지분이 18% 가량에 불과하고, 박정원 회장 등 오너일가의 특수관계자 지분이 40%에 육박해 유동성 확보와 사재출연의 상징적 효과를 동시에 누릴 카드로 꼽힌다. 특수관계자들의 지분은 이미 담보로 잡혀 있다.
두산 관계자는 “한국산업은행 및 한국수출입은행의 긴급자금 지원과 관련해 사업 구조조정 방안을 조속한 시일 내 마련해서 제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순식 기자